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원시 조례 폐지? 숙고해야 할 문제다

“민주주의 만든다는 시의원들이 민주주의를 가로막는가?” 지난 20일 수원지역 시민단체들이 수원시청 앞에서 가진 '마을만들기 조례 폐지안' 상정 중단 촉구 집회에서 신승우 수원새벽빛장애인자립센터장이 한 말이다.

배지환 수원시의원(국민의힘·매탄1·2·3·4동)이 최근 ▲수원시 마을만들기 조례 ▲수원시 공정무역 지원 및 육성에 관한 조례 ▲수원시 시민배심 법정 운영 조례 ▲수원시 참여와 소통을 위한 민주시민교육조례 등 조례에 대한 폐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수원마을만들기협의회와 마을만들기 공동체가 함께하는 수원마을공동체 네트워크 등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마을만들기 조례폐지 움직임을 크게 우려했다. 이들은 발의를 검토 중인 마을만들기 조례 폐지안을 상정 규탄하는 집회를 열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금까지 수원시의 마을만들기 활동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마을환경 개선과 마을공동체 정신의 회복을 위해 기여해 왔다” “주민자치회의 올바른 자리매김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공동체가 나타나고 성장해야 한다. 조례가 유지되어야 할 이유”라고 힘주어 말했다.

아울러 “마을공동체 활성화와 마을만들기 법제화는 지방분권 시대의 필연적 요구”라고 강조한 뒤 수원시의회가 풀뿌리 민주주의를 훼손하는 수원시 마을만들기 조례폐지안 상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수원 행정에서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부분을 마을만들기 사업이 메꿔주고 마을공동체가 활성화되는데 조례를 폐지한다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는 처사란 주장도 나왔다.

마을만들기는 주민 스스로 마을을 살기 좋은 공동체로 만들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육·문화·복지·환경·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진하는 활동이다. 마을만들기 조례는 ‘주민이 스스로 자신의 마을을 창조적인 활동으로 좋은 마을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수원시는 주민제안 공모를 통해 마을리빙랩과 마을자치활동, 공동체활성화 등 3개 분야에 49개 사업을 선정, 주민들이 직접 이를 추진할 수 있도록 했다. 주민들이 주도적으로 마을 문제를 해결해나감으로써 공동체 활성화라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됐다.

지동은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방법을 찾았고, 권선1동은 마을 자원을 활용해 나눔을 실천했다. 파장동에서는 마을 골목을 지키는 미니소방서가 설치됐으며, 영화동에서는 ‘영화도시농부’라는 단체가 마을텃밭 만들기를 추진했다. 주민들이 합심해 아름답고 살기좋은 마을을 만들어가고 있는 행궁동 매향마을은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아 수원시로부터 ‘마을만들기 사업’과 ‘손바닥정원 사업’분야에서 수원시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주민들이 주인이 돼 마을과 수원을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는 마을만들기가 뿌리를 내린다면 자치와 분권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김기정 수원시의회의장의 생각도 같은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지난 해 11월 수원도시재단 주최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 '2023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 성과 공유회'에 참석해 마을 만들기를 위해 노력해온 주민들을 격려하면서 “마을만들기가 앞으로도 시대에 맞춰 활성화해 가길 바란다”면서 “마을만들기 공모사업이 내년에도 큰 성과 나오도록 의회도 노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조례는 수원지역 시민사회와 수원시의회가 오랜 노력 끝에 제도화한 협치의 성과다. 따라서 조례안 폐지 상정문제는 충분한 숙의를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