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많은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 일제강제징용으로 인한 피해와 후유증은 여전하다. 특히 정부 인정을 못받고 있는 징용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더 하다. 일일이 사례를 거론치 않아도 광복 79주년이 지난 현재까지 차고 넘친다. 그런데도 정부의 관심과 해결은 여전히 미진하다. 아직도 피해를 인정 받는 숫자가 극소수고 제외된 피해자들이 호소할 마땅한 방법마저 없기 때문이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경기피해자연합회'는 이런 사연을 갖고 있는 회원이 경기도내에만 5500여명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해아려 볼 때 전국적으로 그 숫자는 엄청 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다행스런 소식이 전해져 강제 징용 피해 가족들의 희망이 되고 있다.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일제 강제동원피해 가족들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광복 79주년을 맞아 매우 유의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아울러 기대 또한 크다.
경기도의 조사는 현재 유가족 대면 접촉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면서 피해 내용, 생활의 어려움, 요구사항 등 사실 관계를 확인중이다. 여기엔 과거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한 대상자도 포함돼 있다. 전국 최초 조사방식이어서 의미도 남다르다. 아직 눈물이 멈추지 않고 있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 가족들에겐 더 없는 위안이다.
경기도의 이번 재조사 방침이 주목받는 것은 또 있다. 정부의 외면 속에 지자체가 나서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김동연 경기지사의 발상과 시책 추진 결정이 돋보인다. 물론 정부의 일제강제동원 진상조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지난 2004년 특별법을 제정, 조사에 나서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등록업무를 시작했다. 일제에 의해 강제 동원돼 군인·군속·노무자·군 위안부 등의 생활을 강요당한 사람이나 친족 관계가 되는 사람은 누구나 피해신고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강제동원 관련 피해사실이나 사건을 알고 있는 사람도 누구나 진상조사 신청을 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업무를 담당한 국무총리실 산하 위원회가 무슨 연유인지 2015년 12월 폐지됐다. 아울러 등록 업무도 중단됐고 덩달아 재심 신청자를 비롯, 뒤늦게 구제를 요구하는 피해자들의 접수도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 호소할 곳조차 찾지 못하고 빈곤의 굴레속에서 애를 태워 왔다. 그러던 중 경기도가 나선 것이니 그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도는 오는 10월 실태조사 용역이 완료된 뒤 자체적인 지원방안을 모색할 방침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를 계기로 정부의 방임에 가까운 무책임에 분노하는 여론도 비등하고 있다. 정치권에 대한 비난도 마찬가지다. 지난 21대 국회에 일제강제징용 재조사를 위한 3개의 법안이 발의됐으나 상정조차 못해 보고 폐기됐기 때문이다.
광복 79주년을 맞아 정부 국회 모두 부끄럽게 됐다. 적잖은 아픔의 세월이 지났음에도 일제 과거사 문제를 해결 못한 오명을 지적하며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그 후손들을 다시금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