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목사 아침묵상] 내 삶을 이끌어 준 10가지 말씀(57)

김진홍 목사

1975년 가을이 되면서 청계천 판자촌 전면 철거 이야기가 나돌기 시작하였습니다. 

정부 방침은 판자촌 모두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지하철 정비창을 짓는다는 계획이었습니다. 철거민들에 대한 서울시의 지원은 단돈 15만원이라 하였습니다. 

나는 교회에 주민 대표들을 모아 철거에 대한 대책 회의를 열었습니다. 강경파, 온건파로 나뉘어져 몇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뾰족한 대안이 나올 리 없었습니다. 

나는 지역 국회의원인 박○○ 의원을 찾아갔습니다. 박 의원은 정치외교학 교수 출신이었기에 이야기가 통할 것 같아 그를 만나 따졌습니다.

"힘없는 빈민들이지만 엄연한 대한민국 국민들인데 그렇게 대책 없이 강제 철거할 수 있습니까? 정부가 이렇게 갑작스레 판자촌을 없애려는 의도가 무업니까?"

나의 말에 박 의원의 솔직한 말을 듣고 나는 놀라서 할 말을 잊었습니다.

"문제는 판자촌 주민들의 정치적 성향입니다. 정부가 염려하는 것은 만약에 6.25 전쟁 때처럼 북이 쳐내려오면 판자촌 주민들이 어느 편을 들 것인가를 염려합니다"

나는 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 물었습니다.

"도대체 그기 무슨 말이에요? 전쟁이 나면 우리 판자촌 주민들이 어느 편을 들 것인지가 염려된다는 말이 무슨 뜻입니까? 대한민국 국민이 당연히 대한민국 편이지 어느 편이 될지 모른다는 말이 이해가 안 되네요."

"그 말에 자신이 있습니까? 정보기관의 분석 보고로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내용입니다.정부는 베트남 전쟁의 경우를 들어 염려하는 것입니다. 사이공이 갑작스레 무너질 때에 사이공 시내에 있는 쵸론 빈민촌 지역에서 베트콩들이 숨겨두고 있던 무기를 들고 베트콩들과 주민들이 대거 쏟아져 나와 이를 감당 못한 베트남군 전선이 무너지면서 사이공이 삽시간에 공산당 천지가 되었습니다. 사이공의 경우를 생각하여 북의 침공이 있을 때 청계천 12000세대 빈민촌의 동향을 안보 차원에서 염려하는 것입니다."

나는 그의 말에 분개를 느껴 반박하였습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습니까? 아무리 하루하루 끼니를 염려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나라를 생각하는 애국심에서는 일반 국민들과 다름이 없습니다. 그런 염려에서 갑작스레 철거한다는 것이 말이 되지 않습니다."

내 질문에 그는 이런 얘기를 또 했습니다. 

"그 이유만이 아니고 지하철 공사로 인하여 나온 안인데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