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목사 아침묵상] 내 삶을 이끌어 준 10가지 말씀(50)

김진홍 목사

힘은 민중 속에 있다. 민중들이 깨우치고, 깨우친 민중들이 힘을 모아 조직화되고, 그 조직된 힘으로 자신들의 잃어버린 권리를 찾게 한다는 말이 나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나는 그들의 이론에 설득되어 그들을 지역 안의 곳곳을 자세히 안내하였더니 한 명이 나에게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This is hell!! What are you doing Here? Please Conscientize, Organize, Demonstrate!!〉 하며 나에게 도전하는 어투로 말했습니다. "이곳은 지옥이다! 왜 가만있느냐? 이들을 깨우쳐 의식화하라, 조직화하라, 그리고 시위를 일으키라!"는 말이 나에게는 새로운 도전으로 가슴에 닿았습니다. 

그들은 3일을 마을에 머물며 솔 앨린스키의 민중 의식화 방법과 조직화 이론, 그리고 주민들의 요구를 내세워 데모를 주도하는 방법 등을 일러 주었습니다.

그들이 떠난 후에 일주일 쯤 장고(長考)한 후에 우선 청계천 빈민촌 주민들을 조직화하는 일부터 시작하였습니다. 믿음직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청계천 판자촌 주민회'를 조직하여 회장, 부회장, 총무 등을 그들의 투표로 선발하고 주민회 산하에 5 분과를 두어 주민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주민회 산하의 5 분과로 1) 주민교육부 2) 건강관리부 3) 소득사업부 4) 자활기동대 5) 방범대로 구성하고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판자촌 주민들의 자치 활동을 일으키는 일에 몰두하였습니다.

이렇게 지역사회 조직 활동이 활성화 되어가니 교회당이 월요일에서 토요일까지 주민 대표들이 들락날락하며 무언가 큰 일이 이루어지는 듯하였습니다. 나는 그런 변화에 마음이 고조되어 진작에 이런 식으로 할 걸 하는 마음에 뿌듯하여졌습니다. 그러나 그런 변화 뒷그늘에 숨어 있는 어두운 그림자를 나는 미처 보지 못하였습니다. 

하루는 저녁나절 활빈교회 교회당에서 청계천 판자촌 주민회가 열렸습니다. 회의 분위기가 시작 전부터 술렁이더니 주민회 회장의 사회로 회의가 시작되자 회원들 중 일부가 작심한 듯이 거칠게 발언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시작은 이랬습니다.

"다른 회의하기 전에 회장의 부정부패부터 밝혀야 합니다." 이렇게 시작하니 주위에서 "옳소. 따질 것부터 따집시다."

하며 참석자들 중에 일부가 호응하고 나섰습니다. 그렇게 시작되더니 회장이 발끈하여 말했습니다.

"뭬이라고. 부패가 있다고. 이 동네서 부패할 건덕지가 어디 있다고 그래. 괜히 생사람 잡을려고 억지야. 차제에 밝힐 건 밝히자. 나도 좋다."

이렇게 되니 좌중이 삽시간에 양 파로 나뉘어져 분위기가 험하여져 갔습니다. 

빈민촌에는 호남 출신들이 제일 많습니다. 주민회 회장 선거할 때에 호남 출신 후보자가 회장으로 당선될 듯하니 경상도 출신 입후보자가 충청도, 강원도 사람들을 끌어들여 결국 투표 당일에는 경상도 입후보자가 당선되었습니다. 

그 일로 주민회 조직 내에 양 파가 서로 갈등이 있어 왔던 듯합니다.

나는 그런 분위기를 감지하면서도 이런 자리에서까지 경상도와 전라도가 다투어서야 되겠냐 하는 생각에 문제를 그냥 묻어 둔 채로 주민회 활동을 뒷바라지하여 왔습니다. 

그런데 급기야는 회의에서 양 편이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되니 회장을 반대하는 편에서 일어서더니 성토하는 목소리로 발언하였습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