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260)] 가을 초입(初入) '9월'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즘이다. 고단한 삶 속에서도 세월이 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여전히 낮기온은 높지만, 가을이 저 만큼 왔다는 징조다. 이때쯤이면 풀잎에 찾아오는 손님이 있다.
밤에 기온이 내려가고, 대기중의 수증기가 엉켜 맺힌다는 '이슬'이다. 오늘 7일은 마침 그 시작을 알린다는 절기 '백로(白露)'다.
황금들판이 눈에 선하다. 올여름은 유난히도 더웠다. 폭염에 고생한 사람들도 예년에 비해 더 많았다.
서민이 흘린 땀방울도 더 한 염분을 느끼게 했다.
기상관측 100사(史)중 가장 긴 열대야 일수를 기록할 정도였으니 심신이 지치지 않았음이 오히려 이상하다.
덕분(?)에 냉방병까지 기승을 부리며 '코로나'와 동거의 시간을 보내 삶을 더 힘들게 했다.
그럼에도 끝날 것 같지 않았던 무더위가 물러가는 것은 자연의 이치다. '가을'은 그래서 더 반갑다.
서정시인 나태주는 이런 가을을 음미하며 즐기라 그의 시 '멀리서 빈다' 에서 '···· 부디 아프지 말라' 했다.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가을의 청명함이 마음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물극필반(物極必反)이라고, 이 계절도 곧 지나가리라.
사계절의 경계가 무너지며 봄 가을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이라 더 가속이 붙을듯 하다.
아울러 겨울나기 걱정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그러면서 물장즉노(物壯則老), 만물은 장성했다가 쇠퇴하기 마련인데 그놈의 '걱정'은 매년 줄지 않고 있으니 묘하다는 생각을 한다.
어쨋든 9월에 접어들며 부쩍 높아진 하늘 아래서 청명한 기운을 느끼고 찬기 섞인 공기에서 가을 냄새를 맡는 날은 늘고 있다.
무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도 활기를 되찾는듯 하다. 덩달아 귓전을 맴도는 9월의 노래도 감미롭다.
올드팬들의 애창곡 패티김의 ‘9월의 노래', 현미의 ‘9월의 노래’, 유주용의 ‘9월의 애인’, 쟈니리의 ‘9월의 사랑’부터 중년을 위한 발라드곡 윤종신의 ‘9월’, 임한별의 ‘9월 24일’, 임창정의 ‘구월’ 등등.
가을은 만남보다 이별이 어울리는 계절이라 그런지 옛사랑 추억의 그림자도 어른거린다. 세월의 갈마드는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