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뉴스 앵커들은 앵무새처럼 말한다. “국제원유가가 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배럴당….” 이제 우리에게 국제 원유가가 매일 신기록을 갈아 치우는 것은 더 이상 new-s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 같은 뉴스가 매일 되풀이되는 까닭은 기름 값이 그만큼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배럴당 200달러 시대도 코앞이라고 말한다. 한정된 석유자원을 높고 자원확보경쟁에 투기자본까지 가세한데다 주요산유지대인 중동에 대한 미국의 입김이 잘 미치지 않으면서 수급조절이 안 되는 것을 원인으로 들고 있다.
전 세계는 지난 100년간 대체 에너지 개발을 위해 노력했으나 아직 석유만큼 경제성과 안전성 좋은 에너지원으로 활용이 크지 않다. 더욱이 대체에너지개발은 물론 석유자급률이 미비한 우리로서는 요즘의 기름 값 고공행진이 무겁게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다가올 위기의 서막이라면 지나친 표현일까.
아무튼, 기름 값이 내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국가 경제는 물론 개인도 가계운용계획을 고유가시대에 대비 재편성해야 할 시점임이 틀림없다.
● 서민 발목 잡는 경유가격 폭등
팔달구 종로 주유소의 오늘(22일 기준) 휘발유와 경유의 가격은 각각 1천785원과 1천775원으로 10원 차이가 난다. 이는 지난 5일 휘발유 1천680원과 경유 1천620원으로 60원의 격차가 났던 것에 비하면 두 가격의 폭이 좁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1월 5일 휘발유 1천335원과 경유 1천95원. 240원 격차와 비교하면 갈수록 폭이 더 좁아진다.
지난 2005년 4월 5일 휘발유 1천359원, 경유 967원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1.3배, 경유는 1.8배가 올랐다.
경유 가격과 휘발유 가격의 차이는 앞으로 1~2일은 가격이 같거나 20~30원 정도의 차이를 보이겠지만 시간이 더 지나면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앞지를 전망이다.
정유사들이 주유소에 공급하는 경유를 휘발유보다 비싼 값에 공급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GS칼텍스 정유사는 지난 21일부터 휘발유보다 경유를 34원 높게 공급하고, SK에너지는 22일부터 경유가 휘발유보다 30원 높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 ‘경유값 폭등’ 신규, 중고차시장에도 직격탄
경유값의 상승은 자동차 매매 시장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쌍용 자동차 영업팀 관계자는 “경유 차량의 판매가 최근 작년 대비 30~40% 줄었다”고 전했다.
대우 자동차 영업팀 관계자도 “월 판매량 중 경유차와 휘발유차 판매 비율이 5:5에서 4:6 정도로 엇비슷했었지만 요즘은 2:8로 극명하게 갈렸다. 경기가 얼어붙어서 전체 판매량 자체가 줄었다”고 말했다.
덧붙여 LPG 차량 판매는 40% 올랐으며 LPG 차량에 관한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고 전했다.
중고차 시장도 마찬가지다.
고색동 중고차단지 딜러 J모 씨는 “기름 값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던 작년 대비 경유차의 판매량이 50% 떨어졌고 시세도 30% 하락했다. 그나마 신형만 팔리고 있을 뿐 구형은 아예 팔리지 않고 구매자가 드물어 매물을 내놓아도 3개월 정도는 기다려야 주인을 만난다”고 전했다.
● 유사경유 등 가짜에 목숨 거는 생계형 화물차… 유류세 더 낮춰야
화물 트럭을 운전하는 최모(42·서울) 씨는 “더러 동료가 기름 값 아낀다고 등유와 가짜 기름을 좀 첨가해서 넣는다. 나는 아직 목숨까지 걸고 싶진 않다”고 전했다.
한국석유품질관리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등유나 적합하지 않은 원료를 자동차에 주유한다면 단기간 내에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지만 부품이 손상되고 엔진이 망가져 엔진을 교체하게 되며 안전운전에 큰 위협을 받는다”고 전했다.
기름 값을 아끼려는 심리에 세녹스 등 유사휘발유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리터당 900~1천200원으로 훨씬 값이 싸기 때문이다.
