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언어는 단어 즉 낱말부터 시작한다. 아이들이 글을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는 크게 세 가지다. 낱말의 뜻을 모르는 경우와 어휘는 알아도 문장의 의미를 모르는 경우와 배경지식이 없어 이해를 못하는 경우이다. 그 중에서 특히 낱말은 뜻을 가진 문장의 핵심이 되기 때문에 언어를 이해하려면 우선적으로 어휘능력부터 갖춰야 옳다.
그런데 현재 우리 아이들이 접하고 있는 언어의 90% 이상이 우리말이다. 그런데도 우리말 어휘는 거들떠도 안 본다. 한참 지식을 습득해야 할 아이들의 어휘수준이 늘지 않으면 리딩(reading)능력이 떨어져 고급정보를 얻지 못한다. 게다가 우리말을 담아내는 그릇인 문법까지 준비되어 있지 않다면 언어를 받아들이는 데에 애를 먹는다. 어휘와 문법은 언어의 기본소양이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이 기초들이 부실하면 제대로 된 언어능력을 세울 수 없다.
● 책은 문법과 어휘를 감각으로 훈련시킨다
‘꽃’이란 낱말을 우린 ‘꼳’으로 읽는다. 그 이유는 끝소리 규칙 때문인데 우리말의 모든 끝소리(받침)는 ‘ㄱ’, ‘ㄴ’, ‘ㄷ’, ‘ㄹ’, ‘ㅁ’, ‘ㅂ’, ‘ㅇ’ 이렇게 7가지 소리밖에 나지 않는다. 그런데 우린 그 규칙을 몰라도 소리 낼 땐 ‘꼳’으로, 쓸 땐 ‘꽃’으로 이해하고 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바로 책에서 수도 없이 보아왔기 때문에 읽다보니 저절로 형성된 것이다. 책을 많이 본 아이들은 문장구조를 감각적으로 터득하고,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짐작으로 맞춘다. 다시 말하면 문법적인 직관이 발달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생소한 어휘를 만나도 문맥과 상황에 맞춰 그 의미를 짐작하고 넘어간다. 글을 자주 접하고 말을 자주 듣고 말하다 보면 어떤 경우에 ‘개혁’이란 말을 쓰고, 어느 상황에 ‘혁명’이란 말을 쓰는지 감각적으로 구분할 수가 있다. 우린 모두 이렇게 말과 글을 배웠다.
우리말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언어는 감각을 통해 길러지는 능력이지 지식으로는 접근조차 할 수 없다. 따라서 아이의 문법적인 직관과 어휘능력을 최대한 발달시키려면 언어체험을 풍부하게 하고, 독서량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 책에 나온 어휘는 분야별로 정리하라
단지 보고 이해하는 것만을 위해 어휘를 공부하지 않는다. 어휘의 최종 목적은 활용에 있다. 정확한 뜻을 알아두면 정확한 표현이 가능하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어휘를 쌓아두는 것이 필요하다. 생소한 어휘가 나오면 전자사전 등을 이용해 어휘기록장에 옮겨 적는다. 책이나 참고서에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으면 감상만 하지 말고,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자기 나이보다 수준 높은 책을 볼 수 있다.
우리 문학엔 아이들이 싫어하는 고어(古語)나 순우리말, 관용어가 많이 등장하고, 비문학엔 명사형 한자어들이 아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역사, 과학, 경제, 사회 분야는 전문용어들이 즐비하다.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말자. 처음엔 힘들어도 나중엔 그 어휘가 계속 돌고 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책은 문법의 길잡이다.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들이 쓴 글이라 논리적이고, 문법을 벗어난 글들이 거의 없다. 꾸준히 읽다보면 문법의 더듬이가 자연스럽게 발달하게 되어있다. 작가들도 모두 그렇게 스스로 더듬이를 발달시켜서 글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 된 것이지 학원 다녀서 얻은 것이 아니다.
책은 우리 아이들에게 지식만 전달해주는 딱딱한 선비만이 아니다. 책은 아이들을 울고 웃기는 광대이며, 드넓은 세상을 날아다니는 양탄자이기도 하다. 삭막한 현실을 잠시 잊게 하는 마취제도 되어준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리딩능력과, 교양수준을 높여주는 어휘 선생이고, 바른 말을 하고, 좋은 글을 쓰도록 지도해 주는 문법 선생이다. 아이들은 이런 선생을 미리, 그리고 자주 만날수록 좋다.
지금은 아이들이 환타지나 만화를 스스로 원해서 읽지만 그러다보면 나중엔 수준에 맞는 책이 그것밖에 없어 하는 수 없이 읽게 되는 수가 있다. 나이가 들수록 책을 고르는 선택의 폭이 오히려 좁아지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문의 1688-8214
기고/ 최은희 원장 (사)대한논리속독학회 영통교육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