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영통구 매탄동에 자리를 잡은 삼성전자와 장안구 조원동의 한일합섬(현재 한일타운 단지), 정자동의 SK 케미컬(선경합섬)을 비롯해 수원지역엔 수도권 남부를 대표하는 주요 기업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IMF 구제금융시대를 지나며 경영 악화와 신규 투자 억제와 같은 수도권 규제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속속 지방으로 이전하고 있다. 수원 지역에 자리한 기업들이 이전하면서 시 재정 확충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시의 자립 기반이 약화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대기업 속속 지방으로 이전, 혹은 폐업
삼성전자의 경우 1997년부터 백색가전 생산라인이 부산과 광주로, 2003년부터는 해외로 이전하면서 연구 개발 인력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는 실정이다.
1997년 생활가전 냉장고 라인이 광주로, 2003년엔 캠코더 생산라인이 이전했으며, 2004년엔 세탁기와 에어컨 생산라인이 광주로, 전자레인지 라인이 말레이시아로 이전했다.
1975년부터 브라운관(CTR) 유리 제품을 생산한 삼성코닝은 LCD와 PDP 디스플레이가 각광받으면서 적자 규모가 늘어나 2006년 수원사업장의 생산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지방과 해외로 이전했다.
삼성 디지털 생산라인도 아산 탕정으로 이전했으며, 삼성전자의 협력업체들도 속속 이전에 동참하게 됐다.
특히 삼성전자의 대표적인 협력 회사인 이랜텍은 2005년 당시 700억원의 자산과 연간 2천억원의 매출, 종업원 수만 해도 550명 규모인 중견기업이었다.
동탄으로의 이전을 추진했다 다시 수원으로 돌아올 것으로 알려진 이랜텍이 이 지역에 자리를 잡고 유지할 것이라고 낙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삼성 계열사가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협력사들도 물류비용 절감, 매출 유지 등을 위해선 이전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다.
또, 1969년 선경합섬으로 출발해 수원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인 장안구 정자동의 SK 케미컬역시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이 지역에 주거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1975년부터 가동해 1996년 폐쇄된 한일합섬 수원공장은 선경합섬과 함께 수원을 수도권 섬유산업의 중심으로 이끌면서 종업수만 1천100명에 달했던 대규모 사업체였다.
이들 대기업의 생산공장이 수원에 자리하는 동안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한 마디로 “20세기 수원 경제는 한일합섬과 삼성이 먹여 살렸다”라는 말로 표현될 정도였다.
김용서 수원시장은 평소 “삼성만 해도 수원시로 징수되는 시세(市稅)의 50%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해, 이들 기업이 수원시 재정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인계동과 매탄동 일대 상가 관계자는 “과거 삼성전자 근로자의 월급이 지급되는 날엔 일대 식당과 상가가 대목을 맞는 풍경이 빚어지기도 했다”고 말할 정도이다.
● 산업구조 재편으로 근로자 수도 감소
수원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수원지역 중소기업체 수는 2006년 783곳에서 843곳으로 60곳이 늘었다. 반면 종업원 수는 2006년 1만5천545명에서 1만4천510명으로 1천35명이 감소했다.
종업원 감소 현상은 50명 이하 중기업에서 두드러지고 있는데, 21~50명 규모 기업은 531명이(12개 기업 감소), 51~100명 규모는 547명(6개 기업 감소), 101명 이상은 278명이 감소했다.
즉, 20명 이하 소기업 수만 증가했을 뿐, 중기업은 기업체와 근로자 수 모두 감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경우 연구 개발 센터로 재편되면서 연구인력만 2만여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대부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에서 출퇴근하고 있는 실정이다.
수원시청 기업지원과 관계자는 “기업수나 공장수가 다소 증가하고 있지만, 근로자 수는 감소하고 있다”며 “이는 공장 생산라인이 자동화 설비로 대체되고, 신규 시설 투자 규제, 첨단 고부가가치 R&D 산업구조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수원지역의 제조업종에서 전기, 전자 부문의 비율이 64.6%를 차지하고 있어, 산업구조가 IT, 벤처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나타내 주고 있다.
● 베드타운 전락, 500억 이상의 경제적 손실 우려
이같은 기업의 지방 이전 현상을 개선하기 위해선 대기업의 공장 신증설 허용과 공장총량제 폐지 등 각종 기업 규제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수원상의는 도가 지난달 7일 인수위에 건의한 ▲국내 첨단 대기업 공장 신증설 전면 허용 ▲공장총량제 등 폐지 ▲외국 투자 기업 신증설 전면 허용 등 각종 기업규제의 과감한 철폐를 제시했다.
한일합섬 부지엔 5천300여 세대의 한일타운이 들어서는 등 수원 지역 대기업이 떠난 부지에 7천여 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선데다, 정자동 SK 케미컬 부지 역시 주거단지 개발을 앞두고 있다.
2005년 수원상의는 대기업을 포함한 기업체와 축산연구소 등 모두 1천600여명이 근무하는 10곳의 공공기관 이전으로 수원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손실이 500억원 이상인 것으로 분석했다.
수원상공회의소 김재휘 과장은 “공장부지들이 주거단지로 개발되고, 베드타운화되면서 수원이 생산도시에서 서비스업 도시로 재편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첨단 산업단지 유치로 경기 남부 산업 클러스터 형성
최근 2단지 분양신청을 마친 고색동 지방산업단지와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광교테크노밸리 등 정보기술(IT), 생명공학(BT), 나노기술(NT)가 결합된 첨단 산업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해 활로를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진표 의원(영통구, 대통합민주신당)은 태장동, 곡반정동 일대와 화성시 태안·동탄, 용인 기흥 일대 360만㎡(디지털), 성균관대 수원캠퍼스·화성 향남제약단지 등(바이오), 서울농생대·농천진흥청 이전적지 830만㎡을 바이오 클러스터 거점으로 키우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수원비행장을 이전해 생기는 890만㎡ 부지에 첨단 IT단지를 조성한다면 약 2천만㎡ 규모의 한국형 실리콘밸리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관련기사 본보 2007년 9월 18일자 보도)
여기에 총선을 앞두고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전 논의가 뜨거워지고 있는 수원 비행장 부지를 활용해 첨단 산업 단지로 조성해야 한다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