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의 다운타운이라고 말할 수 있는 밀레니엄 길을 오가다 보면 눈에 들어오는 빌딩이 있다. 팔달구 인계동 1124번지 현 주택공사 경기지사가 입주해있는 건물로 외관상으로도 공공기관이나 단순한 오피스빌딩 같지 않은 멋스러움이 풍기는 건물이다. 눈여겨보지 않아도 눈에 들어온다. 고층의 현대적 건물인데도 한옥 지붕의 골격을 연상케 하는 부드러운 선의 빌딩 지붕이 우선 인상적이다. 삼호아트센터(이윤희 이사장, DSD한독건설 대표)는 바로 이 건물의 2층과 3층에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6월 23일에 개관했으니 어느 사이 첫돌을 맞는 셈이다. 수원지역사회에서는 처음으로 기업이 전액출연 무료 초대로 운영하는 문화예술 전용 공간이란 점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민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지난 1년 동안 삼호아트센터가 보여준 성적표다. 장사꾼적 속셈이 아닌 순수한 지역사회공헌활동으로 그 진정성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해온 지난 1년간 활동을 드려다 보자.
● 작지만 옹골찬 무대와 시설… 대기업운영 아트센터 안 부러워
이 빌딩을 DSD삼호그룹이 인수한 것은 지난 IMF 직후 경기은행건물 때다. 이후 중부지방국세청이 입주해 있다가 이사 간 뒤 지난해 주택공사가 새로 입주하면서 당시 회의실로 사용하던 공간이 삼호아트센터의 출발이다.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할 나위 없는 공간활용이다는 판단이 모이면서 창업주인 김 회장의 뜻이 반영됐고 5억원을 들여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나섰다. 공연장, 조정실, 로비, 주차장 등 부대시설까지 합해 총 3천3636㎡ 규모의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최신 방음시설과 총 337석의 규모(보조석 포함 400여 석)의 객석과 소규모이지만 72㎡ 넓이의 무대와 분장실, 이동식 조명라인과 플로어(고정) 조명 세트, 중저음 우퍼를 포함한 스피커 시설을 갖췄다. 또, 32채널 음향 시스템을 비롯해 고정식 카메라와 빔프로젝트, 250인치 스크린과 영상 자막 처리 소프트웨어까지 음향, 조명, 영상 등 공연에 필요한 최신 장비와 시설을 완벽하게 갖췄다.
LG연암문화재단이 5년여 동안 총 공사비 620억원을 들여 2000년 3월 27일 개관한 LG아트센터에 비해 규모 면에선 물론 비할 바가 아니다. 하지만 지역기업이 건립한 중소 규모의 공연장이라는 점이 무색할 정도로 최신시설을 갖췄다.
여기에 LG아트센터나 금호아트센터, 삼성미술관 등 대기업이 세운 문화공간은 유료로 운영되고 있는 것에 비해 삼호아트센터는 전 좌석 무료라는 파격적인 운영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의 새 모델선도
삼호아트센터가 주목받는 것은 지역기업이 외부 지원 없이 연간 10억 이상의 예산을 투자해 한 푼의 수익도 창출하지 않고 운영하는 민(民) 주도의 문화예술사업이라는 점이다.
오늘의 DSD삼호그룹(회장 김언식) 모태가 된 삼호건설을 키워준 지역사회와 지역민에게 보은하는 차원에서 출발한 것이지만 연중 무료공연과 문화예술활동을 통한 기업의 사회적 환원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문화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공연문화를 누리기 어려운 장애시설이나 양로원 등 소외계층과 시간적 경제적 여건 때문에 접하기 어려운 계층이나 집단을 직접 방문해 공연서비스를 하고 있다는 점이 시선을 끌고 있다.
개관 2개월 만인 지난해 8월엔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와 사회공헌 협약을 맺은 것도 이러한 센터 운영방향을 명확히 설정, 제시한 것이다.
DSD삼호의 문화예술활동을 통한 사회공헌활동의 중심엔 삼호아트센터의 ‘찾아가는 음악회’가 중심에 있다.
지난해부터 월 한 차례씩 노인복지시설이나 장애우시설을 찾아 음악을 통한 행복의 전도사 역활을 하는 것이다. 양로원과 노인요양원, 미혼모시설, 군부대, 학교, 시민공원 등 무대와 객석의 의미와 범위를 점차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올해는 공연횟수도 월 2회에서 4회까지 늘릴 계획이다.
특히 삼호아트센터가 다음 달부터 시작하는 ‘관람료 성금제(6면 인터뷰 참조)’도 이런 사회공헌활동과 같은 흐름이다. 관람료 성금제는 공연 관람 후 공연 내용에 만족하거나 감동을 한 관객이 1천원의 관람료를 내고 다시 이를 모아 다시 소외 이웃을 위한 본격적인 지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윤희 이사장은 “삼호아트센터는 철저히 무료 공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기업이 지역에서 이윤을 창출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의 사랑 덕분이므로 다시 사회에 환원하기 위해 아트센터를 개관한 것”이라고 말한다.

● 지역 공연 문화 업그레이드, 싹을 틔우다
무료 공연을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서 공연 프로그램이 다른 유료 공연보다 수준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삼호아트센터의 개관 공연부터 찾아가는 음악회를 주도하고 있는 ‘WMF 좋은 친구들’ 구성원 11명은 모두가 해외 콩쿠르 입상 경력과 음대 교수들로 이뤄진 ‘프로페셔널’ 한 성악인들이다.
이들이 펼치는 공연은 호응을 넘어 관람객의 찬사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삼호아트센터 홈페이지의 공연 후기란에는 이들의 공연에 대해 칭찬의 글이 줄을 잇는다.
이인숙 씨는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삼호아트센터 연주회를 놓치지 말고 관람했으면 좋겠다”며 “수준 높은 연주가들의 연주가 매번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이복희 씨는 “귀에 익은 음악을 첼로공연으로 봤는데 1시간 30분이 즐겁기만 했고, 관객을 위한 배려 역시 감동적이었다”고 적고 있다.
지난해 삼호아트센터가 주최한 정기공연과 찾아가는 음악회, 미술초대전 등 크고 작은 공연, 전시행사는 30여 차례. WMF 좋은 친구의 ‘아주 특별한 음악여행’ 공연을 비롯해 금난새 씨가 지휘하는 경기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Storia in Musica Classica(해설이 있는 음악회)’, ‘작은 오페라(오페라의 주요 부분)’ 등 레퍼토리도 다양하다.
특히 지난해 11월 10일 ‘We can do it!’ 공연은 장애우 음악 단이 출연한 감동의 무대를 선사했다는 평가이다.
삼호아트센터 공연을 거의 매달 빠뜨리지 않고 보고 있다는 김영숙(43·주부) 씨는 “중학생인 딸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수준도 높고 자녀와 함께 편안하게 볼 수 있어 매번 공연이 기다려진다. 삼성이나 LG 같은 재벌그룹이나 문화공헌활동을 하는 줄 알았는데 수원에 있는 DSD한독건설이 하는 것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지역사회 문화창달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