
이를 통해 축적된 경제, 정치, 문화 예술 등 그의 식견은 품격이 남다르다. 공병호씨가 지은 ‘명품인생을 만드는 10년 법칙’을 읽고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에도 “앞으로 10년을 설계해 나가고 있다”는 문 회장. 정신연령은 영원한 청년이다.
문 회장은 아브라함 링컨의 ‘인간은 자기가 결심한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결심을 하고 꾸준히 하면 안되는 것이 없다고 믿는 것은 그의 삶의 철학이다. 대학졸업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뜻을 확고히 세우고 최선을 다하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대담 = 김동일 편집국장>
- 모든 계층이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내년 경제상황을 예측한다면.
▲ 한마디로 어렵다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은 인력난과 자금난, 각종 규제에 묶여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게다가 중국 등 신흥 경제 성장국가와의 경쟁으로 그야말로 이중고, 삼중고에 처해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올 3천억 달러 수출을 이룬 것은 한마디로 우리 기업들의 자구노력이라고 본다.
우리 경제는 지속되는 원화 강세, 고유가 등과 실질소득의 저하, 부동산경기 둔화 등에 따른 내수부진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 특히 2007년도 대내외적 경제여건이 올해보다 크게 나아질 것이 없어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제 유가는 원유생산시설에 대한 투자가 늘어 안정될 것으로 보이나 문제는 환율이다. 920선 이하에선 정부가 적절히 개입할 것으로 본다. 내수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야 한다.
변수는 부동산문제다. 현재로 봐선 정부의 강경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내년에 있을 대선과 북핵 문제도 경제외적 큰 변수다. 대선을 앞두고 과연 정부가 경기부양정책을 쓸 것인지도 내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핵문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병존한다. 하지만 현 상태로 긴장상태가 유지될 때 우리 경제가 스트레스를 받겠지만 급격한 변화는 오지 않으리라 본다. 전반적으로 보면 수출은 걱정이 없지만 내수 상황이 걱정이다.
-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 주요 경제 파트너들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성장세가 둔화되고 답보 상태다. 무엇이 문제인가.
▲ 알다시피 미국 경제 상황에 다소 문제가 있지만 매년 3%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유럽 경제 역시 성장추세다. 일본은 최근 설문조사에서 일본 CEO 90% 이상이 한국전쟁 이후 최고 호황이 올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중국 역시 지난 78년 등소평 체제 이후 20년간 연평균 9.8% 이상 고공 성장을 기록하며 무섭게 달려나가고 있다. 지난해 10%, 올해도 10%대 내년도 비슷한 성장이 예상된다. 이미 우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우리의 GDP 성장률은 인도에 자리를 내준데 이어 지난해는 브라질에도 자리를 내줬다.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우리 경제가 최근 몇년 사이 뒷걸음질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앞서 언급된 나라들의 성장배경에는 강한 정치 리더십, 기존산업 강화와 신(新)산업 창출,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 등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이 세 가지 부분에서 다 실패했다고 본다. 국가방향을 정하고 일사불란한 분위기로 나가야 하는데 국가방향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
우리 경제의 현 상황은 국가 리더십의 실종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각종 규제 때문에 기존산업 강화와 고부가가치의 신산업 창출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 우리 경제의 어려움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 강한 리더십을 통해 정치를 안정시키고 기업하는 사람이 자유롭게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공무원의 의식이 변화해야 한다. 알다시피 공장 인허가 과정에서 복잡한 절차와 각종 허가 서류 등 기업인의 고충이 크다.
기업에 대한 지원을 특혜라고 생각하는 국민의 반기업 정서를 해소하고 공직자들이 기업 지원에 대한 유연하고도 열린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다음으로는 수도권에 대한 각종 규제가 철폐돼야 한다. 수도권 규제로 대기업 신증설이 안되는 상황이다 보니 수도권 기업들이 천안 등 지방으로 속속 빠져나가고 있다.
현재 국내 대기업은 8개 업종에 한해 신증설이 허용되고 있고 외국 기업에 대해서는 올 초부터 23개 업종에 대해서만 올해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신증설이 허용되고 있다.
국내기업도 업종 제한을 풀어줘야 하며, 대기업 역시 무제한적으로 신증설이 허용돼야 한다. 경기도에 투자를 대기하고 있는 기업이 37곳으로 투자규모는 하이닉스 반도체 13조를 비롯해 56조원에 달한다.
경기도 동북부지역의 상수원보호규제도 오염원을 철저히 차단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면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국전쟁 이후 그대로인 군사접경지역도 마찬가지다. 국가안보 등에 지장이 가지 않는 최소한의 규제에 그쳐야 한다.
- 실업, 특히 청년 실업, 대졸 실업자가 심각하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각종 노력에도 효과가 미진하다. 어떤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보는가.
▲ 답은 뻔하다. 일자리를 줄 수 있는 기업이 많아야 한다. 특히 고용의 90% 이상이 이뤄지는 중소기업 창업이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중소기업 창업에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중소기업이 창업에 투입되는 시간은 미국의 10배, 비용은 25배다. 중국은 서류가 갖춰지면 하루면 된다. 우리나라는 각종 법률과 규정 만능주의로 창업 과정에서 요구되는 서류가 수십장이다. 싱가포르는 한 장 정도다. 결국 이러한 환경이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 투자를 기피하게 하고 있는 상황까지 내몰고 있다.
