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형 아이보다 통합형 아이로 키워라

‘우리아이 바람직한 교육대안’

▲ 최은희 원장
김광규님의 ‘생각의 사이’란 시를 읽으면 시대가 왜 통합형 인재를 요구하는지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다. 시인이 시만을 생각하고, 정치가가 정치만을 생각하면 낙원이 오리라는 착각은 분업이 가져다 준 함정이었다.

그는 오히려 착취와 오염만이 남은 현실의 원인을 시와 정치 사이를 생각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성세대는 전문가를 좋아했다. 그래서 방문 걸어 잠그고 하나의 지식과 기술에 능통한 달인이 되고자 노력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하나의 분야만을 통달하는 꽉 막힌 인재보다 분야와 분야를 원리와 본질로 통합해 이해하는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다.

사실 하나의 현상은 다른 현상과 연결되어 있기 마련이다. 경제를 알려면 역사를 공부할 수 밖에 없다. 역사를 공부하다 보면 사회가 보이고, 문화가 보인다. 예술도 독립된 분야가 아니다. 예술에 철학이 담겨있고, 예술로 사상을 말할 수 있다.

옛날의 지인들은 인간의 모든 지식이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안과 밖의 구분 없이 하나로 순환하고 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직도 우리 아이들은 과목의 경계를 좀처럼 허물 줄 모른다. 이 책임은 전적으로 나누고 쪼개기를 좋아하는 어른들에게 있다.

이런 가운데 교육을 분리에서 통합으로 개혁하려는 제도가 2008학년도 대입전형이고, 여기에 맞는 인재를 뽑고자 마련한 시험이 통합논술인 것이다.        

        
  
하나의 본질에 여러 현상들을 묶어라

수많은 가지들은 땅 속 깊이 박혀 있는 한 뿌리의 공급을 받는다. 셀 수 없이 많은 가지들은 수시로 잘려나가기 때문에 유동적이지만 뿌리는 하나로 여전히 존재한다.

뿌리는 보이지 않는 본질이며, 수많은 잔가지들은 뿌리에 기인해 드러난 현상들이다.

통합형 아이는 바로 이러한 본질을 먼저 파악하고 그와 관련한 현상들을 주워 담는다.

‘인터넷’이라는 뿌리에서 자란 가지들은 유니의 자살(악성 댓글), 개똥녀 사건(전파력), 탈춤(익명성), 동방신기 독극물 사건(안티사이트) 등이다. ‘세계화’라는 본질은 한류열풍, FTA, 스크린 쿼터제 등이다. 가지들은 유동적이고 가변적이지만 본질은 움직이지 않는다.

논술은 바로 본질과 원리의 싸움이다.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채 잔가지들을 주워 담는 데에만 혈안이 된 아이는 아무리 매일 신문을 읽고, 많은 책을 보아도 논술이 늘지 않는다.

무엇에 대한 가지인지를 생각하면서 글을 읽어 나간다면 자기만의 마인드맵을 그려갈 수 있다.

통합형 아이는 삶을 느끼는 아이다

통합논술은 형식을 파괴한 논술이다. 매트릭스의 한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그림과 그래프도 등장한다. 정약용이 백남준과 만나고 공각기동대가 교과서와 만나기도 한다.

여기서 학교 성적을 좌우하던 기억력은 별 쓸모가 없다. 문제는 분야와 매체와 갈래를 넘나드는 사고력이다. 그것도 ‘사실→추리→비판→창의’로 이어지는 종합적인 사고력이다.

연관된 대상의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표현하는 사람이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다. 따라서 과목과 분야, 매체의 경계를 파괴하는 사고의 유연성이 통합적인 사고의 핵심이 된다.

통합적인 아이로 키우려면 무엇보다 아이의 생각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아야 한다. 앎은 깨달음이다. 그것은 자기가 읽는 만화에서, 길을 지나는 강아지에게서도 얻을 수 있다. 그렇게 얻은 앎은 지식이 아니라 지혜요. 자기세계가 돼 활용이 가능하다.

아이들의 가장 큰 불행은 앎을 학교와 학원에서만 이뤄진다고 확신하는 그 믿음이다. 지식과 성적을 물어보는 것 보다 서로의 삶을 얘기하고, 드라마 인물을 함께 비판하는 것이 오히려 수학공식 하나를 더 외우는 것보다 나을 때가 있다.

만일 내 아이가 책을 읽으면서 눈물을 보인다면 그것으로 만족했으면 한다. 지금 그 아이는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세상을 담고 있는 중이니까.

문의 1688-8214

기고/ 최은희 원장 (사)대한논리속독학회 영통교육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