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엔 위로, 유족·조문객에겐 평안”

수원시시설관리공단 연화장 ┃ 김형인화장장서 수원시립합창단 ‘찾아가는 음악회’ 열어

지난달 24일 오전 11시께, 수원시 팔달구 이의동 수원 연화장 내 승화원(화장장)에서 때아닌 산 너머 남촌에는~”으로 시작되는 소프라노의 고음이 숙연함 속에서 퍼져 나왔다.

노랫소리를 따라가 보니 로비에는 그랜드 피아노가 놓여 있고 의자를 빼곡하게 채운 조문객들 앞에서 17명의 수원시립합창단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뒤쪽에 서서 이를 지켜보는 한 남자, 역발상으로 화장장서 음악회를 기획한 수원시설 관리 공단 장묘 환경팀장 김형인 씨다.

“어떻게 하면 조문객과 유족들이 화장이 진행되는 1~2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보낼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떠올랐어요.”

연화장은 매일 1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한다. 사람들은 화장이 진행되는 시간 동안 승화원 곳곳에 있는 게시물과 전시물들을 꼼꼼하게 읽어볼 정도로 달리할 일이 없다.

“따로 관객을 동원할 필요도 없고, 로비에 있는 의자 더 가져다 놓고, 현수막 하나만 주문해서 걸었어요, 음악회 총 비용이요? 현수막 제작비용 4만원이요.”

김 팀장은 합창단이 준비해온 공연 리스트를 꼼꼼하게 챙겼다.

공연예정인 ‘남촌’, ‘목련화’, ‘내 마음의 강물’, ‘Pie Jesu’, ‘Ave Maria’, ‘Panis angelicus’ 총 6곡 중 김 팀장은 경쾌한 곡을 주문했다. 지휘자가 “정말 괜찮겠냐”고 되물었다.

“여기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이에요, 죽음만 있는 건 아니죠, 생각하시는 것만큼 어둡지 않아요. 사람들이 가진 어둡고 음침한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것도 제 임무고요. 곡들이 너무 어둡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밝아도 상관없고, 종교적 색깔이 있어도 괜찮아요, 요즘 시민들 그 정도 문화 의식은 있잖아요”
결국 이 날 공연은 경쾌한 ‘나물 캐는 처녀들’과 ‘우리들은 미남이다’가 급조돼 간단한 율동까지 곁들여졌다.

김 팀장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연화장 내 승화원과 장례식장·추모의 집(납골당) 등 야외공간에서도 크고 작은 연주회를 할 계획이에요. 유족과 조문객들에게도 평안과 위안이 되길 바라고 2만여 영혼들에도 위로가 될 거라 생각해요”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