화물차를 운전하는 방모(38) 씨는 “기름 값이 너무 비싸서 남는 게 없다. 유류세라도 낮춰달라 했더니 주유소 가격판 보니 50원 내렸더라. 우리 같이 기름밥 먹고사는 사람들은 어쩌라고…. 대운하 파서 물류비용 절약할 생각 말고 그 돈으로 유류세를 낮춰달라 결국 유통비용 증가가 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겠느냐?”라고 전했다.
● 각종 물가상승…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가는 지름길
올 들어 생산자물가는 9.7%(2008년 4월 기준) 올랐고 통계청에 따르면 소비자물가도 (물가 측정 2005년 기준) 8.8% 상승했다. 정부가 52개 품목을 집중관리하고 있으나 기름값 폭등으로 약효가 없다.
국제 밀가, 원자재가, 유가의 상승은 서로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고 서로의 몸값을 올려 서민들을 울상 짓게 하고 있다.
월급 빼놓고는 안 오른 게 없을 정도로 올 들어 각종물가가 큰 폭으로 올라 서민 가계를 옥죄고 있다.
기름 값 상승은 각종 유통비용을 늘리게 되고 장기적으로 모든 소비자가격이 상승한다. 결국 물가상승과 함께 경기침체가 지속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고 있다.
| 기름 값 한 푼이라도 아끼려면대… 대중교통 이용·차계부 꼼꼼히 ● 개인들 절약 외엔 현재로선 묘책 無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뛰는 기름 값에 시민들은 각자 기름 값을 아끼기 위한 행동을 실천하고 있다. 가장 쉽게 사람들이 찾은 해결방법은 대중교통 이용이다. 박우영(54·이목동) 씨는 “능력이 안돼 차를 끊었다. 버스로 출퇴근한다. 이목동에서 매탄동까지 2~3번 버스를 갈아타서 번거롭지만 환승 할인으로 싸고 걷는 양이 늘어서 허리도 1인치 줄었다”고 전했다. 고유가 시대는 시민들에게 자가용 운행을 제한하고 대중교통 이용의 증가를 가져왔다. 자동차 왕국 미국에서조차 고유가에 대중교통 이용자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강남을 오가는 용남고속 관계자는 “워낙 이용고객이 많아서 크게 체감할 수는 없지만 출퇴근 시간대만큼은 전보다 5% 정도 는 것 같다”고 전했다. 수원에서 안산으로 출퇴근하는 이연희(27·영통동) 씨는 동료와 최근 카풀을 시작했다. “월 20~30만 원의 기름 값도 절반으로 줄었고 덤으로 후배가 대리운전도 해준다”고 전했다. 옷가게를 하는 박영선(51·조원동) 씨도 요즘 세 블록 거리에 있는 업소에 걸어다니기 시작했다. “카드를 긁던 습관에 돈 나가는 줄 모르다가 4월 명세서를 보니까 기름 값만 23만 원이더라. 특별한 볼 일 아니고서는 걷거나 창고에 있는 자전거를 꺼내서 타기로 했다”고 말했다. ● 작은 습관과 철저한 차량 정비로 새는 기름 값을 막자! 카플을 할 수도 없고 대중교통은 더더욱 이용할 수 없다면 작은 습관을 고쳐 기름을 절약하자. 이씨는 차계부를 적고 있다. 언제 어느 주유소에서 얼만큼의 기름을 넣고 그 기름으로 얼마나 썼으며 등을 소상하게 기록해 다음 주유 시에 참고하고 있다. “주유소를 못 믿는 건 아니지만 체크 해놨다가 신뢰가 가는 주유소만 이용하게 되고 기름도 절약하게 된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 4월 15일부터 www.opinet.co.kr 에 전국 주유소의 가격이 매일 업데이트 돼 가까운 주유소의 가격을 조회해 싼 곳을 찾아갈 수 있도록 해 단 10원이라도 아끼려는 시민들의 호응이 크다. 자동차 정비사 임모 씨는 “차의 정비를 잘해두는 것도 기름을 아끼는 방법의 하나다. 타이어 공기압이 적당한지 체크하고, 연료 필터도 제때 교환해줘 새는 에너지를 막는다. 또 트렁크를 수시로 비우고 주유 시 기름도 가득 넣지 말고 차를 가볍게 하면 연료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석유 대란은 인류에게 닥친 멈출 수 없는 시련임을 인식하고 오른 물가에 탄식하기보다 줄이도록 노력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