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성 배터리공장 화재참사, 또 ‘안전불감증’인가?

24일 오전 10시 31분 화성시 서신면의 일차배터리 제조업체 아리셀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 불로 현재(25일 오전 9시)까지 22명이 사망했고 8명이 부상을 입었다. 1명은 생존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참사가 발생한 공장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3층 건물(연면적 2300여㎡)로 리튬 일차 배터리를 제조·판매하는 곳이다. 주로 스마트그리드(지능형 전력망)에 쓰이는 스마트미터기 등을 제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재충전이 가능하고, 에너지 밀도가 높으며, 성능이 오래가고 사용하지 않을 때에도 전력 손실이 적다. 무게도 가볍다. 전자기기와 전기설비 등에 들어가는데 휴대전화와 노트북,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전기차에 사용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배터리에서 화재가 날 때 끄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꺼졌다고 생각해도 재발화하기 때문이다. 전기차 1대에서 화재가 나면 3시간이나 물을 부어야 꺼질 정도라고 한다. 게다가 불이 나면 다량의 불산가스가 발생해 진화가 어렵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전기차 화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21년 24건, 2022년 43건, 2023년 72건이다.

이번에 불이 난 아리셀 공장에서는 다량의 화염과 유독가스가 발생하고 폭발이 잇따랐다. 따라서 소방대원들의 진입이 불가능했다. 한국자동차공학회가 19일 개최한 전기차 화재 대응 기술 개발을 위한 ‘2024 한국자동차공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국립소방연구원 나용운 박사는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과 달리 현장의 대처가 어렵고, 전이 속도도 내연기관보다 빨라 새로우면서도 신속한 조치가 가능한 화재진압 기술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슬프지만 우리나라는 ‘참사 공화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다. 잊을 만하면 어김없이 참사가 발생한다. 화성씨랜드 청소년수련의 집 화재참사(1999년), 대구지하철 화재참사(2003년), 춘천 봉사활동 산사태참사(2011년), 세월호 침몰사고(2014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2017년), 이태원 압사참사(2022년)는 아직도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다. 이런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상태에서 이번에 또 다시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이번 화재 현장엔 가연물질이 많아 화재 위험이 다분했다. 리튬전지들이 폭발하듯 연소하는 ‘열 폭주’ 현상 때문에 화재가 순식간에 번졌고, 진압 역시 어려웠다. 그러나 이 공장 일대에는 리튬전지 화재에 대비한 전용 소화 장비가 없었다고 한다. 불이 난 공장이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한 것도 화재를 키우는 원인중의 하나였다. 이 자재는 대형 화재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발화 물질이 비상구 앞쪽에 적재돼 있어 근로자들이 탈출하지 못하고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외국인 일용직 노동자였던 것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었다. 정규직과 달리 이들은 대피로 등 공장 내부 구조가 익숙지 않았다.

한마디로 대형 인명피해가 일어나기 쉬운 조건이었던 것이다.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했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원인을 조사하고 예방대책을 수립하는 동시 관리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