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곳에 있기에 미처 그 아름다움을 눈치 채지 못했다. 그저 수원화성의 한 부분으로 존재했던 수원화성의 4대 문 중 하나일 뿐이라고….”
어린이날인 5일 밤 9시 창룡문 인근 사거리 인근 갈대밭. 빚과 성곽, 자연이 빚어낸 창룡문의 오묘한 매력에 가던 길을 멈춰선 이영인(39·팔달구) 씨 가족들은 한참을 바라보았다. 낮과 밤이 공존하는 창룡문의 야경은 아름다웠다. 오랜 역사를 안은 성곽의 빛깔은 그윽한 조명과 어우러져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런 아름다움을 간직한 문을 정통으로 가로지르는 도로가 바로 창룡문길이다. 우리나라에서 성문을 자동차로 통행할 수 있는 곳이 또 있을까.
수원과 용인을 잇는 43번 국도 중 교통정체가 가장 극심한 곳, 중심에 위치한 도로다.
화성행궁이 있는 팔달구 종로 삼거리에서 영통구 이의동 시계(수원시 폐기물처리사업소 인근) 간 4.766㎞ 구간의 이 길은 창룡문의 이름을 따다 길이름으로 붙였다. 본래 창룡은 곧 청룡으로 풍수지리시상 좌청룡 우백호의 동쪽을 의미한다 해 ‘동문로’로 했다가 개칭한 것이다.
조선 제22대 왕(재위 1776~1800)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현륭원(융릉)으로 이장하면서 수원 신도시를 건설하고 성곽을 축조했다. 이때 능원에 참배할 때 머물던 곳이 화성행궁이다. 창룡문길의 시발점이자 행궁앞 광장조성사업이 한참 진행 중인 화성행궁을 지나면 수원천이 흐르는 매향교를 건넌다.
매향교를 중심으로 주변 수원천에는 얼핏 보아도 옛날식 ‘통닭집’들이 예닐곱 군데나 들어섰다. 따뜻해진 날씨 탓에 출출한 가족단위 산책객들이나 넥타이를 살짝 풀어헤친 40대 중년 남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꽤나 정겨워 보인다.
옛 남향동주민센터와 수원남부경찰서 동문지구대를 지나 창룡문까지 약 800~900m 구간은 왕복 4차선 도로다. 세계문화유산인 화성 안쪽에 위치해 각종 개발 제한지역으로 묶여 대부분 건물들이 낮고, 노후돼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등의 이유로 개발여론이 높은 곳이기도 하다.
창룡문 옆은 관광안내소와 석궁체험장이 마련돼 있어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린다.
지난 1975년(정조19년) 10월 완공한 창룡문은 한국전쟁(6.25) 당시 문루가 파괴되었던 것을 1976년 중건했다. 성문을 보호하기 위한 옹성을 반달 모양으로 쌓았는데 장안문, 팔달문과 달리 한 쪽을 열어 놓았다. 옹성 안 홍예문 좌측 석벽에는 성문 공사를 맡은 사람들과 책임자들을 기록한 ‘공사실명판’이 새겨져 있다. 화성축조 당시 그 유명한 정약용의 거중기가 사용됐다.
43번 국도와 1번 국도가 만나 가장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는 창룡문 사거리를 지나 연무중 사거리까지는 왕복 6차선으로 넓이가 늘어난다. 이 일대는 연무중을 비롯해 창룡중, 우만초 등 학교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영동고속도로 수원IC와 연결된 이 도로는 연무중 사거리 이후부터 왕복 8차선이다. 우만 주공 3·4단지를 지나 용인 방면으로 광교산 산자락에 경기지방경찰청이 우뚝 솟아 있다.
수원외국어고등학교와 장애인종합복지회관을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보면 경기대 후문 입구가 나온다. 한참 택지개발사업이 펼쳐지고 있는 광교신도시 일대로 주변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큰 곳이다.
특히 경기도가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영동고속도로 수원IC 인근에 세운 광교테크노밸리(28만4천여㎡)에는 현재 경기바이오센터와 차세대 융합기술연구소 등이 입주, 활발한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창룡문길이 끝나는 곳이자 용인시와 경계지역에 놓인 수원시재활용사업소는 광교신도시 개발로 수원시연화장 인근으로 이전된다. 내년 10월 완공할 예정이다.
현재 시 경계를 지나 상현동 일대도 광교신도시 개발에 포함되면서 향후 수원시 편입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광교신도시 전체 개발면적 1천128만㎡ 가운데 용인시 행정구역인 상현동 일대는 1천347천㎡(약 12%) 정도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