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고맙다, 코로나19 이겨낸 연무시장 젊은 사장

김우영 논설실장 / 시인
광교산 저수지 수변산책로에 만개한 벚꽃. (사진=김우영)
광교산 저수지 수변산책로에 만개한 벚꽃. (사진=김우영)

지난 주말 수원화성 지척거리로 이사 온 정수자 시인을 꾀어 내 벚꽃이 만개한 광교산 저수지 수변 산책로를 걸었다.

팔달산 회주도로에 핀 벚꽃은 낙화가 시작됐지만 광교산은 지금이 절정이다. 아마도 이번 주말이면 꽃비가 내려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사할 것이다.

후배가 운영하는 보리밥집 자선농원에 들러 내 감히 수원서 으뜸이라고 생각하는 청국장에 묵무침을 시켜 간단하게 한잔 했다.

최근 당 수치가 올라 내가 좋아하는 이 집의 휴동막걸리를 마실 수 없어 안타까웠다. 대신 평소에 입에 대지 않았던 소주 서너 잔으로 만족해야 했다.

다시 걸어서 내려오는 길에 나의 50년 지기 최영선 시인이 합류했다. 새 멤버가 등장했는데 그냥 내치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연무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친구의 배도 채워줄 겸 간단하게 한잔 하기위해 두리번거리던 중 보거스치킨이란 상호가 눈에 들어왔다.

아, 그래, 여기였지.

지난 2021년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때 본란에 ‘새해 연무시장에서 만난 ‘착한 임대인’ 현수막‘이란 칼럼을 썼다.

2021년 연무시장 보거스치킨에 걸렸던 현수막. (사진=김우영)
2021년 연무시장 보거스치킨에 걸렸던 현수막. (사진=김우영)

『광교산에서 내려오다가 연무시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예전에 지나오면서 몇 군데 식당을 눈여겨 봐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통닭집에 걸린 작은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착한 임대인 임대료 감사합니다”

“감사이벤트, 치킨 포함 전 메뉴 4000원 할인”

“우리함께 이겨내자! 코로나!”라는 글귀와 함께 그림도 보였다.

아마도 해병대 출신인 듯, 정복 차림으로 힘차게 거수경례를 하면서 고마움을 표시하는 치킨집 주인은 그림 속에서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그 고마운 마음이 전해졌다. 내 눈시울도 덩달아 시큰해졌다. 생각해 볼 것도 없었다. 여기서 통닭에 생맥주나 한잔 하자고 마음먹고 문을 밀었더니 잠겨있다. 아, 아직 문을 열 시간이 안됐구나.

‘착한 임대인 운동’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소상공인들의 건물 임대료를 깎아주자는 움직임이다. 올해 초부터 이 운동이 벌어져 많은 건물주들이 참여했다. 고통을 나누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건물주들이 착한 임대 운동에 동참했고 세입자들의 고통이 다소나마 줄었다.

당시 끝이 보이지 않았던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건물주, 세입자 할 것 없이 힘든 겨울을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과감하게 임대료를 인하해 준 건물주에 대한 세입자의 고마운 마음이 담긴 현수막을 보고 나 역시 가슴이 뭉클했었다.』

 

그러나 위의 글에서 쓴 것처럼 이런저런 사정으로 지금까지 방문하지 못했다.

망설임 없이 가게로 들어섰다. 거의 만석이라서 창가 쪽에 자리 잡았다. 코로나 이후 어찌 잘 버티고 있나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활기찬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환갑이 지난 후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는데 정반대가 됐다. 사촌은 물론이고 이웃, 모르는 이들이라도 잘되고 있으면 내 배가 불러오는 것이다. 파리를 날리고 있는 가게를 보면 내 일처럼 마음이 아프고, 손님들로 북적이는 점포를 만날 때는 내가 돈을 버는 것이 아님에도 기쁜 마음이 든다.

연무시장 보거스치킨. (사진=김우영)
연무시장 보거스치킨. (사진=김우영)

해병대 출신이라는 젊은 사장은 계속되는 주문에도 척척 능숙하게 일을 처리한다.

게다가 음식도 내 입맛에 맞았다. 닭목살소금구이라는 낯선 안주를 시켰는데 일행 모두가 만족감을 드러낸다.

고맙다. 코로나19라는 혹독한 시절을 잘 견뎌낸 보거스치킨을 비롯한 모든 중소상인들.

고맙다. 세입자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임대료를 깎아준 착한 임대인들.

고맙다. 이들과 함께 온기를 나누며 성원해준 마음 따듯한 이웃과 손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