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특례시가 오는 10월 6일 진행되는 '2024년 정조대왕 능행차 수원구간 재현행렬'에 함께할 시민 참여자 ‘원행단’ 1차 오리엔테이션을 지난 8월 27일부터 30일까지 팔달구청, 권선구청, 장안구청, 영통구청에서 각각 진행했다.
오는 10월 4일부터 6일까지 열리는 수원화성문화제 기간 중 마지막 날에 진행되는 정조대왕 능행차는 전국적으로도 손꼽히는 대표 축제 중 하나다.
나도 화성연구회 회원들과 함께 2001년과 2002년 능행차 행렬에 참여했으며 그 후 시민 퍼레이드도 함께 했다. 2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아직도 그 즐거운 기억은 생생하다.
임금의 행차를 ‘행행’(⾏幸)이라고 한다. 능행차는 임금이 선대 왕과 왕비의 능침에 행행한다는 것이다. 임금이 선대 왕릉에 행차함으로써 만 백성에게 효심을 심어줄 뿐 아니라 궁궐을 벗어나 백성들이 사는 모습을 살피며 소통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행차과정에서 벌어지던 격쟁(擊錚)이 그것이다. 백성이 징을 치며 임금 앞에 나가 상언(上言)의 기회를 주었고 임금은 이를 수용해 폐단을 혁파하고자 했다.
대표적인 능행차는 ‘을묘년 원행’이다. 수원시정연구원은 2021년 펴낸 ‘정조대왕능행차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방안 연구’를 통해 ‘을묘년 원행은 국왕이 중심이 되던 의례적 행사에서 백성들이 함께하는 대중적인 국가 이벤트로까지 변모했다. 정조라는 모범 군주와 그를 보기 위해 찾아온 관광민인(觀光民⼈)의 잔치, 소통의 공간이 바로 정조대왕 능행차에 담겨진 역사성’이라고 평가했다.
정조대왕 능행차는 화홍문화제(화성문화제 옛 이름) 초기부터 실시됐다. 가장행렬 수준의 약식퍼레이드가 공설운동장(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펼쳐졌다.
그러다가 1975년 '제13회 화홍문화제' 때부터 제대로 된 고증을 거쳐 복원·재현되기 시작했다.
수원의 전통성과 정조대왕의 유덕을 기리는 효의 도시 특성을 살려야 한다는 여론에 따라 1975년 이재덕 수원시장, 안익승 예총수원지부장, 이홍구 수성고 교사, 김영권 수원시 공보담당관 등이 모임을 가졌다. 이 자리엔 KBS 이서구 극작가도 초청됐다.
재현 행사 자료수집과 연출 등 실무는 이홍구 교사가 맡았다.
시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1978년엔 인천에서 열렸던 '제59회 전국체육대회'에서도 시연돼 전국에서 온 선수단과 관객,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능행차는 1996년 수원화성 축성 200주년 기념 수원화성문화제 때부터 수천 명의 인원과 수백 필의 말이 참여하는 대대적인 규모로 확대됐다.
민선 1기 시장에 당선된 심재덕 시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수 백 명의 학생들만 참여했던 행차 인원규모는 시민 수 천 명으로 확대됐고 말도 수 십 필 투입됐다. 행차구간도 지지대 고개에서 출발해 화성시 융릉까지 연장됐다.
당시 나도 이 행렬을 취재하기 위해 이 구간을 함께 걸었다. 고되긴 했다.
그리고 2016년부터는 서울 창덕궁에서 수원화성 연무대까지 47.6㎞에 이르는 정조대왕 능행차 전 구간을 서울시와 공동 재현했다. 이어 화성시도 동참, 화성시 융릉에 이르는 59.2㎞ 구간에서 정조대왕 능행차를 공동 재현했다. 전구간의 재현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수원시, 화성시, 서울시는 세계관광기구(UNWTO), 한국관광학회, 국제관광인포럼, 한국국제관광전 조직위원회가 공동으로 제정한 ‘2018 한국관광혁신대상’ 종합대상을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 거리 퍼레이드 축제 중 최대 규모로서 역사적인 의미가 깊은 정조대왕 능행차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몇 년 전부터 나오고 있다.
인류무형문화유산은 공동체와 집단이 자신들의 환경, 자연, 역사의 상호작용에 따라 끊임없이 재창조해온 각종 지식과 기술, 공연예술, 문화적 표현이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은 2003년 무형문화유산 보호 협약에 의거해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대표목록 또는 긴급목록에 각국의 무형유산을 등재하는 제도다. 무형유산의 중요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이고 국제 협력을 강화하고자 ‘긴급보호가 필요한 무형문화유산목록’과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을 제정하도록 규정했다.
정조대왕 능행차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의 정의와 범위와 특징에 부합한다.
한정규 (사)화성연구회 이사(모니터링 위원장)는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은 ‘원행을묘정리의궤’, ‘화성원행반차도’, ‘화성원행도 8폭 병풍’ 등의 역사적 기록과 그림을 통해 완벽에 가까운 원형을 고증해 복원한 것이기 때문에 역사성을 확보하고 있으며, 능행차 주변에서 백성들이 왕의 행차를 축제처럼 즐겼던 것처럼 시대를 초월한 보편성을 내포하고 있다”면서 “정조 시대의 기록은 완벽하게 남아있으니 1976년 이후의 기록을 철저히 보완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 역시 2년 전 한 신문의 사설을 통해 “여러 지방정부가 함께 참여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퍼레이드라는 점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할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정당성과 강점을 지니고 있다”면서 “능행차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될 수 있도록 ‘정조권 도시’들이 더욱 힘을 내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종묘제례악, 씨름, 연등회 등 21개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 있다. 정조대왕 능행차도 등재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처럼 등재추진 요구가 높아지고 있으나 무형문화유산 가치 분석, 유네스코 등재기준 검토 등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도, 화성시, 수원시 등 관련 지방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추진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원시와 화성시에는 수원화성과 융·건릉 등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있다. 여기에 정조대왕 능행차까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다면 얼마나 좋으랴.
‘정조대왕 능행차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전 인류의 무형문화유산으로 가치를 인정받는 것으로서 공동체성과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수원시정연구원의 보고서에 고개가 끄덕여진다.