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리뷰/book review] 김희숙 수필집 ‘늙은이가 애를 낳았다더니 너도 똑같구나’

김해자 / (사)화성연구회 이사
김희숙 수필집 ‘늙은이가 애를 낳았다더니 너도 똑같구나’
김희숙 수필집 ‘늙은이가 애를 낳았다더니 너도 똑같구나’

지난 4일 출판기념회에서 받은 김희숙 수필집 ‘늙은이가 애를 낳았다더니 너도 똑같구나’(펴낸 곳: 글을 읽다, 1만원)를 읽으면서 연신 고개를 주억거렸다.

 

1. 옆집 할머니에게 “저년, 독한 년”이란 말을 들은 그녀, 돌아보니 진짜 ‘독한 년’으로 살았다. 오 남매의 맏이는 십 남매의 며느리로, 그리고 삼 남매의 엄마가 되는 동안 독하지 않고서는 지금까지 지상에 존재하지 못했을 터이다.

25살, 포도알 임신으로 비롯된 암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고, 전깃불도 없는 가건물에서 한 푼이라도 벌어보겠다며 뜨개질 부업을 했다. 신 새벽 남편과 동생을 출근시킨 후, 돼지축사에서 모든 일을 도맡아하면서도 자급자족 반찬거리를 찾아 밭으로 들로 나서야했다.

그 힘든 세월이었지만 ‘지겹다’든가, ‘괴롭다’는 생각을 해 본적 없다.

그녀는 본디 심성이 고왔다.

초등학교 때 소아마비 장애가 있는 친구를 늘 등에 업고 다닌 추억이 행복했다. 한가위 성당 미사 때 만난 난쟁이 아이와 눈을 맞추고 손을 어루만져주며 평화롭게 잘 살아주길 빌었다. 방송을 보다 비참한 삶을 살고 있는 방글라데시 아이를 위해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가하면, 놀이방 실습시간에 만난 자폐아가 당당히 밖으로 나가 제 몫을 다하길 진심으로 빌었다.

김희숙 작가. (사진=수원일보)
김희숙 작가. (사진=수원일보)

2. 이성에 눈을 떴을 즈음 친정엄마의 임신이 창피해 울며 푸념했던 그녀는 당시 엄마나이와 비슷한 37살에 셋째 아이를 낳았다. 그때 엄마는 “늙은이가 애를 낳았다고 하더니, 너도 똑같구나.”며 복수했다. 친정엄마는 지난해 12월 초순 하늘의 별이 되셨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온 후 독하게 삶을 살아낸 딸은 한없는 눈물을 흘리셨을 어머니를 위해 사모곡(思母曲) 35편을 묶은 수필집 ‘늙은이가 애를 낳았다더니 너도 똑 같구나’를 펴냈다.

플로리스트로 꽃집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가족과 떠난 역사탐방도 실었고, ‘수원화성에 미친 남편’(김충영 박사, 현재 수원일보에 ‘김충영의 수원현미경’ 연재 중)과 잘 성장한 아이들의 따뜻한 에피소드도 담았다.

3. ‘예쁜 꽃을 다듬느라 손은 갈라져도’ 꽃을 받는 모든 이가 감동받고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그녀, 김희숙은 오늘도 꽃집(꽃화성)으로 출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