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수명이 크게 늘었다고 하지만 부부가 아흔살을 넘기며 건강하게 해로한다는 것은 아직까진 하늘의 축복이며 행운임이 틀림없다.
부부의 연을 맺은 후 72년 동안 한결같이 함께하며 살아온 노부부의 모습은 이혼을 밥 먹듯 하고 황혼 이혼이라는 별난 단어까지 생산해내는 요즘 세태에 '부부'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내가 21살, 할머니가 19살 때 결혼했으니 벌써 72년 같이 산거네"라고 웃으시는 김중섭 할아버지.
"요즘처럼 연애가 있었나. 그냥 소개받아 결혼한거지" 김 할아버지는 결혼을 하면 이혼은 생각지도 못할 일이라며 최근 높은 이혼율에 대해 한 말씀하신다.
"만났으면 끝까지 같이 가야 하는 거야. 요즘 물질사회로 변질해서 인연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야"
김 할아버지는 연세보다 건강한 편이다. "다리가 불편해서 따로 운동하는 건 없어. 그냥 동네를 천천히 한 바퀴 돌고 오는 것과 소식(小食)하는 것뿐이야. 살아보니까 소식하는 것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할아버지 옆에 계시던 할머니가 거드신다. "나는 그냥 동네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오는게 전부야. 오래 사니까 (몸이 아파서) 자식 걱정시키는 것이 제일 속상해"라고 말씀하신다.
김 할아버지는 23살 때 경성구청(현 서울시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58살에 정년퇴직했다. 김할아버지는 아들이 대를 이어 공무원을 하는 것이 자랑스럽단다.
"따로 가르친 건 없어. 그냥 내가 사는 것을 자식들이 보고 그대로 따라가는 거지"라며 "착실히 살도록 또 삐뚤어지지 않도록 엄하게 키웠을 뿐이다"고 회상하신다.
지금도 매일같이 신문을 보며 스크랩을 하신다는 김 할아버지. "신문을 보는 것이 소일거리고 신문을 봐야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 수 있고 지식인들의 생각을 배울 수 있다"는 신문 예찬론자이시다.
상대방을 배려하며 지나치지 않는 마음으로 90 평생을 살아오셨다는 김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부부생활도 이런 자세로 살아오셨음에 틀림없다.
자신을 낮추며 남을 이해하는 이러한 삶이 정신을 건강하게 하고 백수를 눈앞에 두고도 건강하게 사시는 축복을 가져왔으리라 생각한다.
친구처럼 서로를 의지하며 해로하는 모습에서 부부의 의미와 부부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