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수원 KT위즈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

김우영 논설실장 / 시인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수원 KT위즈파크. (사진=김우영)
프로야구 경기가 열린 수원 KT위즈파크. (사진=김우영)

올해는 야구 ‘직관’을 한 번 밖에 하지 못했다. 집에서 빠른 걸음으로 20분밖에 안 되는 거리인데도 말이다. 사실은 두 번 갔었다. 그런데 갈 때마다 매진이어서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그 두 경기 모두 수원 KT위즈가 패배했다.)

그러다가 지난 18일 평일에 열린 롯데 자이언트와의 경기를 직접 볼 수 있었다. 그리고 KT위즈가 이겼다.

‘수원사람’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나는 당연하게도 수원을 본거지로 삼고 있는 kt위즈를 응원한다.

KT위즈가 창단되기 전에는 기아타이거스를 웅원했다.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해태타이거스’다. 호남과 학연·지연 등 연줄이 없지만 김응룡 감독을 비롯, 선동열, 김봉연, 김준환, 김종모, 김성한, 이종범, 한대화, 이순철, 이강철, 조계현, 김일권 등 한국 야구사에 길이 기억될 기라성 같은 선수들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활약으로 해태타이거스는 1983·1986·1987·1988·1989·1991·1993·1996·1997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러나 이후 구단 전력이 약화됐다. 선동열과 이종범이 일본으로 진출한 뒤 김응용 감독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푸념했다.

“동열이도 없고...종범이도 없고...” 개그맨들까지 이 말을 따라할 정도로 국민적 유행어가 됐다.

그리고 2001년 8월 1일부터 해태 타이거즈는 KIA 타이거즈로 팀명이 변경됐다. 기아자동차에 인수된 것이다.

이후 수원에 KT위즈가 창단되면서 내 사랑 1순위는 KT위즈로 굳어졌다.

나의 기대에 부응하듯 KT위즈는 꼴찌에서 벗어나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는 역사를 썼으며 지난해엔 2위 성적을 거두었다.

KT위즈는 참 희한한 팀이다. 시즌 초엔 맥을 못 춘다. 그러다가 날이 풀리고 장마가 시작될 무렵부터 선두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한다. 언제부턴가 가을야구에 진출하는 것이 당연시됐다.

그래서 올해 시즌 초만 해도 걱정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지는 경기가 대부분이다. 성적도 10개 팀 가운데 9위로 내려앉았다.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팀이지만 최하위 추락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 투수와 타자 모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팀의 주포들은 침묵하고 있다. 불펜진은 시즌 초반부터 기대에 어긋난 피칭을 했고, 선발투수들도 난조를 보이면서 붕괴됐다.

부상자들의 복귀도 늦어지고 있다. 팔꿈치 굴곡근 미세 손상을 당한 소형준은 전반기 복귀가 어렵다는 소식이다.

이 과정에서 부진의 늪에 빠졌던 박병호가 삼성 라이온즈의 오재일과 1대1 트레이드됐다. 박병호는 내가 참 좋아하는 선수인데 컨디션 난조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경기에 나오지 못하거나 대타로 출전하는 경우가 잦아졌다. 2군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이에 박병호는 경기에 출전할 기회를 더 많이 받기 위해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 웨이버(waiver)는 구단에서 해당 선수에 대한 권한을 포기하는 것으로, 스포츠 리그에서 구단과 선수 간의 계약시에 일어나는 절차와 제도이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일이다. 삼성라이온즈로 자리를 옮긴 박병호는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올해 KT 선수로서 44경기를 뛰면서 홈런 3개를 쳤는데 삼성으로 이적하고 치른 14경기에서만 5개의 홈런을 때려냈다.

지난 13일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는 솔로 홈런을 날렸는데 이는 한미 통산 400홈런이라는 대기록이었다.

박병호는 5월 마지막 주 조아제약 주간 MVP(최우수선수)를 수상하기도 했다. 출전한 5경기에서 타율 0.389(18타수 7안타) 3홈런 8타점, 장타율 0.889, 출루율 0.476을 기록했다. 이 기간 홈런 부문 공동 2위, 장타율 3위였다.

반면 오재일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팬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현 상황이 가장 답답한 사람은 아마도 이강철 감독일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 감독은 긴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무한경쟁'을 선언했단다.

최하위권 탈출하기 위해서는 득점력이 강화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에 따라 컨디션이 좋은 선수들로 내보내는 등 타순 전면 재검토에 나섰다.

“부드럽게 독한 야구”를 언급하면서 “현실적으로 ‘이게 내 자리다’라는 인식을 없애려고 한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고참과 신인을 구분하지 않고 잘 하는 선수들을 우선해 내보내겠다는 이 감독의 말은 당연하다.

올 한 해 KT의 고난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강철 감독의 '마법'을 기대한다. 지난해 역시 시즌 초반에 선수들이 줄줄이 부상을 당해 최하위에 쳐졌지만, 끝내 2위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고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을 차지해 팬들을 기쁘게 했다.

수원 KT위즈, 이제부터 다시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