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보다는 식보(食補), 식보보다는 행보(行補). 일일(一日) 일선(一善), 십면(十面), 백서(百書), 천독(千讀), 만보(萬步), 하루에 한 가지 선한 일을 하고, 열 사람을 만나 덕담을 나누며, 백 글자를 쓰고, 일천 글자 이상의 글을 읽으며, 만보를 걸어라.
그중 ‘일일만보’가 삶의 으뜸이다. 와사보생(臥死步生), 즉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걷기만이 치유의 정도( 正道)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필수 조건임을 강조한 생활 속 교훈은 차고 넘친다.
그래서 그런가? 요즘은 걷는 것도 특별하다. ‘맨발 노마드(Nomad)'들이 늘고 있어서다. 노마드는 유목민을 뜻한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맨발로 걷는 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주중엔 집이나 직장 근처 흙길을 짧게 걷고, 주말엔 도시락 싸서 전국 맨발 길을 찾는다.
심지어 출근시작도 맨발로 한다. 덕분에 나날이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150만명이 넘는 전국적인 동호회도 생겼다. 물론 이들은 여행의 자유보단 치유 또는 치료에 목적을 둔 경우가 많다. 덥분에 '자연치유' 예찬론도 풍성하다.
한국 전통 대체의학의 한 부류로 일찌기 인정 받았지만 새로운 치유사례들도 보고되고 있다. 각종 암과 심혈관질환, 뇌질환은 물론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등 대사성질환의 치유에서부터 일상의 변비, 아토피 피부염, 비염, 이명증, 이석증, 치주염, 손발 저림, 턱관절 장애 등의 치유와 모발의 재생까지 다양하다.
걷기를 통해 현대인의 고질병이 치유되는 현상이어서 관심도 높다. 나름 정리된 '맨발걷기 치유 이론'도 정립돼 설득력도 갖추고 있다.
'지압(reflexology) 이론'이 그 첫째다. 맨발로 걸으면 땅 위의 돌멩이,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이 우리의 발바닥에 산재해 있는 온몸 장기의 지압점들을 무차별적으로 압박, 혈액순환이 왕성해지고 면역체계가 강화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발바닥 아치의 스프링 작용, 혈액펌핑 작용, 발가락의 꺽쇠 작용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이론이다. 이는 건강한 생리적 활동을 담보해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것.
셋째는 접지(earthing) 이론이다. 현대병의 원인이 신발을 신고 생활하는 습관으로 인해 땅과의 '접지 결핍'이 원인인 만큼 땅을 맨발로 밟아야 생리적 체계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좀 복잡하지만 부연 설명하면 이렇다. 나무나 동물들을 보듯 땅속에 무궁무진하게 존재하는 음(-)전하를 띤 자유전자들이 생체 안으로 올라와야 생명활동이 활성화 된다는 이론이다.
이럴 경우 사람의 경우는 스트레스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안정화시켜 천연의 신경안정효과를 가져온다고 한다. 또 염증과 통증을 치유하고 면역체계의 정상작동을 도와 면역력을 증강하고 자가면역질환의 원인을 해소한다는 것이 맨발걷기 예찬론자들의 주장이다.
그러다보니 나름 맨발걷기 요령도 인기 상종가다. 몰아서 걷지 말고, 시시때때로 걷기를 생할화 하면서 하는 노르딕 워킹(Nordic Walking)도 그중 하나다. 일반적인 걷기는 전신 근육의 40%를 사용한다면 노르딕 워킹은 90%를 쓴다고 해서다.
맨발로 걸으면서 발바닥으로 땅의 정기를 흡수하고 근육까지 사용한다니 일거양득이라 하니 할 수 없다.
동호회원들이 늘면서 '맨발의 청춘'들을 위한 지자체들의 '맨발路(로)' 만들기도 열풍이다. 맨발걷기 황토 지압길을 앞다퉈 조성하고 있어서다. 마침 걷기 좋은 싱그런 5월이다. '신발 벗고 양말 벗고' 일상의 루틴을 깨기 위해 주변 숲길을 한번쯤 나서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