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층 노동자에게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적용하도록 하는 건의안이 최근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에게서 나왔다. 동일 임금체계 노동시장에선 고령층이 일자리를 얻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 이 건의안을 낸 이유다.
노인들이 강하게 반발했음은 물론이다.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원 협의회 및 시민단체도 23일 오전 11시 서울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인 최저임금적용제외 건의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을 규탄했다. “사회적 약자이자 노인층에게 최저임금 제외는 생존권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세계 최악의 노인빈곤문제와 차별해소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자회견 중 다른몸들 조한진희 대표는 “노인이 되면 더 많은 돌봄이 필요로 하게 되는데. 정부가 공적 돌봄은 축소하고, 돌봄 서비스를 구입할 수 있는 임금마저 깎겠다는 것은, 노인들을 이 사회에서 사실상 추방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발언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비난이 쏟아지자 국민의힘 시의원들은 해당 건의안을 잠정 유보했다.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노인 빈곤율 평균은 14.2%인데 한국은 노인 인구의 소득 빈곤율이 40.4%다. 회원국 노인 빈곤율 평균의 3배 수준으로 자살율, 최저출산율 등과 함께 부끄러운 1위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를 넘었음에도 말이다.
따라서 노후준비를 하지 못하고 빈곤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많다. 2023년 기준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인구 현황, 경기도의 사회조사 등 65세 이상 노인 관련 각종 통계자료를 분석한 ‘경기도 노인통계 2023’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 노인 비율은 15%를 넘었다. 그리고 노인 3명 중 1명(33.3%)은 노후준비를 하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노후준비가 되지 않은 노인 가운데 59.8%는 준비할 능력이 없다고, 35%는 자녀에 의존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경기도 노인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00만원 미만’이 30.5%, ‘100만~200만원 미만’이 27.3%였다. 전체 57.8%의 노인가구가 월 200만원 미만 소득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통계엔 노인들이 꿈꾸는 노후생활도 들어있다. 취미활동(40.9%), 여행·관광(23.8%), 종교활동(13.7%) 등의 순이었다. 그러나 실제 노후생활은 희망과 큰 차이가 있었다. 취미활동(33.0%), 소득활동(20.5%), 가족돌봄활동(14.5%) 등으로 나타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여유를 갖고 취미생활을 하는 노인은 고작 33%밖에 안됐다는 얘기다. 나머지는 생계를 위해 일을 하거나 가족의 간병이나 손주돌봄 등에 붙잡혀 살고 있다.
고령화 정책은 중요한 사안이다. 누구나 노인이 된다. 누구나 행복한 노후를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각자 노후를 준비해야 하지만 그럴 능력이 안 되는 노인들, 지금도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다 못해 스스로 삶을 마감하는 노인들을 위한 국가의 현실적인 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