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영 광교칼럼]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촬영지가 여기였어?
어쩐지 요즘 행궁동에 히잡을 쓴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많이 보인다 했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행궁동 골목길과 수원천, 용연을 열심히 찍고 다니길래 무슨 상황인가 궁금했다. 비가 오지 않는데도 노란우산을 든 사람들이 유난히 많아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다가 최근 산책길에 한 외국인 남녀에게 서툰 영어로나마 질문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왔다는 이 남녀는 우리나라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광팬이라고 했다.
그 드라마의 주요 촬영지가 수원 행궁동이어서 일부러 수원에 오게 됐다는 것이다.
행궁동 골목길 주택가에 들어서자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어느 집 대문 앞에 몰려있다. 여기가 드라마 속 주인공 선재와 솔이의 집이었다는 것이다.
홍콩에서 왔다는 두 여성은 감격한 표정으로 연신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그들의 손엔 직접 만든 것 같은 주인공의 인형과 작은 노란 우산이 들려있다. 뿐만 아니라 여자주인공 명찰까지 단 교복도 맞춰 입었다. 외국인들이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에 얼마나 깊게 빠져 있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집에 돌아와 서둘러 검색을 해봤다. 나는 TV를 보지 않는다. TV가 있긴 한 데 연결을 시키지 않았다. 아까운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기 위해서다. TV가 없으니 책을 읽기 좋다. 남는 시간엔 글을 쓰니 더욱 좋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프로야구 중계를 못 본다는 것이다.
‘선재 업고 튀어’는 5월 28일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다.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톱스타 류선재(변우석 분). 그를 살리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열성팬 임솔(김혜윤 분)의 타임슬립 로맨스다. 고등학생 시절 수영 유망주였던 선재는 부상으로 꿈을 접은 뒤 정상의 아티스트가 됐지만 2023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다. 선재를 사랑하던 솔은 그를 살리기 위해 2008년으로 회귀한다. 열아홉 살의 풋풋한 모습이 된 선재와 솔의 러브스토리는 시청자들을 열광시켰다.
“청춘의 싱그러움이 담긴 하이틴 장르에 8090세대의 추억을 자극하는 소재, 미래를 넘나드는 쌍방 구원 서사를 더한 작품”(뉴스1)이란 평가를 받으며 2040 시청자들 사이에서 8주 연속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주연배우 변우석은 TV-OTT 출연자 종합 화제성 부문에서 4주 연속 정상을 차지했으며 드라마가 종영되던 날, 한 대만 팬은 사비를 들여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변우석의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변우석이 부른 드라마 OST ‘소나기’는 국내 주요 음원 사이트 상위권에 올랐고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도 진입했다고 한다.
‘선재 업고 튀어’는 국내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글로벌 OTT 라쿠텐 비키(Rakuten Viki)에 따르면 방영 6주 차에도 여전히 130개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1은 지난달 일본 최대 OTT 플랫폼 유넥스트(U-NEXT) 전체 드라마 및 한류·아시아, 조회수 순위 1위를 차지했고, 대만 아이치이(iQIYI) 드라마 랭킹 1위와 함께 별점 10점 만점에 9.9점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동남아 지역에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5월 3주 차(5월 13~19일까지 집계) 뷰 주간차트에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미얀마, 홍콩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 드라마를 기사에서만 접했다. 서둘러 인터넷에서 주요장면을 찾아 시청했다.
내가 매일 오후에 산책하는 수원천과 용연, 행궁동 골목길 등 낯익은 풍경들이 보여 반가웠다.
화홍문 옆 화홍마트와 내 단골인 왕대포집, 선재가 솔이에게 고백하는 장면을 찍은 수원천 화홍문 아래 첫 번 째 다리, 버스가 다니던 연무동 공영주차장, 용연과 방화수류정, 경기인쇄 골목길에 있는 카페몽테드, 노란우산을 든 관광객들이 많았던 선재네 집(몽테드 맞은 편 13번 집), 은혜갚는 제비 벽화골목(테이티드 앞), 솔 선재 증명사진 찍은 행궁동 행정복지센터 맞은 편 빨간 자전거 조형물 등 모두 내 눈에 익은 곳들이었다.
산책도중 지나쳤던 이런 풍경들이 드라마 속에서 멋진 배경으로 살아나는 것을 보고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수원 행궁동에서는 ‘선재 업고 튀어’를 비롯,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그해 우리는’ 등 인기 드라마를 찍었다.
‘행궁동길’ ‘행리단길’이라고 불리는 이 동네는 국내외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 처음엔 내국인들만 보였는데 최근 외국인들도 자주 보이고 있어 K-드라마의 힘을 실감할 수 있다.
맛집과 카페가 즐비해 데이트 코스로 소문난 행궁동은 세계유산 수원화성과 화성행궁, 화성박물관 등 볼거리가 많은데다가 팔달문 전통시장, 통닭거리, 순대타운 등도 있다. 화성행궁에서는 혹서기 혹한기를 제외하고 매일 무예24기 공연이 펼쳐지고, 수원미술관에서는 수준 높은 미술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니 오감이 즐거운 관광지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러니 난 참 행복한 사람이다. 우리 동네에 명소들이 몰려있으니 산책길이 전혀 심심치 않다. 드라마가 큰 인기를 끌면서 국내 관광객은 물론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는 수원 행궁동.
나는 오늘도 드라마 속을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