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에서 '간' 보기는 매우 중요하다.
오미(五味)중 '짠맛 정도'를 가늠하는 일이지만 최상의 음식맛을 결정하는 '화룡점정'으로 여겨서다.
하지만 일상에서의 보편적 평가는 이와 반대다. 사람들은 '간보기'를 당하면 그야말로 '기분 더럽다'라는 것이 일반적 생각이어서다.
그래서 사람을 두고 하는 간보기는 '실례중 실례'로 치부한다. 아마도 '됨됨이'를 사전에 짚어보는 것이어서 그렇지 않나 싶다.
나라에서 국민을 상대로 내놓는 '간보기'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책 실행 전 슬그머니 흘려놓고 살피는 '여론 간보기'가 공분을 사는 것도 이런 연유다.
그동안 정부의 '간보기' 후 조변석개(朝變夕改)한 정책들이 얼마나 많은가를 가늠해보면 더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설익은 졸속 정책은 우왕좌왕 행정이라는 비아냥을 받기 십상이다. 국민생활과 직결되는 정책은 더하다.
이렇듯 슬그머니 마련한 간보기식 정책은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오히려 불신만 불러올 뿐이다.
그런데도 정부의 간보기 정책 발표는 끊이질 않는다. 엊그제 '없었던 일'로 한 ‘고령자 조건부 면허제’도 그 중 하나다.
정부는 노인 교통사고가 급증하자 65세이상 고령자의 야간·고속도로 운전 금지를 조건으로 하는 면허제 도입 방침을 언론에 흘렸다.
내용은 "정부가 지난 2022년부터 올해 말까지 고령자 조건부 면허제 도입방안 연구용역을 진행중"이라며 "연말께 연구용역이 종료되면 이 결과를 바탕으로 법 개정 등 도입여부를 본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는 것이 골자다.
물론 공식 발표는 아니었다. '유력'을 전제로 흘린 일명 '간보기' 정보였다. 당위성도 그럴듯하게 포장했다.
2022년 기준 65세 이상 운전자가 가해자인 교통사고가 3만4652건으로,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17.6로 1년 전(15.7%)보다 늘어났다며 경각심을 부각시켰다.
그러자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에서 운전권을 제한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다. 고령자들이라고 해도 인지능력과 운전능력이 천차만별인 만큼, 적성검사를 정밀하게 실시해 이를 토대로 면허 갱신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충고도 이어졌다.
그러자 며칠 만에 '특정 연령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다'라며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그리고 결국 유야무야됐다. 최근에 정부의 정책 간보기는 이것말고도 또 있다.
'6월중 주식 공매도 재개''해외 직구 금지' 등등. 모두 슬그머니 흘렸다가 혼선만 초래한채 '없었던 일'이 됐지만 정부의 '간보기'에 국민들의 입맛은 짜다못해 '소태나무' 씹은듯 쓰다.
국민들이 정책을 신뢰하지 않으면 국가운영은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정책 간보기'는 사라지지 않으니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