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분양 아파트가 사상 최대인 12만세대를 넘어선데다 건설 원자재값이 폭등하면서 주택건설업체들이 휘청이고 있다. 이런가운데 수원지역에서 올해 내놓은 1천600여세대 아파트도 미분양이 속출하는 등 적체현상이 심화되면서 건설업체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 미분양 눈덩이… 100여세대중 1세대만 분양된 아파트도
금융감독원 및 건설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원지역에서 분양한 5개 단지 1천616세대 중 1천578세대(97%)가 미분양됐다. 팔달구 인계 희성연인아파트는 112㎡ 규모(지하2층~지상20층 2개동) 114세대 중 단 1세대만 분양됐다.
장안구 조원 KCC건설이 내놓은 광교산 스위첸은 218세대 중 206세대가 미분양됐다. 임광토건이 선보인 조원 광교산 임광그대가도 80㎡~152㎡ 482세대 중 451세대, 망포2-1구역과 4-1구역이 각각 268세대(총 270세대)와 510세대(총 532세대)가 미분양으로 남았다.
여기에 지난해 분양에 나선 16개 아파트단지에서 총 4천496세대가 쏟아져 나왔지만 계약을 성사시킨 물량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다.
지난해 12월 청약에 나선 수원 영통 1블록 ‘임광 그대가’는 85 ~214㎡ 규모 602세대 중 537세대(89.2%)가 미분양됐고, 화서동 동문굿모닝힐도 110.342~ 143.194㎡로 293세대 모집에 187세대(63%), 망포동 센트럴하이츠도 549세대 중 531세대(96%)가 남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KCC건설 분양 관계자는 “조망권이 뛰어난데다 분양가도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해 전체 공급물량 중 60%가 빠진 상태”라고 밝혔다. 다른 분양사들도 청약마감 이후 대부분의 물량이 소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분양사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망포동 S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미분양 적체심화로 수요자가 왕인 시기에 분양가가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높은 아파트를 사들이겠냐”며 “건설업체들이 무이자후불제 등 각종 묘안을 내놓아도 수요자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미분양이 소진되기도 전에 다음달 신창건설이 망포동에 133~179㎡ 420세대 분양을 시작으로 연말까지 17개 단지 총 7천983세대가 줄이어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 철근 등 원자재값 급등에 심각해 지는 자금난
이처럼 건설업체들이 분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다 최근 건설원자재값 상승으로 울상을 짓고 있다. 이미 분양가가 결정된 상황에서 원자재값 폭등으로 애초 계획했던 수익율을 현저히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모 건설업체 관계자는 “연초부터 철광석과 시멘트, 목재 등 등 수입 건설원자재 값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며 “철근이 톤당70만원선으로 지난해(톤당 46만원선)에 비해 무려 50%나 올라 건축비용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고 하소연 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미 분양가를 선정, 분양한 터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 파동이 재연된다면 겉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당연히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지만 그나마 자회사 등 원자재 조달이 가능한 건설업체들은 덜한 편”이라고 귀띔했다.
국제 원자재가 불안의 불똥이 건설현장으로까지 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수도권 일대 시멘트 유통가격이 5만3천원~5만7천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1% 정도(6천원) 상승했고, 레미콘 공급가도 현재 ㎥당 4만7천원에서 10% 내외로 올릴 예정이다.
철근 및 철판 값이 뛰면서 고철값도 지난해 1월에 비해 12만원 오른 36만원으로 1년새 50%나 올랐다. 유가도 크게 오르면서 덩달아 마감재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나온다.
줄줄이 건설 원자재 값이 오르면서 건설업체들은 공사비 및 분양가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불안감이 팽배, 줄줄이 부도위기감마저 감돌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가운데 은행연합회와 6개 시중은행이 참여한 태스크포스(TF)가 미분양 등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건설업체들에 채권과 대출의 만기를 최대 1년까지 연장키로 해준다고 20일 발표, 숨통을 트일 수 있게됐다.
태스크포스는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건설회사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다”며 “이른 시일 안에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금융회사로 위험이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 자율협약을 추진하게 됐다”고 추진경위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