대기업에 대해서도 투자를 허용해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투자자금의 순환을 원활히 해 고용을 키워야 한다. 정부가 말로만 실업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실제 정책은 오히려 일자리 창출에 역행한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기업가 정신에 입각해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순환출자금지제도 등 발목을 잡고있는 제도나 기업에 대해 부정적인 언론과 국민의 시각을 가시게 하는데 정부가 앞장서서 노력해야 한다. 제조업을 하는 사람들의 80~90%가 제조업을 안하겠다고 하는 판에 기업이 제대로 되겠는가.
- 수도권 규제정책이 세계적 흐름과 역행하는 것으로 말씀하셨는데, 수도권 정책의 무엇이 문제라고 보는가.
▲ 국토의 균형발전을 이루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의 수도권 정책은 실효도 없이 기업과 산업만 죽이고 있다. 수도권 정비계획법 목적은 수도권의 인구집중 억제와 국토의 균형발전이다. 83년 당시 수도권의 인구 집중도는 37%였지만, 지금은 48%다. 인구 집중이 오히려 심화됐다. 20년 동안 추진해온 정책이 실패했음을 말해준다.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발전해야 한다. 수도권에 첨단 산업 육성을 통해 국가 발전을 견인하고 그 과실을 지방으로 보내 균형발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수도권에 소재한 정부기관과 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키려 하는 정책은 아직 지방에 각종 인프라가 안 갖춰진 상황에서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람과 기업이 지방에 옮겨가고 싶을 정도로 지방에 여건을 조성하는 중장기적인 계획이 있어야 한다. 지금 이대로 가면 수도권은 수도권대로, 지방은 지방대로 어려움을 겪을 것은 자명하다. 수도권 규제정책의 기본 목적은 공감하지만 방법은 실패했다.

▲ 경경련은 도내 23개 상공회의소 금융기관, 경제관련 단체 등이 회원으로 있고 도의 카운터파트너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데 목적이 있다.
고양 킨텍스(KINTEX) 유치, 판교 신도시 내 벤처단지 20만평 확보,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 첨단 대기업 8개 업종 신증설 허용, 공장총량제 완화 등 기업활동에 규제나 불이익을 주는 각종 법제의 개정 등을 위해 노력했다.
지금도 경기도와 보조를 맞춰 수도권정비계획법 폐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수도권의 첨단산업 육성은 나라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 회장께서는 영원한 삼성맨으로 불린다. 삼성이 짧은 기업역사 속에서 세계 초일류기업이 된 배경은.
▲ 깨끗하고 부패하지 않은 조직풍토, 체질화된 1등주의 정신, 합리적인 조직풍토를 들 수 있다. 삼성의 깨끗하고 부패하지 않은 조직풍토는 열심히 일하고 능력이 있으면 조직과 함께 성장 수 있다는 공정한 인사에서 비롯됐다. 학연, 혈연, 지연을 타파한 능력 위주의 공정한 인사가 오늘의 삼성을 만들어낸 원동력이다.
다음으로는 체질화된 ‘일등정신’, 즉 일등하는 기업만이 살아남는다는 정신이다. 일등정신은 이병철 회장의 삼성 창업정신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메모리 분야에서 10년 전부터 세계 1위를 유지해 온 것은 ‘일등정신’에 바탕을 둔 기업문화가 한몫했다고 본다. 1958년 삼성은 국내 최초로 공개채용을 했다. 이때 채용된 직원들이 현재의 사장단을 구성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은 기업주 가족이 포진하고 있지만, 삼성은 친인척이 입사해도 철저히 능력, 성과 위주의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기업 풍토에서 인사 청탁은 전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이러한 건강한 조직이 삼성의 전통을 형성해 오늘날 초일류기업 삼성을 만들어 냈다고 본다.
- 바쁜 활동 중에도 다양한 취미를 즐기고 특히 독서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 신문은 일반종합지, 경제지, 지방지까지 10가지를 구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경제, 정치, 문화, 교양 등 다양한 정보를 얻고 있다. 주간지도 10가지를 정기구독해 경제와 정치 흐름을 파악하고 있다. 책은 신문 등의 신간안내, 서평 등을 참고 그때그때 눈여겨 봐뒀다가 구입해서 읽는다. 보통 일주일에 1권, 한달에 4권 정도 읽는다.
최근 읽은 책 중 ‘명품인생을 만드는 10년 법칙(공병호 저)’과 가야역사를 다룬 최인호의 ‘제4의 제국’이 인상에 남는다. 아브라함 링컨의 ‘인간은 자기가 결심한 만큼 행복해질 수 있다는 말’을 좋아한다.
결심을 하고 꾸준히 하면 안되는 것이 없다고 본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뜻을 확고히 세우고 최선을 다해라 권해주고 싶다.
정리/ 박장희 기자 jjang362@suwonilb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