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핏하면 '탄핵'을 외치는 정치권 주장에 이제 관심을 갖는 국민은 얼마 없는듯하다. 하도 '조자룡 헌칼쓰 듯' 휘두르다 보니 면역이 된 탓이 크다.
'습관성 탄핵'이란 말도 그래서 나오는지 모른다. '탄핵'이 갖는 의미와 파괴력을 생각할 때 안타깝기까지 하다. 삼권분립의 한축이 정략적으로 변하는 모습에 국민 실망도 크다.
물론 탄핵을 외치는 당사자들이야 이유가 차고 넘친다. 그러나 한발 물러나서 보면 '자가당착'적 요소들이 많다는 것은 이제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 됐다.
심지어 과거 이뤄진 대통령 탄핵에 맛이 들렸다는 얘기도 나온다. 탄핵의 사유가 분명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묻지마' 탄핵이 대부분이어서 더 그렇다.
탄핵(彈劾)의 사전적으로는 '어떤 잘못의 실상을 논하여 책망함'이다.
법률적으론 일반적인 사법절차나 징계절차에 따라 소추하거나 징계하기 곤란한 고위공무원이 직무상 중대한 비위를 범한 경우에 이를 의회가 소추하여 처벌하거나 파면하는 행위이자 절차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자의 '사유' 찾기가 그리 만만치 않다. 헌법에 탄핵이 '두루뭉술'하게 표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헌법재판소가 낸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이다.
결정문에는 "모든 법 위반을 이유로 공무원을 탄핵한다면 국정 공백, 국민 간의 갈등 등으로 국익에 반하며 특히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민이 대통령에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하는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탄핵을 요구하는 사유도 이와 같은 중대성을 지녀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많은 국민들은 "함부로 탄핵 갖고 장난치지 말아라"와 같은 경고라고 해서 공감하기도 했다.
현행법에 명시된 탄핵 대상은 대통령을 비롯 국무총리, 국무위원, 대법원장, 대법관, 판사, 헌법재판소장,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 감사원장, 감사위원, 검찰총장, 검사, 경찰청장, 국가수사본부장,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각급 선거관리위원회의 위원,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 특별검사 및 특별검사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 차장, 수사처 검사 등이다.
반면 국회의원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국회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제명할 수는 있다. 따라서 '제식구 감싸기'논란이 벌어지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아무튼 대상자들을 상대로 발의된 80년대 이후 역대 탄핵내역을 보면 1985년 유태흥 대법원장을 시작으로 올해 7월 2일까지 27건에 달한다.
이중 국회 가결은 7건, 헌법재판소 인용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나머지는 기각, 폐기, 철회 됐다. 그런데도 국회의 탄핵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이 '정략적'이라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특히 검사를 비롯, 대상자가 탄핵을 소추당하면 직무가 정지된다. 최근만 하더라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67일자 정지됐다.
21~22대 국회 들어 유독 검사가 많다. 지난해 9월 부터 7명, 지난 2일에도 4명의 검사가 탄핵 발의 됐다. 이들 대부분은 야당의원들 비리 관련 수사 검사들이다.
무엇을 의미하는가는 이젠 초등생도 알 정도라는 여당의 주장에 힘이 더 실리며 '탄핵의 시간'은 가고 있다.
이번엔 대통령을 향해서다. 지금까지 130만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는 것이 명분이다. 덩달아 국정운영의 혼란을 걱정하는 국민들도 늘고 있다. 장마철 만큼이나 습(濕)한 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