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13일부터 30일까지 수원화성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오각연전'이 열렸다. 오각연회가 주최한 전시회였다. 재현된 수원화성 관련 현판과 축성공사 참여 장인 명패 등이 관람객들을 반겼다.

오각연회는 정조대왕의 효심과 애민정신을 계승하며 전통분야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수원과 인근 지역 작가 5명(우이당 오치균, 소농 손권찬, 일파 김충영, 의당 김원태, 청아 권혜정)의 모임이다.

나는 지금까지 네 차례 정도 전시장에 갔다. 걸어서 5분이면 얼굴을 볼 수 있는 동네 사람이자 (사)화성연구회에서 30년 가까이 끈끈한 연을 맺고 있는 김충영 전 화성연구회 이사장의 작품도 걸려있기 때문이다.

오각연회 회원들의 작품 모두가 탐날 정도로 수준이 높다, 끝없이 이어지는 관람객들의 감탄사가 전시장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그래서인지 수원컨벤션센터에서도 9월이나 10월 중에 앙코르 전시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의를 해왔다고 한다.

오각연회 회원들. (사진=수원일보)
오각연회 회원들. (사진=수원일보)

자주 전시장에 들락거리다보니 작가들과도 낯이 익었다. 우이당 오치균 작가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그가 써준 ‘운현길상(雲現吉祥)’이란 글씨 소품도 받았다. 우이당은 근당 양택동 선생의 서예 제자다. 국가 무형문화재 각자장 이수자이면서 대한민국 현대서예 문인화 초대작가이기도 하다. 수원전통문화관의 진수원과 홍재마루 현판이 그의 작품이다. 광화문·경복궁 건창궁과 대한불교 조계종 현판·주련 등을 공동제작하기도 했으니 가히 국내 정상급 작가라 할 만 하다.

그의 프로필 리플릿 앞면에는 ‘열시미(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누구랑 노느냐가 중요하다’는 각자가 들어 있다. 격하게 공감했다. 백번천번 들어도 옳은 소리다. 열심히 노력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마음이 맞고 선한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과 함께 하면 성취가 빠르고 그 과정도 즐겁다. ‘인간’(人間)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랑 놀고 있는가? 가장 잘 어울려 노는 사람들은 사단법인 화성연구회 사람들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내 오랜 친구지만 까칠하고 낯을 잘 가리는 ㅈ시인도 화성구회 회원들을 ‘사회적 가족’이라며 만남을 기다린다.

화성연구회는 ‘누구보다 화성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다. 어느 단체보다 회원 간의 관계가 따듯하고 끈끈하다. 역사학자, 언론인, 화가, 수집가, 사업가, 사진작가, 교사, 교수, 건축전문가, 문인, 전통무예연구가, 연극인 등 각 분야 전문가에 더해 ‘화성에 푹 빠진’ 일반시민도 여럿이다.

지난 2017년 해외답사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보로부드르사원을 돌아보고 있는 화성연구회 회원들. (사진=화성연구회 카페)
지난 2017년 해외답사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 보로부드르사원을 돌아보고 있는 화성연구회 회원들. (사진=화성연구회 카페)

화성연구회 창립의 주동자는 김충영(전 이사장)·최호운(현 이사장) 도시계획박사다. 둘 다 수원시 공직자 시절 도시계획 일을 했다.

김충영 화성연구회 전 이사장의 말을 들어보자.

“1997년 12월 4일 오후, 수원시청 청내 방송에서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위원회에서 심의 통과됐다는 방송이 나왔다. 다음날 단단히 마음을 먹고 화성 성곽을 안으로 한 바퀴 돌아보았다. 과연 이런 모습으로 국내외 관광객을 맞을 수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래서 함께 근무하는 도시계획 담당 최호운 씨 등이 매주 토요일 성곽을 답사하다가 화성에 관심이 많은 여러 분야 사람들을 합류시켜 정기적인 답사를 진행하게 됐다. 당시 ‘늘푸른 수원’ 김우영 편집주간, 이용창 사진작가, 학예연구사 이달호 박사, 역사학자 김준혁·한동민 박사 등 전문가 들이 합류하면서 반년이 안 되어서 20여 명으로 늘어났다. 최호운씨가 총무 역할을 담당했는데 뒷날 ‘화성을 사랑하는 모임’(화사모)이라는 명칭으로 활동하게 됐다. 1999년에는 회원이 30여 명이 넘어서자 내친김에 사단법인 등록을 추진하자는 의견이 모이면서 1년여 준비 끝에 2000년 7월 21일 발기인 총회를 거쳐 2001년 5월 21일 '사단법인 화성 연구회'가 출범했다.” (출처:수원일보 2021년 1월 18일자)

그동안 화성연구회의 업적도 적지 않다.

‘화성 바로알기 강좌’를 열고 많은 수강자를 배출했으며 '방문교육자 양성' 과정을 개설, 학교를 찾아가는 문화유산교육과 각 단체의 요청에 의한 강좌를 실시, 화성 바로 알리기를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또 문화유산 모니터링과 지킴이 활동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문화재 지킴이단체로서 학교·기업과 함께 지킴이 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화성의 미복원 시설에 대한 조사 및 연구를 통해 바른 복원을 위한 활동도 펴고 있는데 그 중 화성의 사당인 성신사 터를 조사, 푯말을 세우고 고유제를 지내면서 수원시에 복원을 건의, 성신사 복원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지난 4월 8~9일 경남창녕 가야고분군 답사를 하고 있는 화성연구회 회원들. (사진=화성연구회 카페)
지난 4월 8~9일 경남창녕 가야고분군 답사를 하고 있는 화성연구회 회원들. (사진=화성연구회 카페)

2002년부터는 아름다운 성곽도시의 미래를 위해 수원시의 위탁으로 '수원화성도시건축대전'을 개최했으며, 정기학술회의와 화성 관련 자료 발굴과 연구 등 그간의 발표를 통해 축적한 논문과 자료는 화성의 바람직한 보전과 화성학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2017년부터는 ‘낙성연(落成宴)'을 주최해오고 있다.

문화재의 보존·관리, 학술·연구, 봉사·활용 등 세 분야에서 성실하고 창의적으로 일하면서 쌓은 뛰어난 공적을 인정받아 2007 '대한민국 문화유산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국 문화재 지킴이대회도 두 차례나 개최했다.

화성연구회 모임은 매달 열리는데 뒤풀이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기모임엔 못 나와도 뒤풀이 장소에 나타나는 회원은 더 큰 박수를 받는다. 이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사업에 반영된다. 특히 회원들이 가장 좋아하는 답사여행지는 대개 뒤풀이에서 결정되곤 한다.

그러고 보니 한 달에 한번만 만나는 것이 아니다. 관심분야가 같거나,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끼리는 수시로 만나고 있다. 길에서 마주쳐 차를 마시거나 석양주를 기울이는 일도 흔하다. ‘사회적 가족’이라는 ㅈ의 말이 틀리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가 그동안 만난 세월이 어디 한두 핸가? 그러하니 건강하게 오랫동안 만나 놀기 위해 오늘은 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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