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화성행궁 완전 복원된 날 내 이름 ‘김우영’이 자랑스러웠다

김우영 논설실장 / 시인
화성행궁 우화관·별주 복원 개관식. (사진=김우영)
화성행궁 우화관·별주 복원 개관식. (사진=김우영)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21살 어린 나이로 문단에 등단했을 때, 내 아이가 세상이 태어났을 때, 그리고?

군대도 현역으로 다녀오고, 기자노릇도 해봤고, 책도 몇 권 펴냈지만 이걸 자랑꺼리라고 내세울 만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면서 기억을 들춰보면 오히려 자랑스러운 일보다는 ‘그 때 내가 왜 그렇게 했을까?’ 후회와 반성할 일들만 자꾸 떠오른다. 지금이 나라면 미워하지 않았을 텐데, 부딪치지 않고 슬기롭게 해결했을 텐데, 웃으며 참았을 텐데, ‘그래 네가 가져라’ 양보했을 텐데...

그런데 드디어 취중이긴 했지만 내 입에서 ‘내가 자랑스럽다’는 말이 나왔다.

2024년 4월 24일 ‘우화관·별주 복원 개관식’이 열린 날이었다. 일제강점기 때 훼손됐던 수원 화성행궁 복원운동이 시작된 지 35년 만에 원래모습을 되찾았다.

정조대왕에게 화성행궁 개관을 고하는 고유제, 경과보고, 인사말과 축사, 우화관 현판 제막 등의 순서로 진행되는 개관식 내내 나는 깊은 감동과 감회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아마 그 자리에 나와 함께 내빈으로 초청받아 나란히 앉아 있던 이홍구·임병호·송철호 추진위원, 그리고 실무를 맡아 고생이 많았던 전흥섭 당시 수원문화원 사무국장 역시 같은 심정이었으리라.

정조대왕님은 물론이고 복원추진운동의 맨 앞에 섰지만 지금은 이 세상에 없는 심재덕 시장, 김동휘 추진위원장, 안익승 선생, 이종학 서지학자, 이승언 향토사학자, 그리고 임사빈 경기도지사 등도 하늘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며 흐뭇해 하셨을 것이다.

4월 24일 ‘우화관·별주 복원 개관식’에 초대받았다. 왼쪽부터 김우영·임병호 화성행궁복원 추진위원. 최호운 화성연구회 이사장. (사진=김우영)
4월 24일 ‘우화관·별주 복원 개관식’에 초대받았다. 왼쪽부터 김우영·임병호 화성행궁복원 추진위원. 최호운 화성연구회 이사장. (사진=김우영)

이날 개관식을 취재한 수원시 인터넷 신문 e수원뉴스 안선영 시민기자의 감정도 나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던 듯하다.

‘1923년, 행궁을 허물고 그 자리에 경기도립병원을 짓는 등 완전히 허물어진 모습이었는데… 마침내 완전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돌아온 기쁜 날! 길놀이 뒤에 펼쳐진 거문고 공연이 심장을 두드린다. 마음을 녹이고 울린다. 이재준 시장이 수원시를 대표해 고유제를 거행한다. 화령전 운한각에서 진행되는 모습이 실시간으로 중계되어 스크린으로 시청했다. 국가에서 행하는 제례 방식에 따라 진행된 고유제는 화성행궁 개관을 천지신명과 정조대왕께 알리는 제사다. 우화관과 별주를 복원하고 개관한 소식을 전한다.’

그날 “화성행궁 복원은 마침표가 아닌 새로운 시작” “시민들과 함께 정조대왕의 꿈이 담긴 프로그램을 만들어 복원된 화성행궁에서 운영하겠다”는 이재준 시장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랬으면 좋겠다.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의 소망을 담고 원력을 들여 복원한 화성행궁이 한낱 무생명체의 건물로, 주마간산의 구경거리로 남는 것이 아니라 역사와 민족정기, 조상의 혼과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장소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지난 4월 16일 본란에도 썼지만 그때 나는 화성행궁복원추진위원 중의 한사람으로서 홍보부장을 맡았다.

1989년 10월 당시 수원문화원장이었던 고 심재덕 전 수원시장과 고 이종학, 고 김동휘, 고 이승언, 이홍구 선생 등 지역 원로, 문화예술계, 학계, 지역사회단체 대표, 언론계 등 각계에서 모인 42명이 ‘수원화성행궁 복원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전기한 것처럼 나도 발기인에 이어 추진위원으로 참여했고 홍보부장이란 중책을 맡았다.

세월이 흘렀다. 2003년에 화성행궁 1단계 복원공사 후 행궁이 개관됐다. 우화관 자리에 있던 신풍초등학교를 2013년 이전시켰고 2019년 별주 권역까지 조사를 마쳤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해 12월, 화성행궁 2단계 복원공사가 완료돼 이날 우화관과 별주 개관식을 가진 것이다.

개관식에 참석한 (사)화성연구회 회원들. (사진=김우영)
개관식에 참석한 (사)화성연구회 회원들. (사진=김우영)

행사가 끝난 후 늘 그랬듯이 화성연구회 일부 회원들과 뒷풀이 자리를 가졌다. 당시 수원문화원 사무국장으로서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하던 전흥섭 형도 합석해 옛 일을 회상했다.

“모두들 수고했다” “고맙다” “기쁘다” “꿈만 같다” “이제 됐다” 등이 그날 우리가 수도 없이 되뇐 말들이다.

나는 거기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오늘처럼 내가 자랑스러웠던 적이 없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