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송 일본답사기] 조선통신사의 길을 따라간 여행 (1)

김주송(고려대 대학원 석사과정)
일본성 중 유일한 세계문화유산 ‘히메지성’은 1601년 건립됐다. 일명 백로의 성으로도 불린다. (사진=김주송)
일본성 중 유일한 세계문화유산 ‘히메지성’은 1601년 건립됐다. 일명 백로의 성으로도 불린다. (사진=김주송)

이번 화성연구회 일본 답사는 8월 8일부터 11일까지 4일동안 진행됐다. 

화성연구회 회원이신 아버지(김충영 수원일보 논설위원)와 함께 이번 답사에 참여하게 됐다. 

이번 답사의 주제는 조선통신사로 12번에 걸쳐 파견된 사람들이 당시 중심지인 에도로 가기 위해 거쳤던 경로를 밟는 여정이었다. 

이들의 에도 즉 현재의 도쿄로 향하는 경로는 부산에서 오사카까지 해로로 가는 길과 교토에서 에도로 가는 육로 두 가지로 이루어졌다. 

이 가운데 이번 답사팀은 해로 가운데 시모노세키(下關)부터 오사카까지 가는 경로를 역으로 밟는 형식으로 다녔다.

이번 여정에서는 조선통신사의 경로 안에 있는 일본에서 중요한 성이나, 여타 일본에서 한국사와 관련이 있는 중요한 장소도 일부 포함됐다. 

그러한 곳은 히메지성과 사가현에 위치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전초기지인 나고야 성터, 여몽연합군의 닷돌이 있다고 전해지는 후쿠오카의 쿠시다 신사 등이 포함됐다.

우선 주요 대상이 되는 조선통신사에 대하여 간단하게 설명한 후 다녀온 곳들에 대한 답사기를 써보았다. 

조선통신사는 사신단의 우두머리인 정사는 정 3품 이상의 종반(宗班) 혹은 관리가 선발된 연행사(燕行使)와는 달리, 정 3품 관직인 참의(參議)에 있는 사람이 임명됐다. 

사신단은 정사선, 부사선, 종사관선이라 불리는 세 척의 기선(騎船)에 탑승하여 일본으로 향했다. 

이들이 파견될 때에는 도쿠가와 장군이나 세자 등에게 조선국왕이 보내는 예물을 비롯하여, 막부의 로주(老中:막부의 최고 원로 가신), 기항, 기숙지의 다이묘(大名: 일본에서 번 등의 영지를 소유한 영주)나 사찰에 보내는 선물 등이 세 척의 화물선에 실려 함께 따라왔다. 국왕을 알현하고 부산을 통해 일본으로 향한 이들은 대마도, 이키섬, 아이노시마 (相島 혹은 藍島) 등의 섬을 거쳐 시모노세키를 통해 세토 내해로 들어와 오사카로 향했다.

조선통신사 빙례연표.(나카오 히로시 저, 유종현 역, 2005, 『조선통신사 이야기 –한일 문화교류의 역사』, 한울, 211-213p '표 7' 통신사 빙례연표 참조)
조선통신사 빙례연표.(나카오 히로시 저, 유종현 역, 2005, 『조선통신사 이야기 –한일 문화교류의 역사』, 한울, 211-213p '표 7' 통신사 빙례연표 참조)

위의 표는 조선 통신사의 빙례(聘禮)와 관련된 연표로, 나카오 히로시의 『조선통신사 이야기』에 수록된 연표 가운데 일부를 가져왔다. 이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은 1607년부터 1811년까지 12번 통신사가 일본으로 파견됐다. 

이들이 일본으로 파견된 목적을 보면 1607년부터 1643년까지는 일본의 정세 파악 및 피로인(被擄人) 송환을 위한 준비 등의 목적을 띠고 사절이 파견됐다. 반면 1655년부터의 조선통신사는 에도막부의 장군 직위 승계를 축하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일본으로 파견된 통신사는 1617년에 교토 후시미에서 빙례를 하고, 1811년에 대마도에서 빙례를 한 2차례 이외에는 모두 이번 답사 때 방문했던 경로를 따라 에도로 향했다.

마야산 키쿠세이다이에서 보이는 고베와 오사가. (사진=김주송)
마야산 키쿠세이다이에서 보이는 고베와 오사가. (사진=김주송)

 이번 여정의 첫 번째 목적지는 고베에 있는 마야산이었다. 이곳에서 일본의 케이블카와 한국의 케이블카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한국의 경우 케이블에 매달려 공중에 떠서 산을 오르는 교통수단을 케이블카라고 하는데, 반면 일본의 경우 케이블로 끌어 올리는 전철을 케이블카라 하고, 한국에서 케이블카라고 하는 것은 일본에서는 로프웨이라 부르고 있었다. 

이날은 날씨가 무척이나 맑아서, 카쿠세이다이에서 멀리 오사카 지역의 해안선까지 드넓게 바라다 볼 수 있었다. 마야산의 정상인 카쿠세이다이에서는 세토 내해의 가장 동쪽에 위치한 고베와 오사카의 해안을 엿볼 수 있다. 사진에서 서쪽으로 드넓게 펼쳐져 있는 도시 지역이 고베에 해당되는 지역이며, 바다를 사이에 두고 오른쪽 위에 있는 곳이 오사카이다. 

