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매향리 주민들이 미군으로부터 차별 속에 살상 실험용으로 활용돼야 합니까? 왜 우리 매향리 촌놈들이 어울리지도 않는 ‘대책위’를 조직해 미군과 정부를 상대로 투쟁을 해야만 합니까?” 88년부터 매향리 미 공군 폭격장 철폐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약하다가 구속됐던 전만규 씨가 피눈물을 흘리며 절규한 법정 진술 중 일부다.
화성시 매향리 고온리 농섬은 1951년부터 2005년까지 54년간 주한미군 공군 폭격훈련장으로 사용됐다. 이 기간 동안 마을주민들의 피해는 극심했다. 공포를 느끼게 하는 소음을 듣는 일은 일상사였다. 전투기의 오폭, 불발탄 사고 등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심했다. 1956년엔 불발탄이 폭발, 어린이 4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굉음으로 발생한 난청, 가축 유산, 주택파괴 등 피해가 잇따랐다.
국가 안보를 위한 일이라며 묵묵히 참았던 주민들의 인내심은 끝내 폭발했다. 1988년 사격장 폐쇄 청원이 시작돼 미군사격장 폐해문제가 공론화됐다. 2000년 오폭 사건이 일어나자 농섬을 제외한 사격장 폐쇄가 발표됐고 2005년 사격장이 모두 폐쇄됐다. 지금은 ‘쿠니사격장’에서 ‘매향리 평화생태공원’으로 변화됐다. 주변엔 화성드림파크(유소년 야구장)와 주차장도 새로 조성됐다.
고온항도 ‘평화의 어촌마을’로 재탄생했다. 수원일보(29일자, 화성 고온항, '평화의 어촌마을'로 재탄생했다)는 고온항이 경기도의 네 번째 어촌뉴딜300 사업인 ‘고온항 어촌뉴딜 사업’ 결과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났다고 보도했다. 지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실시된 이 사업으로 어항안전시설이 정비된 것을 비롯, 쿠니평화마당이 조성됐고, 다목적지원센터 등이 신축됐다. 국비와 지방비 93억원이 투입된 이 사업으로 정주여건이 개선되고 마을소득 창출을 위한 관광기반이 구축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온항 주변 수산물 직판장이 철거됐다. 유통시설 낙후와 오랜 기간 어항 미개발로 기반시설이 약했던 곳이다. 대신 캠핑장, 평화광장, 휴게쉼터를 갖춘 '쿠니평화마당'이 조성됐다. 앞으로 다목적지원센터에서는 바지락을 주제로 한 상품개발, 바지락 카페 운영 등 어촌 6차산업화를 추진해 고온리를 '경기도 대표 바지락 마을'로 부각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비행기 폭격 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오폭·불발탄 사고로 반세기 넘게 고통 받던 전쟁의 상징이었던 매향리 고온항은 이제 평화의 상징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