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192)] ‘엿 이야기’

정준성 주필

엿과 관련된 재미있는 우리말이 많다.

거기엔 엿의 특징을 연결시킨 속담도 포함된다.

‘엿 먹이다‘는 속되게 남을 은근히 골탕 먹이거나 속여 넘길 때에 하는 말이다.

행동이나 말이 느리거나 길게 늘어진 모양을 표현할 때 ‘오뉴월 엿가락’이라는 말도 쓴다.

몹시 서두르는 사람을 핀잔 줄 땐 ‘솥뚜껑에 엿을 놓았나’라고 한다.

‘장옷 쓰고 엿 먹기’는 겉으로는 점잖고 얌전한체 하면서 남이 보지 않는데서는 좋지 않은 행동할 때 쓰는 북한말이다. ‘뒤로 호박씨 깐다’와 상통한다.

제대로 일 처리도 못하면서 우물쭈물 뭉갤 때 표현하는 ‘조막손이 엿 주무르듯’ 도 있다.

끈덕지게 붙어다니는 모양을 비유하는 의미의 ‘착 달라붙은 엿판대기 같다’.

숨쉬는데 필수인 공기처럼 귀중하지만 그 진가를 잊어버리고 산다는 의미의 ‘엿장사네 아이 꿀 단 줄모른다.’도 있다.

이밖에도 욕으로 간주되는 ‘엿 먹어라’, 갑자기 물건이 없어져서 행방을 물을 때에 쓰는 '엿 바꾸어 먹었니', 입시철 고사장 정문에 붙이는 ‘합격 엿’까지 생활속 감초처럼 많다.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지만 이런 엿을 파는 사람을 ‘엿장수’라 불렀다.

동네 방네 안가는 곳이 없던 엿장수들은 ‘맘대로’가 트레이드다.

빈 병이나 놋그릇, 양은냄비 고철과 바꿔주는 엿의 양이 그때그때 달라서다. 값이 나가는 물건일수록 엿을 많이 줘야 하지만  정해진 크기가 없으니 그랬다.

마음에 들면 엿가락 하나 더 주고, 맘에 안 들면 조금 덜 주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엿을 길게 늘이거나 줄이는 것도 맘대로다.

그러면서 오라는 사람은 없어도 동네 이곳저곳  맘대로 돌아다니며  맘대로 엿을 팔았다. ‘엿장수 맘대로’라는 말이 생겨난 것처럼.

단순 간식 거리로 여겼던 ‘엿’. 그리고 엿을 파는 ‘엿장수’. 그 속에 숨은 언어로서의 강한 생명력을 생각하며 이쯤에서 ‘정치인’, 특히 국회의원들을 한번 떠울려 보자.

어딘지 ‘다른 듯 닮은’ 생각을 갖게 한다.

시중에서는 요즘 야당의 입법독주에 대해 정부 여당 ‘엿 먹이기’표현을 많이 쓴다.

엊그제 대통령이 간호법 거부권을 행사한 날 학자금법을 강행 처리했다.

이외에도 방송법과 노란봉투법 단독처리도 예고하고 나섰다.

그러자 여당은 법안 자체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염두에 둔 ‘꼼수’라며 ‘엿’먹이기도 정도껏 하라‘고 할 정도로 속을 끓이고 있다.

지난 2019년 6월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총장 집무실에 엿 소포 50여개가 배달된 적이 있다.

‘엿 많이 드시고 건강하세요’ 라는 메시지와 함께  호박엿, 가락역, 쌀엿 등 각종 엿이 담겨 있었다.

당시는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가족 검찰수사가 한창일 때였다.

갈등이 고조될 때마다 ‘엿’이 등장하니 참 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