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원망 털고 부디 극락왕생 하소서”

김금화 만신, 화성행궁서 245년만에 사도세자 진혼굿시민 등 1천여명 관람해… 만신 혼신의 굿판에 ‘탄성’

▲ 지난 12일 오후 수원 화성행궁에서 열린 사도세자 진혼제에서 김금화 만신이 작두거리를 직접 거행하고 있다. ⓒ김기수 기자 kks@suwonilbo.kr
지난 12일 늦은 7시, 화성행궁 신풍루 앞. “목말라, 목말라, 문열어줘, 문열어줘”를 외치는 김금화 만신은 어느새 억울한 누명으로 8일간 뒤주에서 죽어간 사도세자의 넋두리를 하고 있었다. 김금화 만신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사도세자가 입던 옷을 걸치고 사방으로 못질된 뒤주에 갖힌 양 연신 뒤주를 두드리는 흉내를 낼 때는 보는 이의 마음마저 안타깝게 했다.

사도세자가 죽은 지, 245년만인 지난 12일 사도세자의 진혼제로 시작된 이번 행사에는 수원시장을 비롯, 시민 천여명이 무대와 대형스크린이 설치된 신풍루 옆 빈터를 모두 메워 그 관심의 정도를 짐작케 했다.

오후 7시, ‘주당을 물리고 구청을 맑게 정화한다’는 신청울림을 시작으로 진혼제가 시작됐다. 두번째 굿거리인 ‘상산부군맞이’를 하러 김금화(77) 만신이 무대에 오르자 여기저기서 박수갈채가 나왔다.

이어 제석굿, 성주굿, 별상거리, 일월맞이를 거쳐 김금화 만신의 진혼굿이 시작됐다.
사도세자의 넋을 찾으러 간다며 김금화 만신이 무대 뒤, 화성행궁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천여명의 관광객이 모두 숨을 죽인 채 적막감과 긴장감마저 흘렀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김금화 만신.

이어 사도세자의 넋을 위로하고 그를 극락왕생하도록 삼베를 가르며 화려한 춤사위를 선보이자 여기저기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날 식을 본 정일찬(30·남)씨는 “김금화 만신이 굿을 직접 거행한다기에 왔다”며 “그의 혼이 실린 진혼굿은 사도세자의 넋을 달래기에 충분했다”고 말한다.

행사가 끝나갈 무렵,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약 20분간 김금화 만신의 작두거리가 진행됐다. 약 3m 높이 위에서 맨발로 작두를 타는 김금화 만신은 나이를 잊은 채 모든 힘을 쏟아 굿을 했다.

3시간 넘게 진행된 사도세자의 진혼굿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한편, 김금화 만신은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제 82-나호 보유자로 1931년생으로 황해도 연백 태생이다. 현재는 (사)서해안배연신굿 및 대동굿보존회 이사장으로 있는 김금화 만신은 지금까지 대구 지하철 참사 유족 진혼굿을 비롯해 지난 1월에는 고 백남준 타계 1주년을 맞아 서울 쌈짓길에서 진혼굿을 했다.

대동굿 보존회 관계자는 “김금화 만신은 우리나라 대표적 주요 인문들의 넋을 기리는 진혼굿을 하는 분으로도 유명하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굿을 단순 무속신앙이 아닌 문화재로 승격시켰다는 점을 괄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