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칼럼] 한글을 사랑하는 일본인들의 모임 ‘하리마 한글연구회’
(사)화성연구회는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여름철 정기 해외답사를 실시했다. 답사지는 일본이었고 답사 주제는 ‘조선통신사와 임진왜란’이었다. 조선통신사 도착지와 묵었던 곳, 기항지와 함께 임진왜란 때 조선을 침략하기위해 병사를 집결시켰던 나고야성(名護屋城)에도 다녀왔다.
이 성은 사가현(佐賀県) 가라쓰시에 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임진왜란을 일으키기 직전 축성한 성이기도 하다. 도요토미는 대륙 침략의 전초기지로 이곳을 선정해 성을 축성했다.
현재 아이치현(愛知県) 나고야시에 있는 나고야성(名古屋城)과는 다른 성이다.(조선통신사와 임진왜란에 관련된 부분은 동행한 역사학도 김주송 씨가 본보에 별도로 기고할 예정이다)
이번 답사 행로는 고베-세계유산 히메지성-조선통신사 기항지 다츠노무로츠해역관-시모노세키 조선통신사 상륙비와 숙소였던 아카마신궁-나고야성(名護屋城)-민비를 살해한 칼이 있는 후쿠오카 쿠시다신사였다.
늘 그렇듯이 화성연구회 답사는 알차다. 유명 관광지보다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답사여행이다. 이번 답사에서도 한국인 관광객들은 별로 만나지 못했다.
올해 해외 답사여행은 또 하나의 목적이 있었다.
히메지시(姫路市)에 있는 하리마한글연구회와의 교류다. 하리마 지역은 현재 효고현 남서부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반슈(播州)라고도 한다.
1984년 발족한 일본 하리마한글연구회는 세계유산인 일본 히메지성의 도시인 히메지시에서 한글을 공부하는 민간단체로 한국과 한국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있다.
화성연구회와 하리마한글연구회는 지난 2000년부터 교류를 시작, 두 도시를 교환 방문하면서 문화유산을 답사하고 성(城)을 주제로 하는 합동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교류를 해왔다.
2009년 9월 5일엔 수원화성박물관 강당에서 업무 협약식도 체결했다.
화성연구회와 하리마한글연구회는 순수민간차원에서 상호 방문 등 활발한 교류를 하면서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 온 단체로서 협약체결을 계기로 앞으로도 더 많은 도움을 주고받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여러 가지 사정으로 한동안 교류가 단절됐다. 그러다가 지난 5월 25일 하리마한글연구회 가쓰라 현 회장과 야마시타 전 회장, 임원진들이 수원을 방문함으로써 교류가 다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이번 일본 답사는 답방(答訪)의 의미도 있었다.
답사 둘째 날 히메지성을 둘러본 뒤 하리마한글연구회와의 공식행사가 히메지시 시민회관에서 열렸다.
가쓰라 회장과 하리마한글연구회 회원들은 최호운 이사장을 비롯한 화성연구회 일행을 뜨겁게 맞이했다. 선물교환이 끝나고 서로를 소개하는 자리로 이어지면서 서먹서먹했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게 변했다.
왜 한글을 공부하기 시작했느냐는 물음에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배우고 있다는 회원도 있었고, 한국을 여행하고 싶어서, 또는 그냥 한글이 좋아져서 강좌를 신청했다는 회원 등 다양한 대답이 나왔다.
그날 저녁 우리는 일본 씨름인 스모선수 출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다시 만났다. 만찬은 흥겨웠다. 서로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손짓 발짓, 토막 한국어나 일본어, 간혹 영어까지 섞어가며 유쾌한 시간이 이어졌다. 스마트폰 번역기도 한몫했다.
가쓰라 회장과 야마시타 전 회장 등 낯이 익은 사람들도 더러 있긴 했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십년지기처럼 친해졌다.
더욱 감동적이었던 것은 야마시다 전 회장 등 고령의 회원과 가쓰라 회장 등 많은 회원들이 무더위 속에서도 히메지시 1박2일 일정 마지막까지 동행했다는 점이다. 무덥고 힘드니 그만 돌아가라고 권해도 신간센 고속열차가 떠나는 순간까지 플랫폼에서 손을 흔들어줬다.
하리마한글연구회는 지난 해 제59회 히메지문화상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상장내용을 보니 우리와의 교류도 한몫을 한 것 같았다. 특별상 명칭이 국제문화교류라고 되어 있고 상장에도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는 한국과의 마음의 거리를 좁혀 나가기 위한 첫 걸음으로 내딛은 언어의 장벽을 넘기 위한 노력은 자연스럽게 상호이해와 우호의 길로 이어졌습니다...(중략)...세계유산인 히메지성과 수원화성 등과의 학술문화교류의 길을 닦는데도 기여해 주셨습니다.’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화성연구회와 하리마한글연구회가 교류를 시작한지 24년째다.
그 세월동안 화성연구회도 그렇지만 하리마한글연구회에도 세상을 떠난 이들이 여럿 있다.
젊고 팔팔했던 야마시다 전 회장도 이제 정말 노인이 됐다. 오래 걷거나 계단을 오르는 게 힘들어 보인다.
그러니 모두들 건강 잘 살펴서 내년에도 수원에 꼭 오시기 바란다. 서로의 입맛에 맞는 음식점 찾아 놓을 터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