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동의 視角] 가정의달 5월 '노인 빈곤'을 생각한다

김갑동 대표이사 / 한국지역인터넷신문협의회장

 

'노인빈곤', 오래된 화두다. 하지만 수치가 공개 될 때마다 공분을 산다. 나아지는 것 없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서다. 최근 경기도내 65세 이상 인구가 212만3000명으로 집계됐다. 도 전체 인구 1363만1000명의 15.6%다. 2013년 9.8%에서 10년 사이 5.8%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수치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이들 노인 3명중 1명은 노후준비를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물론 경기도만의 일은 아니다. 그래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부각된다. 이처럼 '늙는 것도 서러운데···' 빈곤까지 겹치니 노후를 맞이한 노인들 삶의 질은 점점 더 피폐해지고 희망은 절망이 돼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노인들의 근로시간은 세계 최장이 됐고 견디다 못한 노인들의 자살률은 OECD 국가중 최고다. 통계청이 지난해 55~79세 고령층을 대상으로 조사를 했다. 이 가운데 3명 중 2명꼴인 68.5%가 계속 일을 하고 싶다고 했고, 평균 73세까지는 일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일을 원하는 이유는 생활비에 보태기 위해서가 55.8%로 절반을 넘는다. 지난해 5월기준 우리나라 고령층 인구는 1548만1000명이다. 2013년 1084만5000명 때보다 40%가 늘었다. 고령층의 경제활동 참가는 물론 고용률도 최고치를 경신하는 이유지만 '일의 질'에 있어선 그야말로 '막장' 수준이다. 

OECD가 최근 공개한 보고서는 더 충격이다. '한눈에 보는 연금 2023'을 보면 한국의 66세 이상 노인 인구의 소득빈곤율은 40.4%로, OECD 회원국 평균 14.2%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소득빈곤율은 평균 소득이 빈곤 기준선인 '중위가구 가처분소득의 50% 미만'인 인구의 비율이다. 

OECD 가입국 중 노인의 소득 빈곤율이 40%대에 달할 정도로 높은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 이를 증명하듯 현재 우리의 노인 소득분포는 은퇴중산층이 198만원으로 33.1%, 상대빈곤층이 125만원으로 가장 많은 39.3%, 절대빈곤층은 101만원으로 17%나 됐다.

이러한 통계속엔 숨은 진실도 있어 더 슬프다. 고령층으로 갈수록 더 가난에 허덕인다는 조사다. 66세 이상 노인 인구 중 66∼75세의 노인 소득빈곤율은 31.4%인데 비해, 76세 이상은 52.0%로 2명 중 1명 이상이 빈곤층에 속했다. 

출생년도별로는 1940년대 전반 출생은 37.2%, 40년대 후반 출생은 31.6%, 1950년대 전반 출생은 19.7%, 1950년대 후반 출생은 13.2%로 일찍 태어난 세대일수록 취약계층 비중이 높다. 그중 여성은 더하다. 성별로 보면 66세 이상 한국 여성의 소득빈곤율은 45.3%로 남성(34.0%)보다 11.3%p 높았다. 

OECD 평균은 남성 11.1%, 여성 16.5%였다. 그러다보니 그나마 기댈 곳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과 강제적 사적 연금 뿐인데 이마저도 소득 대체율이 31.6%에 불과하다. OECD 평균(50.7%)의 3분의 2에도 못 미지는 수치다.

한국의 연금 소득대체율(연금 가입기간 평균소득 대비 받게 될 연금액의 비율)은 31.6%로, OECD 평균(50.7%)의 3분의 2에도 못 미쳤다. 이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과 강제적 사적 연금을 합쳐서 따진 결과다.

노인빈곤은 개개인의 문제를 넘어 동시에 적잖은 사회적 손실을 초래한다.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확대되기 이전에 대책을 세워야 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또 이미 늦었다고 이야기 하는 연금 개혁에 국민의 관심도 집중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노인들을 포함한 국민 다수의 노후와 직결돼 있어 더욱 그렇다. 노인빈곤은 청년세대에게도 불안을 가중시킨다. 미래의 자화상이 될까 두려워서다. 어쩌다 우리나라가 이같은 상황에 처하게 됐는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도 엊그제 영수회담에서 이 문제는 거론조차 안됐다. 연금개혁에 관한 부분도 마찬가지다. 당리당략에 묻힌 노인빈곤 문제. 살아도 산 것 같지 않은 노후를 보내야 할 지 모른다는 혼란스러운 걱정이 인생의 황혼을 옥죄고 있는 가정의달 5월 첫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