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은 오는 12월 대선에서 대통령 할 사람이 너무 많아 시끌거리고 텔레반 인질사태는 썬글라스에 가린 의혹덩어리가 꼬리를 물고, 가짜 학벌에 가짜 박사는 전염병 번지듯 이곳 저곳에서 터져나오고…. 어떻게 돌아가는 세상인지 속된말로 요지경 속이다.
그러고 보면 학력위조는 그전에도 또 예전에도 있었다. 80년대 학력 위장취업은 오히려 훈장처럼 자랑스럽게 떠돌고 있었다. 양심의 선택에 대한 문제였기 때문에 그런 학력위장 세태는 오히려 눈물겨운 감동도 있었다.
문제는 거짓말이다. 거짓말을 앞세운 양심은 고상하고 우아한 신분상승의 달콤한 유혹에 빠져들었고 한번 내뱉은 거짓말은 사회 전체에 영원히 치유될 수 없는 상처를 더욱 짙고 깊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외손뼉이 소리낼 리는 없지만 학력중시 사회풍조에 모든 죄를 덮어 씌우는 것도 옳지 않은 처신으로 보인다.
거짓말은 거짓말이다. 철저하게 자신을 속이고 사회를 속임으로 해서 얻은 그 달콤하고 우아한 열매를 이제 와서 억울하다고 자신은 전혀 그럴 의사가 없었다는 등 변명을 해봐야 그야말로 거짓말의 성찬일 뿐이다. 한 지방 언론사에서 학력위조에 관한 자진신고센터를 개설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이제는 지겹다. 오늘은 누구고 내일은 또 어디서 불거져 나올 것인가…. 그렇게 연일 터지는 학력위조범의 양심선언도 차츰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예계에 모든 상처를 떠넘기고 정·관계를 비롯해 재계 학계는 오히려 이런 병리현상을 즐기고 있는것 아닌가 싶어서 하는 말이다.
문화예술계에서 비롯된 허위학력 파문이 이제는 대중연예계로 중심이동을 끝마친 것처럼 보인다. 그토록 점잖고 위엄있는 감투쓴 사람에게는 해당이 없다는 것인지 그것도 궁금하다.
한참 지난 얘기지만 S시 어느 국회의원은 국졸 학력을 고졸이라고 속였다 해서 6개월만에 금배지를 떼어 놓았다. 이런 경우는 오히려 연민이 앞선다. 그러나 그때는 그렇게 큰 파문이 많지 않았다. 국졸이나 고졸이나 거짓말 하는데는 동의하지만 지금처럼 그야말로 이만큼 부풀린 허위학력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쨋거나 학벌위주와 도덕적 해이의 결과다. 이미 가짜 학력의혹이 제기 되었음에도 이를 눈감아 주려던 풍조도 우수운 일이지만 입 꼭 다물고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 이들이 더욱 가증스럽다. 평생 양심의 가책을 받고 불안하고 조마조마하게 인생을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차제에 일부 연예인들이 아닌 정치권을 비롯한 다른 분야에도 고백성사라는 양심선언의 신선한 바람이 불어줬으면 하는 기대를 갖어 본다.
언론에서 너무나 가파르게 몰아 붙인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없지 않지만 그건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나름대로 이유나 사정이 인정된다면 그건 또 무슨 코메디가 될 것인가. 본인이 먼저 털어 놨어야 했다. 나름대로 그 허위학력으로 돈을 벌었나, 벼슬을 했나는 항변도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이건 양심의 문제이다. 거짓말로 인생을 살아왔다는 얘기다. 어떤식으로 변명한다 해도 거짓말은 거짓말일 뿐이다.
한가지 더 사족을 붙인다면 대중 연예인들의 가십거리로 이 문제를 호도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자칭 지도층 인사들이 먼저 솔선해서 양심선언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이 지겹던 여름과 함께 혼탁한 이 사회의 깊은 상처를 씻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