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챙겨, 말벗 생겨, 취미도 즐겨 ‘일석삼조’ “일하는 노년, 삶의 활력입니다”

수원 시니어클럽 문화유산해설사 ┃ 유재하2006년부터 서둔동 항미정 문화유산해설 맡아

▲ 지난 12일 서호천 인근 항미정에서 시니어클럽 문화유산 해설사 유재하 씨가 시민들에게 향토 문화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추상철 기자 gag1112@suwonilbo.kr

60대라는 나이. 아직 일할 수 있는 젊은 나이임에도 정년 퇴임·명퇴 등으로 ‘일자리 수명’이 짧아지면서 경로당 어르신 대접받는 것이 쑥스럽기만 하다. 우리나라도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노인 일자리 문제 등이 대두되고 있다.

예전의 경로당 어르신 이미지를 걷어내고 문화유산해설사로 새 삶을 살고 있는 유재하(62) 씨를 만났다. 봄기운이 무르익은 12일 오후 서둔동 농촌진흥청 뒤편 ‘항미정’에서 그는 산책 나온 80대 어르신들에게 서호 저수지와 항미정의 역사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낙조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서호는 석양에 비치는 여기산의 그림자가 미인의 눈썹 모양과 같이 곱다하여 유래됐습니다. 예전에 소동파시에 ‘서호는 항주의 미목’이라고 읊조리는 데서 따온 것이 바로 항미정이라 불린 거지요.”

유 씨는 경기도 기념물 200호인 축만제를 쌓아 만든 서호의 초입에 위치한 항미정은 정조대왕이 내탕금(비자금)을 털어 직접 축조한 인공 호수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6년부터 항미정의 문화유산해설을 맡고 있는 유 씨는 1주일에 2번씩 3~4시간 동안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말벗이 되곤 한다. 여러 방면의 사람들과 대화를 위해선 해설은 기본이고 시사나 문화, 정보에도 능해야 한다. 더러는 수원토박이들이 방문할 때면 오히려 그분들의 옛 이야기 듣는 재미도 쏠쏠하단다.

33년 동안 다닌 직장에서 전산·세무회계 업무를 담당하는 고위 간부였던 유 씨는 지난 2003년 정년퇴임했다. 앞으로 남은 여생을 어떻게 살아야할까 고민하던 찰나 수원여자대학교에서 진행하는 수원시니어클럽 은빛문화유산해설이 눈에 들어 온 것이다.

노인층의 자립과 자활을 위한 노인인력지원기관인 시니어클럽과 수원시가 노인일자리 창출을 위해 마련됐다. 관광객들에게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만큼 고학력자 중심의 어르신들 20여명이 활동 중이다.

유 씨는 “건강도 챙기고 말벗들도 생겨 기쁘다”며 “혼자 있을 때 독서할 기회도 늘어나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자랑했다. 한 달에 20만원 가량의 용돈도 생긴다.

이들은 세계문화유산 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부족한 관내 효행공원, 지지대공원 등 향토문화재를 알리고 지키는데 일조하고 있다. 유 씨는 “나처럼 노년의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 어렵지만은 않다”고 귀띔했다.

문화해설에 대한 교육을 수료하면 어르신 누구나 해설사가 될 수 있다. 다만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올해 수원시가 1천2명의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할 계획이지만 늘어난 노령인구 탓에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시 관계자는 “올해도 지난해에 비해 160여명 이상의 어르신들에게 혜택을 드리고 있다”며 “고령화 사회에 발맞춰 점차 그 수요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