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원시 마을만들기 조례 폐지’ 숙고(熟考)해야 한다

우리나라 모든 도시와 마을들은 나름대로 특색이 있다. 자연환경, 역사와 문화, 주민들의 현안이 조금씩이라도 차이가 난다. 주민들이 직접 나서서 지역의 문제를 의논하고 해결해 나가는 '마을 만들기'는 그래서 바람직한 움직임이다. 지난해 수원시가 보도자료를 통해 내세운 '수원시 마을만들기 사업' 중에는 주택밀집지역에서 음식물폐기물 관리 성공한 지동, 식재료 업사이클링의 가능성 발견한 권선1동, 파장동의 미니소방서 등의 사례가 눈에 띈다.

단독 주택이 밀집된 주택가인 지동의 경우 골칫거리였던 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탄소중립 실천하는 동쪽마을 지동-음식물 폐기물 잘 버리기’사업으로 해결했다. 이 사업은 2023년 마을만들기 공모사업 성과공유회에서 우수사례 대상으로 선정됐다. 수원농수산물도매시장이 위치한 권선1동은 외관으로 인해 상품가치가 떨어져 도매시장에서 판매되지 않고 버려지는 못난이 식재료를 활용, 과일청을 만들고 장아찌를 담갔다. 케첩도 제조하고, 곤약젤리, 물김치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만들었다. 못난이 과채들을 음식물로 업사이클링해 호평을 받으면서 2023 마을만들기 공모사업 중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특히 파장동의 마을만들기 사업인 ‘우리동네 미니소방서’는 자칫 대형화재로 번질 뻔했던 불길을 잡아낸 일등공신이었다. 이 사업은 주택밀집지역이나 소방차가 진입하기 어려운 곳에 화재에 대응할 수 있는 공용 소화기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지난 18일 밤 9시 쯤 북수원시장 내 한 음식점 건물 뒤쪽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에 한 주민이 우리동네 미니소방서 마을리빙랩 사업으로 설치한 소화기로 불길을 잡아 피해를 최소화했다.

이처럼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이 직접 발굴하고 고민해 추진하는 사업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자치와 분권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수원시는 지난 2010년 수원시 마을만들기 조례를 제정했다. 전국 기초지방 정부 228곳 가운데 195곳에서 마을만들기 관련 조례가 제정됐다.

그런데 수원시의 마을만들기 조례가 폐지될 처지에 놓였다. 지난 18일 열린 수원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배지환 의원(국민의힘, 매탄1)이 발의한 ‘수원시 마을만들기 조례 폐지안’이 통과된 것이다. 배의원은 마을만들기 활동이 주민자치회의 주민복리 증진, 지역공동체 형성, 자치활동 진흥 등과 차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자치회와 마을만들기 활동·지원이 변별력이 없어 주민자치회로 일원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발하고 있다. 시민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상임위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조례가 유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 17일 수원시청에서 열린 공청회에서는 두 조례의 발전적 방안을 찾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조례 폐지보다는 “건강한 협력적 연계와 해소를 위한 제도 및 정책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호 성공회대 사회적경제대학원 교수의 제언을 숙고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