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방학이면, 엄마는 개학

‘하루 한가지씩 방학과제’ 체크해 주세요

70년대의 방학은 그저 탐구생활 한권에 식물채집이나 곤충채집이 고작이었다. 중학교 때는 시골학교여서 학교에서 기르던 토끼를 먹이기 위해 녹사료(아카시아 잎이나 푸른 풀 종류를 말려서 가루를 낸 것)를 해 오는 것이 과제였던 것 같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과제가 있다. 일기와 독서록이다. 동서통계 조사에도 나왔듯이 여름방학은 책읽기 정말 좋은 계절이다. 사실 독서의 계절은 가을이 아니라 여름인 것이다. 멀리 다니는 것보다. 그저 시원한 선풍기 바람에 등을 기대고 책을 읽다가 슬그머니 잠드는 것이야 말로 정말 뿌듯한 휴가인 것이다.
그럼 386세대의 부모를 가진 아이들 방학은 어떻게 보내는 것이 좋을까.

● 여행과 독서 그리고 쓰기로 정리하자.

▲ 방학과제물표
어느 한 초등학교 5학년 방학과제물표를 보면 크게 필수과제와 선택과제로 나눠 있다.

필수과제는 일기쓰기, 독서록 10편 이상, 권장도서2~3권 원고지에 써오기(대회용). 선택과제는 20여 가지를 줘 3∼5가지를 선택해서 온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곳에 학교가 담겨져 있다.

여기 어느 곳에도 사치성 해외여행은 없다. 제 나라도 다 알지 못하며 남의 것을 알려고 말자. 그리고 교실 밖 새 교실에서 방학을 보내자. 선생님의 정신은 인성(人性)에서(혼자서 해보기:운동화 빨기, 화장실 청소 등) 시작한 선택과제는 참을성 기르기(TV안보기, 컴퓨터 안하기, 큰 서점에서 3시간 이상 책읽기) 인성교육으로 마무리 된다.

그 많은 종류의 과제는 여행을 하거나 본인이 한 것을 글로 남기는 것이다. 이것은 절대적으로 객관적 평가를 위한 필요성과 함께 결국 학습의 최종목표는 본인이 경험이나 지식을 통해 얻어진 것을 글로 남기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제 이렇게 학교에서 제시한 알찬 방학은 개학 무렵이면 그저 밤을 새워 그림 2점을 그리거나, 일기를 몰아서 쓰는 몇 명 때문에 호들갑스러운 방학이 되기도 한다.

아마 올 방학은 하루에 한 가지씩 지혜로운 엄마의 손길로 현명한 시간이 될 것이다.

● 복습과 독서로 나를 돌아보자

중학시절은 초등과 고등을 잇는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는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절이다.

우선 내가 잘 하는 것과 잘 되지 않는 것으로 나누어 보자.

그리고 선행을 접자. 바른 초등의 기초 위에서 중학생활이 서듯이 1학기의 미진한 과목을 복습의 5승을 해보자. 일단 내가 공부한 부분이니 만큼 두려움은 적어 쉽게 혼자서나 부모님의 시간관리만으로도 가능하다.

집에서 6교시를 하되 내가 할 수 있는 시간만큼 하라. 30분 혹은 25분이 되더라도 할 수 있는 시간의 나의 1교시인 것이다. 그 시간에 1학기를 다시 들여다보자. 부끄럽게도 아는 부분을 틀렸구나. 하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간간히 휴식시간에는 장편소설을 읽자. 특히 토지나 태백산맥, 혼불, 임꺽정 등 고교 문학에 나오는 장편을 한 편쯤 읽어 본다면 정말 3년 후에는 이 여름방학을 자랑스러워 할 것이다.

평상시에는 짧은 단편을 주말에는 중편 독서도 시간의 여유에 맞춰 계획 속에 넣어보면 평생 소중한 벗이 될 것이다.

● 어휘 보강해 수능 언어영역 5∼20점 올려보자

며칠 전 모 고등학교에 언어영역 점수관리 특강을 간 적이 있다. 그곳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얼굴’이라는 단어 뜻을 아느냐?.” 그러나 아무도 대답을 하는 친구가 없었다. 그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얼’은 무슨 뜻인지 아는가?” 그러자 한 친구가 ‘정신’이라는 대답을 했다. 마지막으로 던진 질문은 ‘굴’의 뜻이었다. 그러자 ‘동굴’이냐고 반문하듯 대답이 나왔다.

그렇다. 얼굴은 우리 몸의 큰 구멍이 몰려 있는 곳이다. 눈구멍, 콧구멍, 귓구멍, 입구멍, 그리고 땀구멍. 그 구멍을 보면 정신을 읽을 수 있다.

엄마의 기분이 기쁜지, 내가 화가 났는지, 참고 있는지 말이다. 그러면 내 얼굴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내 정신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가 함께 생각해 보았다.

내 정신이 늘 즐거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1. 하루에 5분씩 나를 사랑하는 작업을 하라.
나를 가만히 정신으로 쓰다듬어 보라. 내 사랑하는 머리, 내 눈, 내 코 등 이렇게 날 어루만지다 보면 소중한 내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분명한 생각이 떠오른다.

2. 수업시작 5분을 여섯 번 혹은 일곱 번(6, 7교시)을 교과서를 펼쳐보아라.
전 시간에 배운 것과 이번시간에 배울 것, 다음시간에 배울 것을 그저 한번씩만 흘려 읽다 보면 가랑비에 속옷 젖듯이 지식은 조용히 나에게 스미고,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말씀은 어느새 나의 귓속으로 쏘옥 들어오는 것을 느낄 것이다.

3. 하루 15개의 단어를 찾아라.
그저 읽으면 심심하니까 연필로 내가 혹시 이 단어의 뜻을 알고는 있는가 싶은 단어의 뜻을 읊조려 보았을 때 머뭇거리며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 바로 내가 모르는 단어이다. 그러면 공책 한 권을 100일만 메워보라.

영어나 수학은 점수가 오르는 것이 쉽지 않다. 다만 내가 어려서부터 듣던 그 정겨운 우리나라의 말을 한걸음씩만 사랑해 준다면 9월 모의고사 성적은 반드시 등급을 올릴 것이다.

시간은 흘러간다. 순간에는 그 시간을 힘들어 하지만 힘들었던 시간은 곧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그러나 그저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은 후회로 남는다. 내가 날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 내 미래를 결정한다. 2007년의 여름방학은 이제 일주가 흘러갔다. 남은 방학을 결정하는 것은 나이다.

글/ 전방하(동화작가·글박스교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