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는 기업으로 치면 CEO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휘자들은 자신의 연봉에만 관심을 갖지 회사의 매출(연주의 횟수나 수준 등)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자기만 돈 많이 받고 회사는 무너지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금난새(60) 유라시안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의 명함에는 '지휘자'라는 문구는 없고 대신 'CEO'라고 쓰여있다. 또 유라시안필을 '벤처 오케스트라'라고 부른다.
1998년 기업으로 치면 자본금 한푼 없이 유라시안필을 창단, 10년도 안돼 한국이 자랑하는 오케스트라로 키워냈다. 지난해 사흘에 한 번 꼴(총 136회)로 연주회를 가졌고, 전국 40개 지역 공연장은 물론 기업, 대학, 군 부대 등 고객(클래식 청중)이 원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갔다.
지난해 9월 경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예술감독까지 맡게되면서 새해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를 4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내 유라시안필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유라시안필에 도입했던 기업 경영 방식을 경기필에도 적용해 곧 대수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경기필 정기 오디션을 실시했습니다. 지금 계획으로는 단원의 ⅓ 정도를 교체할 생각입니다. 수석 연주자가 일반 단원으로 내려가는 일도 있을 겁니다. 빈 자리는 다시 오디션을 열어 채워야죠."
유라시안필과 경기필을 동시에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한 큰 틀도 이미 짜놓은 상태. 70~90명의 연주자로 편성되는 빅 오케스트라 공연은 주로 경기필에, 체임버 오케스트라(약 40명), 스트링 오케스트라(약 20명), 실내악(5명 내외) 공연은 유라시안필에 맡긴다는 구상이다.
"자동차 회사가 대형차만 만든다고 소형차를 외면하면 고객의 기대에 제대로 맞출 수 없습니다. 다른 교향악단도 빅 오케스트라 공연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소규모 공연에도 관심을 가져야합니다."
경기필의 예년 지원규모는 연간 약 40억원. 그는 "지원금을 늘려달라는 요구를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말했다. 대신 현재 예산규모를 가지고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나가겠다는 것. "100억을 받았으면 반드시 그만큼의 가치를 창출해야한다"는 것이 그의 신조다.
그는 "현재 구상 중인 다른 참신한 계획도 많지만 '찾아가는 음악회', '제야음악회'처럼 다른 데서 따라할 것 같아서 천천히 보여주겠다"며 웃었다.
그의 오케스트라 운영에 관한 철학과 열정은 서울시향, KBS교향악단 등 다른 연주단체에 대한 따끔한 충고로 이어졌다.
"연간 140억 정도를 지원받는 서울시향이나 약 90억을 받는 KBS교향악단이 현재 지원금에 부합하게 열심히 활동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 100억을 한 군데 몰아주는 것보다 10억씩 쪼개 다른 곳에 나눠준다면 어떨까요."
그는 "경기필을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로 키운다던지 하는 유치한 야망은 가지고 싶지 않다"며 "나의 목표는 경기필과 유라시안필을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는 연주단체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