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지혜 場에 가다 역전시장50년 전통 입맛도는 골목

넒은 도로 폭 차량 통행도 가뿐… 싼값에 손 맛 더해 젊은이들도 발걸음상가 지하에 청소년들 위한 문화공간 조성 계획 ‘젊음의 거리’로 탈바꿈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인 지난 26일 오후 7시경, 역전시장(수원시 팔달구 매산로)점포들도 주황색 전구로 빛을 밝히고 저녁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저녁상을 차리기 위해 장을 보러 나온 주부들, 퇴근길에 시장에 들러 과일을 주섬주섬 봉지에 담아가는 회사원들, 아이의 손을 잡고 산책이라도 하듯, 시장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가족들…. 그리고 바쁘게 ‘열무 사세요’, ‘과일 싸게 드려요’를 외치는 상인들이 모두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 50년 전 매산양곡공설시장으로 시작

수원 애경백화점에서 대우아파트 쪽으로 연결된 육교를 건너면 각종 빌딩들 사이로 역전시장이 위치해 있다. 각종 병원과 유흥업소들이 들어서면서 시장은 건물 뒷편으로 밀려났지만 꿋꿋하게 그 역사를 지켜내고 있는 것이다.

50년 전인 1950년대 매산양곡공설시장으로 시작한 역전시장은 점차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1969년 정식으로 역전시장이라는 명칭으로 법인을 설립했다. 처음 쌀과 기타 곡식들을 팔던 상가가 많았지만 법인으로 설립되면서는 양복점과 한복점이 역전시장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는 양복과 한복을 맞춰입는 사람들도 많이 줄었지만 남은 단골 손님들을 위해 이곳을 지키고 있다는 상인들은 역전시장과 함께 해온 세월을 생각하며 잠시 추억에 젖는 듯 했다.

역전시장 관리 담당자는 “최대 번성기였던 1970-1980년대 600개의 점포가 있었지만 현재는 250여개의 점포가 남은 상태다”며 “2만3천㎡의 크기에, 외부 점포와 점포사이의 도로 폭이 넓어 보통 재래시장에 비해 규모가 크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보통 재래시장의 한 점포가 2-6평 크기의 소규모 점포임을 감안할 때 역전시장의 점포는 비교적 크기가 크다. 한복집에서부터 한약재를 파는 건강원, 각종 반찬가게 그리고 과일과게, 쇠고기, 돼지고기를 싼 값에 파는 정육점 등이 점포의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도로의 폭이 3m 이상 돼 차량이 통행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폭이 1m 안팎의 좁은 길에 옹기종기 붙어있는 점포를 상상했던 필자는 이곳 역전시장이 다소 재래시장만의 멋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러나 염려도 잠시, 옆에 있는 반찬가게에서 시원한 웃음소리와 함께 정겨운 대화소리가 들려온다.

반찬가게 정순애 사장은 손님들에게 반찬을 담아주느라 정신이 없고 반찬을 사기 위해 기다리는 손님들은 주인이 맛보라며 쥐어주는 열무김치에 입맛을 돋군다.

“아직 익지 않은 열무김치니까 익은 것 좋아하면 익혀서 먹는게 좋아”라며 5천원어치보다 한웅큼은 더 되는 양의 열무김치를 담아주는 주인과 맛깔스럽게 김치 맛을 보는 손님의 모습에서 재래시장의 푸근한 정을 다시금 찾을 수 있었다.

● 젊음의 거리, 낭만의 거리로 탈바꿈

해가 진 저녁, 친구끼리, 연인끼리 역전시장을 들른 젊은이들을 종종 볼 수 있었다.

2003년 수원역사 내 애경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역전시장도 점차 변화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곱창과 족발을 주로하는 음식점들도 젊은이들에게 인기다. 이곳의 인기비결은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다.

저렴한 값에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재래시장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는 것이다.

이은영(대학생·22)양은 “집으로 가는 중간에 시장이 있는데, 가끔 이곳을 지나면서 맛있는 음식을 먹기도 하고 시장구경을 하며 데이트를 하곤 한다”며 웃는다.

역전시장 관리 담당자는 “애경백화점이 들어오고 수원역 주변의 상권이 살아나기 시작하면서 역전시장의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며 “하지만 재래시장으로서의 어려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다.

또, “상인들의 서비스가 좋아지고 시장이 청결한 이미지를 갖는다면 젊은이들에게 색다른 문화공간으로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역전시장 측은 현재 상가 지하내부를 청소년 및 젊은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대형백화점의 입점으로 한때 역전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했던 상인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걱정보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그려본다. 젊은세대와 기성세대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질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 할 역전시장을 기대해 본다.

역전시장표 순대 놓지지  마세요!

곱창, 족발, 순대 한입에 소주 한 잔 기울이면 캬~

시장을 몇 바퀴 둘러본 뒤 허기진 배를 채우기 먹자거리로 들어섰다. 한 집 건너마다 곱창과 족발을 파는 가게가 줄지어 있었다.

역전시장을 들어가는 입구에서 시장으로 들어가기 전, 갓길로 들어서면 15-20곳의 족발, 곱창집이 눈에 띈다.

제일눈에 띄는 노란간판의 ‘평택집’에 들어가 따뜻한 국물을 먹기위해 순대국을 주문했다.

이내 주인아저씨는 곱창볶음도 맛있다며 추천한다. 순대국에 사용하는 돼지고기를 끓일때는 아무것도 넣지 않고 오래오래 삶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는 주인 아저씨. 곱창볶음도 어떤 양념보다 손으로 맛을 낸 양념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주인 아주머니. 이들의 음식철학이 이곳 손님들에게 전해지는 구나 싶었다.

역전시장 상가건물 지하로 들어가도 맛있는 음식을 파는 음식점이 많다. 안으로 들어서면 ‘수원순대’와 ‘역전순대’, ‘새동산식당’이 마주 보며 옹기종기 모여있다. 재래시장하면 김이 모락모락나는 순대가 있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순대파는 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순대에 쫄깃쫄깃한 오소리 감투와 수육까지 곁들이면 한끼 식사로도 든든하다.

곱창, 순대, 족발…. 이름만 들어도 정겨운 우리내 먹거리들이다.

기자가 시장을 떠나려던 밤 10시경, 왁자지껄한 소리가 나는 식당들을 들여다본다.

소주 한 잔과 함께 하루의 노동을 끝내고 시름을 잊는 노동자에서부터 서로에게 곱창을 먹여주는 다정한 연인들까지 그들 각각의 삶도 역전시장에서 그렇게 하루를 정리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