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의 목적이 마음의 양식에서 시험의 양식으로 바뀐 현실이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지식기반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독서광으로 뽑는다는 의도엔 이견이 없다. 단지 아이들에게서 책을 선택할 자유마저 빼앗아버린 ‘필독서 풍토’가 씁쓸하다.
필독서 목록에 아이를 가둬놓는 것은 분명 어른들의 일방적인 욕심과 상술의 결과다. 책은 교과서완 달리 수준과 취향에 따라 읽을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일까? 아이들은 책을 교과서만큼이나 싫어한다.
통합적으로 책 고르기 : ‘한 주제로 묶어 읽기’와 ‘새로운 주제로 이어 읽기’
책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은 자기학습의 정신이다. 고른 보람과 읽는 책임감을 스스로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합적인 사고가 시대의 요구인 만큼 책을 고르는 방법도 통합적인 독서에 맞춰져야 한다. 분야와 과목이 아닌 개념과 주제로 책을 엮어나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이제부터 고르기 전에 생각부터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첫째로 주제를 먼저 정한 다음 관련한 책을 통합해서 읽는 방법이 있다.
예를 들어 ‘정체성’을 주제로 잡았다면 ‘갈매기의 꿈→꽃들에게 희망을→연어→마당을 나온 암탉’ 등으로 권수를 늘려간다. 한 주제 안에 여러 도서를 묶어 읽게 되면 배경지식과 관점이 함께 깊어져 주제를 통달하게 된다. 개념을 한창 세워 나가야 할 아이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방법이다.
둘째로 책을 먼저 정한 다음 주제로 이어가는 읽기 방법이 있다. 예를 들면 →갈매기의 꿈→(도전과 용기)→마당을 나온 암탉→(사랑과 희생)→아낌없이 주는 나무→(사람과 자연)→최열아저씨의 지구촌 환경이야기→식이다.
이 방법은 스스로 주제를 잡아가는 능력을 길러주고, 책과 책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물어 뫼비우스의 띠처럼 지식을 하나로 통하게 하는 매력이 있다. 책은 우리의 삶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주제만 들어있지 않다.
다양한 관점과 여러 방향으로 주제를 뽑아낼 수 있다는 점에서 사고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함께 길러준다. 요즘처럼 누군가가 정한 주제에 맞춰 생각을 주입받는 독서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유독 자연관찰 책에만 빠져있는 아이가 있었다. 어느 날 담임이 아이를 불러 몽테크리스토 백작이 감옥에서 빠져나오는 과정을 십분 동안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아이는 그 날 그 책을 모두 읽어버렸다.
그리고 다음 날엔 유태인 학살 이야기를 듣고는 안네의 일기를 집으로 가져갔다. 편독은 다른 분야를 접할 기회를 마땅히 얻지 못해 관심이 한쪽으로 치우친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체험이나 이야기를 통해 다른 분야에 관심을 돌려 독서능력을 발휘하도록 한다.
반면에 책 고르는 일 자체가 서툴거나 어려워하는 아이들은 대개 책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짧고 재미있는 책을 권해주고 감상평을 들어본다.
수준을 무시한 책 선정은 그야말로 백해무익하다. 초등학생은 세계명작, 중학생은 한국단편이라는 무조건적인 등식은 아이들에겐 폭력이나 다름없다.
이런 폐단을 막고자 입회 전에 독서능력 평가를 실시할 수밖에 없다. 담임이 아이의 수준을 미리 파악하여 책 선정에 도움을 주는 유용한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보약이라 해도 자기 몸과 체질에 맞아야 소위 약발이 서는 것이다. 책 고르는 일은 바로 자기에게 맞는 약을 고르는 것이다.
아무거나 잡히는대로 읽기 보다는 어느 책이 지금 내게 가장 약발이 설지를 먼저 신중히 생각한 후에 차분하게 고르기가 읽기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문의 1688-8214
기고/ 최은희 원장 (사)대한논리속독학회 영통교육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