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한 공사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이모(56) 씨. 아직도 쌀쌀한 3월, 매일 새벽 4시에 눈을 떠 5시 전에 어김없이 팔달구 K인력사무소로 출근도장을 찍는다. 이 씨와 함께 매일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은 족히 70~80여명에 이른다. 작업반장이 호명하는 30~40명을 제외하면 다시 집으로 돌아 가야할 사람들이다. 다행히 건장한 체격의 이 씨는 일을 굶지 않고 나갈 수 있는 편이다. 5년 전 다니던 금속제조공장이 부도나면서 마땅한 기술이 없어 공사판을 전전하게 됐다.
이씨가 아침 7시부터 일을 시작해 저녁 7시까지 점심과 잠깐의 휴식시간을 빼곤 꼬박 12시간을 일해 받은 하루 일당은 6만원. 이중 인력사무소 소개비 10%(6천원)를 떼고 차량운송비 4천원을 제외하면 손에 쥐는 돈은 5만원 남짓하다.
눈·비 등 기상조건이 좋지 않거나 호명되지 않으면 공치는 일을 제외하고 이씨가 일하는 날은 한 달에 적게는 20일에서 많게는 25일 정도. 야근수당 등을 포함하면 한 달에 130만~140만원의 돈이 들어온다. 4식구가 먹고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때문에 부인도 식당일로 맞벌이를 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 씨는 지난해만 해도 수입이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했다. 하루 일당이 7만원을 웃돌았다. 동탄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많은 인력이 투입돼 일거리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됐다는 것이다. 자체 공사 인력이 투입되는 광교신도시 개발은 이씨에겐 ‘먼 나라’ 얘기일 뿐이다.
최근 서울 등에서 일당 5만원의 싼 일용직 노동자들이 투입되면서 노임단가도 낮아진데다 근무시간도 연장되고 있는 추세다. 고용주 쪽에서야 반길 일이지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일용직 노동자로선 죽을 맛이다.
권선구 I인력 관계자는 “물가가 오르면 경기가 불안하단 것을 의미한다”며 “인력시장의 노임은 오히려 물가상승에 역행하는 것이 보편적”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기업에 속한 일용직 노동자들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매일 일감을 찾아다니지 않아도 되고 일당도 7만원 이상 보장된다. 건설 기능공들은 분야에 따라 보수도 천차만별이지만 최하 10만원 선은 거뜬하다. 하지만 요즘 같은 불경기에 일감이 없어 쉬는 것은 별반 다르지 않다.
소속 일용직 노동자의 경우 영치금 형태의 ‘쓰메기’라 불리는 제도를 둬, 공사일 수의 일정 부분을 그만둘 때 돌려주는 편법을 쓰고 있어 더욱 생활이 궁핍해지고 있다고 한 일용직 노동자가 귀띔했다.
수원지역 인력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 하반기부터 인력시장이 축소돼 올해는 지난해의 4분의 1수준이다. 일례로 하루 100명의 인력이 투입되던 것이 요즘은 운 좋은 25명 정도만 일감을 구한다. 실직자 등이 늘어 인력은 남아돌고 있는 반면 건설현장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 일반 ‘막노동’ 노임단가도 7만원에서 6만원~6만5천원으로 떨어졌다.
건설 원자재 값이 천정부지 치솟고 있는데다 꽁꽁 얼어붙은 건설경기 탓에 공사 인력시장도 불황을 겪고 있다. 권선구 D인력 관계자는 “IMF때 일용직 노임이 지금의 노임수준과 같다”며 “10여년째 제자리인 공사부문 노임만으로도 건설경기 악화를 뼛속까지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향후 전망에 대해 S인력 관계자는 “MB가 경기부양책을 편다 해도 건설 등에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나려면 1~2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며 “가파른 원자재 값 인상이 건설부분 전역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우려했다.
한편 재경부등록 원가계산 전문가격조사기관 (사)한국물가정보에 공개된 2008년도 공사부문 노임단가를 보면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전박적으로 노임단가가 소폭 상승한 가운데 벽돌 제작공 및 도배공 등 일부 직종에서는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