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년 전만해도 서호제방에서 친구들이랑 멱감고 물고기 잡겠다고 낚시하면서 놀았죠. 여름이면 제방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만들어내는 물보라가 시원해 그 앞에서 한 여름을 다 보내곤 했다.”
수원에서 태어난 이정산(65·남)씨는 서호저수지를 이렇게 회상한다.
50∼60년대 수원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겐 서호는 봄이면 벚꽃구경, 여름이면 물놀이장소로 또 사시사철 소풍장소로 가슴에 남아 있다.
수원역에서 인천, 서울방향 42번 국도를 타고 십 여분 달리다보면 ‘농촌진흥청’이 나온다.
농촌진흥청 정문을 따라 5분정도 달려 새싹교를 지나면 서호공원 정문이 나온다. 바로 이곳이 서호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는 공원이다.
지금은 제방이 없어진 채 사방이 막힌 저수지가 만들어져 있지만 이곳은 옛부터 수원의 젖줄과도 같은 곳이었다. 농사철이면 언제나 농업용수로 손색이 없게 맑은 물을 공급해 주었고 겨울이면 철새의 도래지 역할을 했다.
서호저수지는 ‘수원축만제(祝萬堤)’라는 이름의 경기도기념물 제 200호로 지난 2005년 지정됐다. 정조가 수원에 화성을 축성한 뒤에 건설한 것으로 처음에는 농업을 진흥하기 위한 수리시설로 건설됐다. 이것이 계기가 돼 오늘날 농촌진흥청이 들어섰고 수원이 농업연구의 중심지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서호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는 서호공원은 인근 주민들의 산책코스는 물론 시민들의 나들이 장소로도 인기다.

33만2997㎡의 면적에 만들어진 이 공원은 저수지의 경관을 볼 수 있도록 저수지 바로 옆으로 폭 1㎡ 가량의 작은 흙길이 나 있으며 곳곳에 간이의자도 만들어 놨다. 수생생물의 보고(寶庫)이기도 한 서호저수지 때문인지 잔디들판 곳곳에서 까치와 비둘기들이 한가롭게 거닌다.
서호저수지를 관리하는 관계자는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린다”며 “사람에게 익숙해 졌는지 사람이 다가가도 피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느티나무, 소나무에서부터 모감주나무, 중국단풍, 메타세콰이어 등 다양한 수종이 어우러져 공원을 한층 운치 있게 만든다. 여기에 등나무 잎사귀들이 지붕을 덮어버린 정자에 누워보면 신선이 부럽지 않다.
서호공원에서는 자전거를 타는 시민들을 많이 만날 수 있는데 폭이 넓은 도로 때문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 들판과 들판 사이 벽돌로 만들어진 4㎡폭의 도로는 마음놓고 자전거타기에 안성맞춤.
자전거를 타던 이용객(38·남)씨는 “저수지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청록의 나무 향을 맡으며 자전거를 타는 재미가 더할 나위 없다”고 이곳을 자랑한다.
이밖에도 서호공원에는 간단히 운동을 할 수 있는 운동시설과 농구대가 있다.
저수지 전체의 풍경을 보고 싶다면 ‘항미정’에 올라가보자. 서호 저수지의 서쪽 기슭에는 항미정(杭眉亭)은 수원시 향토유적 제 1호로 조선 정조대왕이 화성축성 당시 부근 농민들의 관개용수로 쓰기 위해 인공호수인 서호를 축조할 당시 세운 정자다.
서호는 수원팔경의 하나인 ‘서호낙조(西湖落照)’로도 유명한데, 노을이 질 무렵 이곳에 비친 낙조를 감상하기에도 항미정이 제격이다. 예부터 이곳에서 바라본 낙조는 제방에 길게 늘어선 노송의 그림자가 수면에 비치는 광경은 아름다운 그림과 같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곳, 서호저수지의 밤은 또 다른 느낌이다. 각종 건물의 형형색색 불들이 서호저수지에 반사돼 멋진 야경을 선사한다. 다채로운 색을 가진 서호저수지, 이곳으로 낭만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