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시가 소년 소녀를 독자로 하며, 동심의 시선으로 세계와의 자신의 교감이나 인식을 천진한 상상으로 표출한 시라고 대강 알고 있다. 그리고 동시를 쓰는 시인으로 소년 소녀뿐만 아니라 성년 어른을 무난하게 연상한다. 즉 동시는 성년 어른이 동심으로 돌아가 아니 동심을 기꺼이 회복하고 시심으로 조율하여 쓴 시이기도 하다. 다음은, 소설을 쓰던 문청 초등학교 교사가, 동시를 썼던 박목월(1915-1978) 선생으로부터 그대 같은 분들이야말로 써야하지 않겠느냐는 권유를 받고 쓰게 된 동시의 하나이다.
나비 등을 타고
꽃밭에 갔더니
내게 꽃처럼 살아가래요.
그윽한 향기 뿌리고
방글방글 웃으며 살아가래요.
산새 등을 타고
숲속에 들어갔더니
내게 산처럼 살아가래요.
무겁게 앉아 멀리 바라보고
말없이 푸르게 살아가래요.
갈매기 등을 타고
바다로 나갔더니
내게 바다처럼 살아가래요.
가슴에 푸른 물결치면서
진주랑 고기랑 키우며 살아가래요.
바람의 등을 타고
구름 위로 갔더니
해처럼 달처럼 살아가래요.
온 세상 밝혀주고
변함없이 살아가래요.
- 「이렇게 살아가래요」/정용원
정연한 구조에 자족성이 일품이다. 네 연 모두 5행으로 짜여있고, 각 행들에서 같은 취지의 서로 다른 차원이 반복되면서 전체가 형성되고 일정한 리듬이 연속 쾌적하게 조성되어 있다. 1행에서 소년 소녀 화자가 승물(乘物) 조력자를 부리는 모습, 2행에서는 자신과 독자가 평소에 가기 어렵고 집과 부모와 친구들을 떠나는 모험을 하여도 이를 수 있을지 기약할 수 없는 공간으로 가는 여행과 조우한 사물을 묘사하고, 3행에서는 그곳의 어떤 주체들이 자신에게 권유한 생활 방식과 태도를 보고하고 있다. 4, 5행에서는 화자가 아마 수락하였을 그 구체 메시지를 보완 부연하고 있어 모두 동시답게 마무리된다. 그런데 작중 정황이 슬며시 선경(仙境)과 관련되고 메시지가 그 가치와 유사하다. 각 연 1행에 등장하는 화자의 승물(乘物)들인 나비, 산새, 갈매기, 바람은 선경으로 안내하는 인도자와 유사하며, 그 행간에는 공간에 구애되면서도 공간에 구애되지 않으려는 인간의 원초 소망이 투영되어 있다. 이런 승물들은 우리의, 차원이 다른 지리 상상을 확대하는 유구한 매체로, 우주선 여행 시대에도 여전히 전승되고 있다. 영화 「해리 포터」 「아바타」에서도 기능이 제한된 채 등장하였는데, 그 원형은 인류의 ‘신조(神鳥)’토템에서 유래하며, 그 구체 선행 이미지는 선화(仙話)의 영물(靈物)들로 추정된다. 전한(前漢) 유향(劉向 : 기원전 77-기원전 6)이 편찬한 『열선전(列仙傳)』의 선화들의 공간 초월에서, 용, 봉황, 잉어, 학, 개, 오이, 풍우, 연기, 바람 등이 등장하며 세속과 선경을 오고간다. 기이한 향취의 ‘꽃밭’, 높고 깊은 ‘산’, 넓고 푸른 ‘바다’, 장려하게 빛나는 ‘해‧달’은 영물의 조력이 있어야 도달이 가능한 선경일 수 있다. 4, 5행의 전언은 그곳들의 주인인 신선들, 즉 승화된 인간들이 화자에게 선사한 당부이며, 모두 천진난만(天眞爛漫)의 일환이다. 누구나 동경하는 선경에는 이기(利己)의 탐욕이나 부당에 기인한 원념(怨念)이 없다.
이쯤해서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여야 할 것이다. 동시의 독자는 과연 소년 소녀들 만인가? 아니 오히려, 동심을 잃고 정처 없이 어지럽게 종횡하며 심신을 소진하고 있는 어른들이 독자라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 어른 독자들이 동시를 읽으며 어쩌다 떠나온 마음, 애초의 그 고향으로 되돌아가 자신의 현재를 성찰하는 계기를 갖고 그 무엇이 완화될 수 있다면 아니 어찌 좋지 않으랴. 이 시의 시인은 자신에게 “동시를 쓰는 나는 스스로 반성하고 어린이도 좋아하고 어른도 좋아하”는 동시를 쓰자고 다짐하였고, “동시를 쓰는 시인들은 어린이들의 영혼을 밝혀주고 어른들의 잃어버린 양심을 되찾아주기 위하여 동시를 써야한다”고 선언한다. 이 시인의 시 한 편을 더 읽어보자.
우리 할머니는
여든 살일 때도 그랬어요.
“어머니, 어머니 보고 싶어요.”
아흔 살이 넘어도
“어머니, 불효를 용서해주세요.
어머니 곁으로 가고 싶어요.”
그러시던 할머니
용서받으러 하늘나라 가셨어요.
우리 아버지, 어머니도
“어머니, 불효를 용서해주세요.
할머니 부르며 울고 있어요.”
- 「우리 할머니」
이 동시 역시 아이들이 읽어도 너무 좋지만, 어른들이 읽는다면 더 좋을 것이다. 친가 외가 할머니 할아버지의 친손 외손 돌봄이 흔한 세태지만, 효심(孝心)이 무뎌져 가는 이 세태에서. 조 자 손 삼대가 이 동시를 읽고 저마다 감회가 있을 수 있겠다. 또 여기 지금에서 앞을 내다보고 뒤를 돌아보면, 우리 모두 작중 ‘할머니’이자 ‘아버지, 어머니’이고, 나아가 이 동시의 어린 화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