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253)] ‘패(牌)거리···'

정준성 주필

 

‘패(牌)거리’란 한데 어울려 다니는 무리를 낮춰 부르는 말이다. 그리고 무리들이 저지르는 폐해는 이제 '보편화'에 속한다. 

그만큼 우리 사회 곳곳에 깊숙히 자리잡은지 오래여서다. 하기야 일찍이 인류 탄생 이후 지속돼 왔다고 하니 다른 설명이 필요 없다.  

우리나라는 유독 이 패거리 문화가 심하다. 그 바탕에는 지연(地緣) 학연(學緣) 혈연(血緣)을 중시하는 민족성이 있다. 

외국에선 흔히 이를 '한국사회의 병폐'라 이야기한다. '순혈주의의 발로'라고도 지적한다. 

어딜가나 종친회가 있고 탸향에 살아도 향우회는 챙긴다. 동창회 반창회를 묶어 똘똘 뭉치고, 전우회를 만들어 결속을 다진다. 

심지어 산모들까지 모여 산후 조리원동기회를 결성(?)하기도 한다. 2~3명만 모이면 연(緣)으로 엮어 뭉치는 게 우리나라다. 

그래서 '관피아' '칼피아' '군피아' 등등 이태리 범죄조직을 연상시키는 별칭들도 셀수없이 존재한다. 

그 속에서 끼리끼리 문화가 싹트고 '무조건' 서로 땡겨주고 밀어주며 '기득권' 지키기에 물불 안 가린다. 

조직내 패거리 문화는 여기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예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심지어 온갖 '협잡의 산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합리적 상식이 통하지 않는 '폐쇄공간'이라고 해서 붙여진 오명(汚名)이다.

물론 이런저런 연을 배경으로 서로 어울리고 우의를 다지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가뜩이나 삭막한 개인주의 사회에 온기와 삶의 활력 자신감을 불어넣는데 제격이다.

패거리 의식에서 나오는 집단적 결속은 때론 역동적 발전을 가능케하는 동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앞서 지적했듯 이런 집단의식이 이기적 목적에 이용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배타적 순혈주의로 변질돼 사회적 갈등과 증오를 확산시켜 더욱 그렇다. 

우리는 일찍부터 정치는 물론이고 공무원, 학계, 문화계, 사법, 언론, 노동, 심지어 종교계, 시민단체 등등 사회 전반에 그 폐해가 드러나고 있음을 목도(目睹)하고 있지 않은가. 

축구협회의 국대감독 선임을 놓고 '패거리'논란이 접입가경이다.

'실력'이 최우선 돼야 할 스포츠계마저 '특정학교' '특정라인' '조직에 대한 충성심' 등등을 앞세운 본말전도(本末顚倒) 패거리 행정으로 인해 국민 피로감을 높이고 있어서다. 

가뜩이나 당대표 선거를 치루고 있는 여야의 전당대회가 '패거리정치'의 장(場)으로 변질되는 판에 보는 국민들을 더욱 짜증나게 하고 있다. 

그러면서 허탈함과 배신감에 분노까지 표출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청량감'을 주어도 시원치 않을 스포츠계마저 이 지경이니 "쯧쯧"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