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가 적중률 100%를 장담하며 총정리 문제집을 서둘러 내놓으면 학원들은 이를 받아 학생들과 함께 본격적인 시험대비에 돌입한다.
그런데 막상 문제를 다루다 보면 문제 중의 상당수가 이미 평상시 수업 중에 다뤘던 문제란 걸 강사와 학생은 알게 된다. 그도 그럴것이 한정된 시험범위 안에서 문제를 뽑아봐야 그 문제가 그 문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이들은 같은 문제에 또다시 빠지는 실수를 범한다. 문제는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대하는 아이들의 경솔함에 있다.
중복되는 문제들, 양보다 질로 승부하라
다양한 문제유형을 접해보는 것은 자기학습에 있어 무척 중요한 과정이긴 하지만 무조건 많이 풀어보는 게 능사는 아니다. 문제더미에 파묻혀 있다 보면 문제를 테스트 차원으로밖에 여기지 않아 똑같은 실수를 계속 반복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는 게 우리 아이들의 현실이다.
이렇게 되면 문제풀이의 의미가 없다. 문제를 푸는 이유는 틀린 문제를 다시 틀리지 않기 위한 사전대비 훈련이지 실력 테스트가 아니다.
따라서 건성건성 공부하는 아이들은 오답노트 작성을 통해 틀린 문제에 대해 원인을 분석해서 반드시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야 한다. 오답노트는 이해력과 응용력을 모두 갖춘 최상위권보다는 상위권과 중위권 아이들에게 더욱 효과적이다.
상위권 아이들은 내용이해에 강한 반면 새로운 문제유형에 약하다. 또한 이들은 적게 틀리지만 1~2문제로 등수가 갈리기 때문에 틀린 문제는 반드시 오답노트를 통해 완전히 소화하고 넘어가야 한다.
중위권 아이들은 내용 이해 면에서 완벽하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를 풀어보면서 개념을 추가적으로 보완하는 학습방법을 택한다. 학원에서 강사들이 주로 하는 방법이다.
이 아이들에게 많은 문제를 풀게 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오답이 많이 나와 원인분석에도 시간이 걸리고, 심적으로 크게 위축된다. 한마디로 풀면 풀수록 뒷일거리가 많아진다.
따라서 소화할 수 있는 문제의 양을 정해놓고, 해당문제를 완벽하게 자기 것으로 만들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하위권 아이들은 내용과 개념이해가 걸림돌이기 때문에 문제풀이 위주보다는 본문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핵심을 스스로 정리하는 게 우선이고, 기본문제에 충실한 학습방법이 효과적이다.
모르는 문제는 찍지 말고, 절대 기계적으로 쓰지 말아라
문제를 풀다 모르는 문제가 나왔을 경우 절대로 찍어선 안 된다. 만일 찍어서 맞였을 경우 그 순간부터 그 문제는 기억 속에서 사라져버린다. 만일 그 문제가 시험에 나왔다면 맞힐 수 있을까?
차라리 그냥 놔두고, 오답노트 정리할 때 새롭게 공부하는 편이 낫다. 다시 강조하지만 문제풀이 과정은 시험이 아니라 대비 훈련이란 걸 명심해야 한다.
한 학생이 쉬는 시간에 영어단어를 A4용지에 열심히 적고 있었다. 그것도 ‘decide’라는 한 단어만을 말이다. 이 단어를 자꾸 틀려 학원 선생이 백번 써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래 ‘decide’가 무슨 뜻이니?”
아이는 갑자기 쓰는 걸 멈추고는 한참을 생각했다. 아마도 모르는 눈치였다. 백번을 쓰면서도 그 단어를 모르다니 정말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혔던 것은 그 아이의 대답이었다. “쓰는데 열중하다 보니 외울 틈이 없었어요.”
기계적인 활동은 사고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요즘 아이들이 투자에 비해 결과물이 빈약한 이유가 바로 의식 없이 기계적으로 살아가기 때문이다.
오답노트는 의식적인 활동이기 때문에 틀린 문제를 그대로 옮겨 적기 보다는 자기 식으로 풀어서 문제를 서술형문장으로 완성하는 방법이 여러모로 좋다.
오답노트는 학습에 있어서 자기반성의 기회를 주고, 책임감을 심어준다. 또한 실전에 대비한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를 길러준다.
앞으로 나아가는 학습 풍토에 젖어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오답노트는 뒤를 돌아보며 내실을 기할 수 있도록 해주는데 그 본연의 가치가 있다 하겠다. 문의 1688-8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