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은 행복했다. 4월 24일엔 화성행궁 우화관·별주 개관행사가 열렸고 나는 내빈으로 초대받았다. 35년 전 ‘화성행궁복원추진위원회’ 발기인이자 추진위원으로서 홍보부장을 맡았었기 때문이다.
이 때의 감회와 감동은 수원일보 5월 7일자 ‘김우영 광교칼럼-화성행궁 완전 복원된 날 내 이름이 자랑스러웠다’에서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약 한달 뒤인 5월23일 이재준 시장의 초청을 받았다. 시장실에서 오찬을 함께 하면서 당시의 일들을 회상했다. 이 시장은 동석했던 화성사업소 관계자들에게 당시 참여했던 발기인과 추진위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행궁복원 이야기를 책으로 발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선화 박사 일거리가 또 하나 늘었다)
고마웠다. 우리를 잊지 않고 개관식에 불러주고 이렇게 오찬을 겸한 위로의 자리를 마련해주니 나이에 맞지 않게 뿌듯했고 기뻤다.
“그동안 우리는 잊혀진 사람들이었는데 이렇게 불러주셔서 고맙다” 진심을 담아 이재준 시장과 화성사업소 공직자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했다.
화성행궁 우화관·별주 개관식에 이어 5월엔 △시민과 함께하는 음악축제 ‘파크콘서트’(10일, 수원제1야외음악당) △‘숲속의 파티’를 부제로 하는 ‘2024 수원연극축제’(18~19일, 경기상상캠퍼스) △새빛누리아트홀 개관을 기념 ‘새빛문화주간’(21~26일, 수원문화원 새빛누리아트홀) △수원 문화유산 야행夜行(31일~6월 1일, 행궁동 일원) 등이 연이어 열렸다.
물론 이 행사들을 모두 보지는 못했다. 뭐, 거의 백수에 가까운 처지이기는 하나 고맙게도 여기저기에서 불러주는 곳이 더러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추억이 담긴 수원연극축제와 수원문화유산 야행은 빼놓을 수 없었다.
수원연극축제 역시 수원일보 5월21일자 ‘김우영 광교칼럼-이어지는 축제의 향연, 이래서 수원의 5월이 좋다’에서 소감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5월 31일과 6월 1일 열린 ‘2024 수원 문화유산 야행(夜行)’ 인파에도 끼어들었다. 나는 2017년 시작돼 올해 여덟 번째로 열리는 이 축제를 모두 참관했다.
지난해까지는 무더위가 절정인 8월에 열려 밤중이어도 더위와 모기에 시달려야 했는데 올해는 늦은 봄날 밤이어서 관람이 한결 편했다.
그래서인지 행사규모는 줄어들었어도 지난해보다 구경꾼이 한층 더 많아진 느낌이다. 화성행궁과 행궁광장이나 이른바 행리단길 골목골목, 시립미술관과 행궁동행정복지센터 구역, 그리고 정조테마공연장과 공방거리 구역 어디나 인파가 넘쳐났다.
참, 지난해까지는 행사명칭이 ‘문화재 야행’이었지만 올해부터 ‘문화유산 야행’으로 바뀌었다. 지난 5월 17일‘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문화재’가 ‘국가유산’으로 명칭 변경됐기 때문이다.
‘문화재’는 일본 문화재보호법을 원용한 명칭이다. 따라서 그동안 유물이나 경제적 재화의 의미를 강조한 느낌이 강하고, 자연물과 사람을 표현하기에도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국문화재정책연구원은 지난 2017년 "문화재 분야의 세계적 추세와 문화재의 확장성을 고려할 때 문화재 관련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나마 국가유산으로 용어가 정리된 것은 다행이다.
수원문화유산 야행은 그 햇수가 쌓여가면서 더욱 짜임새 있는 행사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지난 4월 우화관(宇華館)·별주(別廚) 복원이 완료되면서 119년 만에 완전히 복원된 화성행궁을 중심으로 열려 더욱 뜻이 깊었다.
‘여민동락(與民同樂 : 백성과 더불어 즐거움을 함께한다)’을 주제로 모든 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34개의 8야(夜) 프로그램을 모두 체험할 수는 없었지만 술꾼들의 유혹을 물리치면서까지 부지런히 걸어 다니며 최대한 많은 것을 보려고 노력했다.
조선시대 꽃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전시와 조명 콘텐츠를 설치하는 특별야간프로그램 ‘달빛화담을 연다’, 신풍루 앞에서 열린 수문군 교대 의식과 무예24기 전통공연, 수원미술관 로비에서 개최된 수원시립합창단의 ‘미술관 안 음악당’ 공연, 정조테마공연장 어울마당의 ‘달빛아래 무형유산 전통공연’과 거리 곳곳에서 펼쳐진 공연들은 시민과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으며 큰 인기를 끌었다.
수원문화재단과 수원시 관계부서 일꾼들이 땀을 흘린 흔적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물론 모두 완벽할 수는 없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8야(八夜)’ 가운데는 ‘야식(夜食)’이란 것도 있다.
두 가지 내용인데 하나는 행궁동의 식당, 카페 야간영업시간을 연장한다는 것이다. 행궁동 식당과 카페는 항상 이용할 수 있는 곳들이다. 다른 하나는 수원전통문화관(전통 식생활 체험관)에서 하는 전통주 만들기 체험 프로그램이다. 사전예약을 통해 회당 인원 17명만 참여할 수 있으니 푸짐한 ‘야식’을 기대하고 온 사람들은 다소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
내년부터 가능하다면 ‘야식’이라는 이름에 걸 맞는 특색 있고 푸짐한 먹거리 장터라도 만드는 게 어떨까? 지역 상인들이 참여하는 음식 야시장이라도 들어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지난 5월 24일~26일 오산 오색시장 일원에서 개최된 ‘제11회 야맥축제’에 9만6000여 방문객이 찾아와 먹고 마시며 즐겁게 놀다갔다는 기사를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잔치에 음식이 빠지면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