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255)] '그냥 논다' 대졸백수 400만 시대
우스갯 소리지만 ‘백수인권선언문'이란 게 있다. 2004년 '전백련' 즉, '전국백수연대'가 선포(?) 했다고 하니 꼭 20년이 됐다.
"백수생활이 궁극에 다라 생존이 여의치 아니할 새/ 이런 전차로 어린 백수가 이루고자 할 배 있어도/ 마침내 제 뜻을 실컷 펴지 못할 노미 하다/ 이를 어엿비 여겨 새로 백수인권선언을 맹가노니/ 백수마다 쉽게 먹고 삶에 편안케 하고저 할 따름이다."
지금도 쉽게 이해가는 부분이 많다. 세월이 지나도 '백수'의 생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듯하다. '그냥 논다'는 '대졸 백수'가 올 상반기 400만명을 넘었다고 하니 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졸 이상(전문대 포함)의 학력을 가진 비경제활동인구는 405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만2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1999년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로 상반기 기준 가장 많은 기록이다. 참고로 비경제활동인구는 조사기간에 ‘취업도 실업도 아닌 상태에 있는 자’를 의미한다.
다시말해 일할 능력이 있어도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이나 전혀 일할 능력이 없는 사람을 뜻한다.
‘백수건달’의 줄임말인 백수는 ‘무직자’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백수는 원래 돈 한 푼 없이 빈둥거리며 놀고먹는 건달을 의미했다.
현대에 와서 직업이 없는 사람들을 부를 때 사용한다. 때문에 세상 사람들은 흔히 ‘백수’라 하면 게으르고 일하지 않는 사람을 떠올린다.
이처럼 일도 하지 않으면서 일자리도 구하지 않는다는 '대졸백수' 통계는 그저 숫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우리의 청년들이 직면한 현실이며 그들의 고통과 좌절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어서 맘이 짠하다. 물론 놀고 먹지만, 당사자들은 더 괴로울 것이지만.
그리고 심각한 문제임에 틀림없다. 고학력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그들의 능력을 사장시키는 것은 국가적 손실이어서 더 그렇다.
청년·고학력자 중심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는 생활고와 주거 불안정 심화로 이어짐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결국 사회 전체의 문제로 확대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고용률은 2년 5개월 연속 역대 최고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 덩달아 실업률은 거의 최저 수준이다.
외형상 수치가 이처럼 '화려'한 데는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어 우리를 더욱 슬프게 하고있다. 대졸 백수 400만명이 고용률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가 그것이다.
고용률은 ‘15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를 의미한다. 취업엔 1시간짜리 단기 아르바이트도 포함된다. 흔히 생각하는 취업과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고령층의 취업 증가도 간극을 키우는 요인이다. 올해 상반기 70대 이상 취업자 수는 192만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5만명 증가했다.
2018년 이래 최대 증가폭이다. 특히 60대 이상 취업자는 지난해보다 28만2000명이 늘어나 전 연령대에서 증가폭이 가장 컸다. 그러니 고용수치는 최대 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내세워 '고용시장이 양호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가당착(自家撞着)적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해석이라 하니 할수 없다.
'그냥 논다'는 '대졸 백수'만큼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