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란 이름으로’

가정의 달 영화로 ‘가족애’ 꽃 피우자

기러기 아빠들은 혼자 거주할 집을 고를 때 햇빛이 드는 창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다고 한다. 가족이 떠난 빈 자리에 몰려들 우울증을 방지하는데는 따사롭게 눈부신 햇살이 도움이 되는 것이다.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남자로서 무거운 짐을 지고 사는 이 땅의 아버지는 자식과 아내 사이에 ‘낀 세대’가 돼 살아가고 있다.

영화 속 아버지는 가족을 위해 희생하고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은 모습이나(장길수의 ‘아버지’, 짐 셰리던의 ‘아버지의 이름으로’), 폭력과 권위로 아들을 억압하는 폭군(스콧 힉스의 ‘샤인’, 최양일의 ‘피와 뼈’) 등으로 그려져 왔다.

지난 1일 ‘스파이더맨 3’를 시작으로 여름 흥행시장을 겨냥한 블록버스터가 몰려드는 가운데, 가정의 달을 맞이해 우리의 아버지, 가족을 되새기는 영화 한 편 감상은 어떨까?

● 극장 개봉작

▲ 내일의 기억
내일의 기억(明日の記憶)
감독 : 츠츠미 유키히코, 주연 : 와타나베 켄, 히구치 가나코

아버지는 외롭다. 기러기 아빠의 쓸쓸하고 외로운 죽음에 다룬 뉴스는 우리 시대 아버지의 위치를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우리의 아버지들이 일과 가정을 위해 자신을 내던져 희생하면 할수록 그들의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알츠하이머병(뇌 위축으로 기억력이 감퇴하는 병)에 걸린 가장의 이야기를 다룬 ‘내일의 기억’은 동명의 일본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한때 인정받는 광고인이었던 사에키(와타나베 켄)는 알츠하이머병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하는 아내와 딸에 대한 기억조차도 희미해져만 간다.

실제로 백혈병으로 생사의 문턱을 넘나들었던 와타나베 켄은 자신의 경험을 투영한 듯 안타까운 가장의 모습을 가슴 찡하게 그려낸다.

▲ 못말리는 결혼
못말리는 결혼
감독 : 김성욱, 주연 : 김수미, 임채무, 유진, 하석진

결혼은 ‘인륜지대사’가 아니라 소동이다. 결혼을 꿈꾸는 기백(하석진)과 은호(유진) 앞에 놓은 거대한 장애물은 양가의 아버지(임채무)와 어머니(김수미)이다.

‘미트 페어런츠’에선 예비사위가 예비장인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악전고투하지만, ‘못말리는 결혼’에서는 자식의 결혼을 ‘말리려는’ 부모들의 방해공작이 만들어 내는 소동극이 펼쳐진다.

견원지간, 물과 기름처럼 화합할래야 화합할 수 없는 두 가정의 인륜지대사는 어떻게 결판이 날까?

▲ 아들
아들
감독 : 장진, 주연 : 차승원, 류덕환

가족과 고향이 있는 이라면 누구나 최소한 일년에 두 번(설날, 추석)은 부모님과 만날 것이다.

성장하고 독립하고 가정을 꾸리며 바쁜 일상에 파묻혀 있다보면 가족과의 만남은 어느 새 어색한 의무가 돼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무기수로 복역 중인 강식(차승원)은 1박 2일 귀휴를 받고 15년만에 아들 준석(류덕환)을 만난다. 당연히 둘 사이에는 어색하고 서먹한 공기만이 흐를 터.

여백을 채우려는 듯 자주 등장하는 배우의 나레이션과 결말부에 숨겨놓았다는 반전이 15년만에 ‘아들’과의 만남을 성공적으로 그려낼지…

● 비디오

▲ 행복을 찾아서
행복을 찾아서
감독 : 가브리엘레 무치노, 주연 : 윌 스미스, 탠디 뉴튼, 제이든 스미스

누구나 성공의 기회가 공평하게 열려있다는‘아메리칸 드림’은 아직 유효한가? 적어도 헐리우드에선 그렇다.

‘행복을 찾아서’는 노숙자에서 월스트리트 입성으로 성공신화를 쓴 실존인물인 크리스 가드너(윌 스미스가 연기)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실화이든 아메리칸 드림의 신화를 얘기하든, 영화 속 크리스 가드너는 똘똘한 아들(제이든 스미스)이 없었으면 재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아들에게 아버지는 굳건한 버팀목이자 한없는 신뢰의 대상이다. 어린 시절 우리 아버지는 슈퍼맨, 스파이더맨과 동급이었으며 아낌없이 주는 나무이다.

실제 부자지간인 윌과 제이든 스미스가 아버지와 아들을 연기해 화제가 되기도 했던 ‘행복을 찾아서’를 보고 난 후, 한 때 어린 아들의 놀이터였던 아버지의 처진 어깨를 안아드리는 것을 어떨까?

▲ 허브
허브
감독 : 허인무, 주연 : 강혜정, 배종옥

‘말아톤’에서 엄마(김미숙)의 소원은 자폐아인 아들 초원이(조승우)보다 조금만 더 오래 사는 것이었다. ‘허브’의 현숙(배종옥) 역시 정신지체 장애를 갖고 있는 딸 상은(강혜정)을 보며 똑같은 소원을 빌었으리라.

그러나 이별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오고, 상은은 엄마없이는 낯설기만 세상에서 홀로 서기를 준비해야 한다.

디지털 영화 ‘나비(문승욱 감독)’를 시작으로 ‘배우’로의 도약에 나선 강혜정의 장애인 연기와 ‘안녕, 형아’에 이어 아픈 자식을 강단있게 돌보는 배종옥의 엄마 연기가 눈물샘을 자극한다.

▲ 미스리틀 션샤인
미스리틀 션샤인
감독 : 조나단 데이톤, 발레리 파리스 주연 : 그렉 키니어, 토니 콜레트, 앨런 아킨

고슴도치도 제 자식은 귀엽다고 했다. 자신이 어린이 미인대회 수상감이라고 굳게 믿는 7살짜리 딸 혹은 손녀, 조카를 위해 온 가족이 뭉쳤다.

성공과는 동떨어진 대학강사인 아버지(그렉 키니어), 이런 남편을 경멸하는 엄마(토니 콜레트), 헤로인 복용으로 양로원에서 쫓겨난 할아버지(앨런 아킨) 등 개성 넘치는 가족 구성원들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대회장으로 떠난다.

'미스 리틀 선샤인'은 코미디 장르에 로드무비 형식을 결합해, 어린이 미인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콩가루 집안의 좌충우돌 여행기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