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242)] '땅이름'

정준성 주필

과거 중국의 당나라에서는 왕이 거처하는 도성(都城) 안과 밖을 '경현(京縣)'과 '기현(畿縣)'으로 나누어 불렀다.

우리나라는 이 제도가 고려때 들어왔다. 성종이 도입, 현종이 이를 공식 명칭으로 사용했다고 알려져서다. 지금의 지명 경기(京畿)의 유래는 여기서 시작된다.  

고려와의 인연을 유추해 볼 때 지명의 역사는 천년이 넘는 셈이다. 경기학연구센터는 지역의 의미를 이렇게 분석하고 있다.

기(畿)자를 토대로 '도성관리를 위한 녹봉을 책임 지는 곳'이자 도성 방어의 역할을 하는 곳'으로 해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자어 기(畿)자는 '밭을 나타내는 전(田)과 창을 의미하는 '과(戈)'로 구성돼 있는 것을 이유로 삼고 있다.  

그리고 이름이 생겨난 고려시대 지명에 비추어 현재의 경기도보다 지금의 서울 강남과 인천.충청 지역을 아우르는 면적으로 추측하고 있다.

고려시대 당시 현종은 개경 인근의 6개 현을 경현, 그외 7개 현을 기현으로 구분해 통치하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처럼 '땅이름' 즉 지명은 역사와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다. 거기에 설화와 구전(口傳) 한자어 의미 등이 함축돼 정해져 내려오고 있다.

그래서 지명에는 수많은 '스토리텔링'이 담겨 있다. 또 그 속에는 우리 조상의 사고와 의지가 담겨진 것도 있다.

생활 모습을 나타내는 지명도 있다. 지형에 붙여진 지명 문자나 언어의 발달에 따라서 나타난 지명도 있다. 해서 지명은 우리 문화 발전의 역사와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가 된다.

때문에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지명을 허투루 짓지 않았다. 동·읍·면·산의 이름에도 역사성과 문화성이 내포돼 있다고 여겨서다.

지명에는 이것 말고도 매우 중요한 것이 내포돼 있다. '국가' 나아가 '지역' 의 정체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사실이다.

식민지 시절 일제가 우리의 고유지명을 그토록 지우려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늘날 독도의 영유권 문제나 동해의 표기 문제의 경우만 보더라도 지명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한다. 

이러한 지명은 자연지명과 행정지명으로 나눌 수가 있다. 자연지명에는 변화의 흔적이 남아 있지만 행정지명은 국가 정책에 의한 새로운 이름을 만들어 내거나 아니면 자연 지명들의 합성 지명법에 의해 전혀 엉뚱한 지명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이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굳이 행정지명인 도로명 주소의 졸속 작명을 거론치 않아도 지역마다 뜻도 의미도 정체성도 없는 지명들이 속속 생겨나는게 요즘이다.

얼마전 부산에선 이런 일도 있었다. 강서구에 조성되는 신도시 새 법정동 이름을 '에코델타동'으로 선정한 것이다. 주민 선호도 조사를 통해 정했다는 동 이름은 친환경 스마트 신도시로 환경을 뜻하는 '에코(eco)'와 낙동강 삼각주를 뜻하는 '델타(delta)'를 합성한 이름이다.

만약 확정되면 전국 최초의 외래어 법정동이 된다. 하지만 여론은 '그야말로 코미디'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지난 1일 경기도가 발표한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새 이름 ‘평화누리특별자치도’가 논란이다. 하루 만에 도민청원 코너에 반대 청원이 2만8000건이나 올라왔기 때문이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평화누리’라는 이름에 대해 “경기북부를 평화롭고 희망찬 세상을 만들어 가겠다"는 지역 주민들의 염원을 담은 것이라 한다. 또 91세 할머니의 응모작품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새 이름 공모는 대국민 관심 확산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경기북부특별자치도의 최종 명칭은 아니다. 그런데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청원 2만 건이 넘으면 도지사가 직접 답해야 한다. 어떤 의견을 내놓을지 많은 국민이 궁금해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