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복습장으로 망각을 뛰어넘어라

'우리아이 바람직한 교육대안'

▲ 최은희 원장
쉬는 시간만 되면 교육원에선 담임과 학생이 노트 하나 때문에 자주 실랑이를 벌인다.

학교에서 배운 게 이것밖에 안되느냐고 따져 묻는 선생과 이것밖에 안 배웠다고 우겨대는 아이의 모습이 진지하다 못해 살벌하기까지 하다.

갈등의 원인은 바로 예복습장이다. 예복습장 안에는 그 날 학교에서 배운 수업내용이 1교시부터 차례로 요점 정리가 되어있어야 한다.

하지만 배운 내용을 스스로 정리하라는 요구는 들은 것만으로 만족하는 요즘 아이들에겐 그야말로 견디기 어려운 고문중의 고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복습장을 계속 들이미는 이유는 아이가 스스로 망각을 극복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독일의 심리학자 에빙하우스의 망각곡선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10분이 지나면 망각이 시작돼 학습된 내용의 절반가량은 불과 1시간 이내에 잊어버리고 하루에는 70%, 1개월 이내에는 약 80%를 망각한다고 한다.

인간에게 망각은 삶에 있어서는 분명 축복이지만 학습에 있어선 반드시 넘어야 할 벽이다.

보고 들은 것은 그때 그때 정리하자

들을 땐 이해하지만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생활에 젖은 아이들은 지금도 강사의 실력을 자신의 실력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어디까지나 강사의 방청객에 불과할 뿐이다. 방청객이 되지 않으려면 들은 내용을 반드시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것이 복습이요, 자기화 과정이다.

여기서 복습은 요약을 통해 이루어진다. 쓰기는 사고활동을 동반하기 때문에 눈으로 외운 것보다 손으로 쓴 내용이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

또한 잊어버리기 전에 복습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이들은 배운 내용을 10분 이내에 처리해야 하며 요약시간은 3~5분이 적당하다.

물론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분량이 적고, 내용이 부실하다면 그것이 지금 자신이 이해한 정도란 걸 우선 인정하고, 점차적으로 내용을 키워나가도록 한다.

지금 매탄고에 다니는 선아는 중3때 기초학습능력이 부족해 여러 학원을 옮겨 다니다가 뒤늦게 교육원을 찾은 경우다. 그런데 고급 과정부터 예복습장을 착실히 관리해오면서 성적과 자신감을 함께 가져갔다.

팔달초에 다니는 수경이는 예복습장에 재미를 붙여 나중엔 어휘기록장까지 스스로 만들어 담임에게 테스트를 받을 정도다. 어지러운 집안을 정리해본 사람만이 그 홀가분한 기분을 안다.

머릿속에 산만하게 펼쳐져 있는 내용들을 글로 정리해 본 아이들만이 그 말끔한 기분에 중독될 수 있다.

메모광은 내신과 논술에서 유리하다

2006학년도 대입수능에서 한 문제만을 틀린 박찬순군의 수업노트를 보면 걸레나 다름없다. 아는 내용이라도 다 기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그는 메모광이 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아이들은 자신이 정리한 노트를 반복적으로 보면서 단기기억 속의 정보들을 장기기억 속으로 넘긴다.

수업 중에 메모하지 않는 아이들은 정말 문제가 심각하다. 자기 노트 하나 없이 가방을 참고서로만 채운 아이들은 참고서의 생각만을 먹을 뿐이다.

메모하는 습관은 내용의 포인트를 스스로 잡을 수 있는 능력과 문장력을 길러준다. 모든 지식은 말과 글로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자연계 논술에서 조차 숫자는 없다.

언어로 풀이과정을 밝혀야 한다. 메모를 생활화하고, 배운 내용을 언어로 되새김질하는 습관은 바뀐 입시제도에서 더욱 빛을 발할 것이다.

반복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아이들은 그저 앞으로만 나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그들도 처음 말을 배울 때 끊임없이 반복되는 자극을 통해 차츰 말을 배우지 않았던가?

달인은 반복에서 나온다. 지겨운 반복을 즐기도록 하는 이 싸움만큼은 아이들에게 절대로 양보하지 말아야 한다. 문의 1688-8214

기고/ 최은희 원장 (사)대한논리속독학회 영통교육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