이 두 곳 역시 조선통신사가 지나는 경로에 포함되어 있다. 세토 내해를 항해하던 조선통신사 사신단의 최후의 정박지는 효고츠(兵庫津)이라고 한다. 즉 오른쪽에 드넓게 펼쳐져 있는 바다에서 정박하여 머물며 조선의 사신단은 상륙을 준비했을 것이다. 당시에 조선에서 사신단의 행로에 접하고 있는 선물을 실은 화물선과 정사선, 부사선, 종사관선 등 6척의 배와 그들을 호송하는 연로 각지의 수 많은 배가 이곳에 도열했다니 당시에 얼마나 장관이었겠는가. 사신단은 효고츠에서 준비한 이후 오사카의 가와구치에서 일본 배로 갈아타 교토로 향했다고 한다. 

이어서 우리의 여정은 히메지로 향했다. 

이곳에서 아주 특별한 인연을 만날 수 있었다. 

바로 '하리마 한글연구회'라는 단체 회원들이었다. 이분들을 만나면서 한국과 한국어에 대한 열정을 느껴볼 수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싶다는 열정으로 연구회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사람도 있고,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여 한국에서 친구가 있는데, 이들과 한국어로 대화해보고 싶어서 하리마 한글 연구회에서 한국어를 공부하는 분들까지, 그들의 한국어 및 한국에 대한 호의와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곳이 1990년대부터 오랫동안 화성연구회와 교류를 한 단체였다는 것 또한 만남 자리에서 알 수 있었다. 

이들과 만남을 가진 후 첫날 저녁 식사는 스모 선수들의 요리라는 창코나베를 맛보았다. 

식당에는 스모 관련 물건들을 진열해두고 있었고, 식당에도 ‘力士料理’라 적혀 있어, 어떤 식으로든 이 식당이 스모 컨셉의 식당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식사를 하며 들어보니, 이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스모 선수로 활동을 했던 분이라고 한다. 

이곳의 창코나베는 절구 같은 그릇에 깨를 주는데, 상마다 절구공이 같은 막대가 있어 이것을 이용하여 깨를 빻아서 육수를 넣어 소스로 사용하였다. 

식사를 즐겁게 하던 가운데, 스모 선수였던 사장님이 스모 선수 복장을 체험할 수 있게 복장을 가지고 오셨다. 

같이 답사에 참여했던 여러 선생님들이 이것을 입고 체험을 하시는데, 스모 선수를 했던 사장님과 스모자세도 해보고 밀어보기도 하며 체험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식사자리에 한글 연구회의 회원분들도 함께하여 그들과 대화를 해보며 그들의 열정을 더 깊이 느껴볼 수 있었다.

히메지성의 야경. (사진=김주송)
히메지성의 야경. (사진=김주송)

이처럼 푸짐하고 화기애애한 저녁식사가 종료되고, 히메지성에서 밤마다 조명을 켜는데, 그 풍경이 아름답다고 하여 구경하러 갔다. 히메지 성의 천수각은 하얀 회칠이-1 되어 있어 밤에 하얀 라이트가 비추니 성이 은빛으로 빛났다. 

히메지성은 에도 막부 시대에 히메지 번의 번청이 있던 곳이라 한다. 그리고 이 히메지 번은 근처에 무로쓰(室津)이라는 조선통신사 정박지가 있어서, 사신단이 무로쓰에 정박할 때 접대하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 다음날 오전에는 밤에 라이트 빛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던 히메지성의 내부를 둘러보았다. 히메지성의 내부를 구경하다보니, 한국의 성과는 다른 일본인들의 방어전략을 엿볼 수 있었다. 

이곳의 경우에는 넓은 외성을 가지고 있고, 또 내성의 경우에도 천수각에 이르기까지 여러 겹으로 성벽을 중층으로 만들어 놓아 번주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방어전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천수각 근처 총안(銃眼)에 열고 닫을 수 있는 창문이 있어 숨어서 공격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 것과 성 내부에 무사들을 숨기는 공간이나, 옆에 있는 소천수각에서 올 수 있는 통로 등이 있어 여기에서도 번주를 지키기 위한 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었다. 

성을 짓기 위해서 주민들의 맷돌이나 주변에 있던 고분의 석관도 사용했다고 하는데, 얼마나 큰 역사(役事)였을지 짐작이 가는 부분이다. 

히메지성에는 코코엔(好古園)이라는 정원도 있는데, 들어보니 이곳은 막부시기 무사의 집이었던 곳을 정원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 말을 듣고 번주가 일하거나 거주하는 천수각 인근 지역에 큰 저택을 가질 수 있을 수 있는 사람이니 지위가 무척이나 높은 무사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코코엔에 들어서자마자 호수가 있고, 또 그 내부에는 개울처럼 물이 졸졸 흐르게 만들어 놓은 공간도 있어 인공적인 공원임에도 자연미를 느낄 수 있었다. 여름에 방문하다보니 호수와 흐르는 물 그리고 녹음이 우거진 숲 밖에 볼수 없어 아쉬웠다. 

하지만 여기에는 모종 정원이나, 꽃의 정원 등 봄에 오면 좋을 공간들이 있었고, 또 가을 단풍이 멋있게 진다고 하니 가을이나 봄에 다시 한 번 방문해보고 싶은 정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